경제사상가 이건희 1·2허문명 지음
동아일보사, 1·2권 · 각 2만9000원
30여 년 전, 지금의 AI 대격변을 내다본 이가 있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끈 이건희 회장이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창조이며, 개성을 구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그는 “5000년 전부터 1980년까지 이뤄진 변화보다 1980년부터 1993년까지의 변화가 더 컸다. 향후 10~20년의 변화는 더욱 클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AI로 인해 세상이 무서운 속도로 재편되는 오늘의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20년 이건희 회장의 부고를 전하며 선지자(visionary)라는 표현을 썼다. 책의 저자는 그를 ‘경영자이기 이전에 탐구자’로 평가한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지 않던 시절, 이 회장은 신문과 TV 뉴스는 물론 경제지, 각종 잡지, 일본 NHK 다큐멘터리는 물론 세계 각지에 파견된 삼성 주재원들의 보고서까지 꼼꼼히 챙겼다.
그가 내다본 세상은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로 규정하고,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파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 믿었다. 한국 레슬링과 빙상의 최고 후원자이자 88 서울올림픽과 2018 평창올림픽의 최고 조력자였던 그의 스포츠 경영과 대한민국 최초로 도입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은 삼성을 국민 기업으로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