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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역사

덩치 키우려면 ‘성장통’을 넘어라

서광원 | 385호 (2024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신화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인, 거대 동물에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신체 비율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은 키가 20m가 넘지만 인간과 동일한 신체 비율을 갖고 있다. 인간보다 키가 10배 크면 면적은 100배, 무게는 1000배가 된다. 이만 한 하중을 견디려면 다리가 인간과 비슷한 모양이어선 안 된다. 엄청나게 두꺼운 다리뼈와 근육이 필수불가결하다. 덩치가 커지면 신체 구조는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 같은 물리법칙은 생명체만이 아니라 회사 조직에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규모가 달라지면 회사의 구조도 전면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기업의 크기가 달라지면 일하는 사람의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말이다.



세계 곳곳의 신화에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거인 설화가 그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키클로페스, Cyclopes) 3형제 같은 엄청나게 큰 거인이 대표적이다. 신화는 기록 수단이 없던 시절, 생존에 필요한 지식을 이야기 형태로 후대에 전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교류가 없던 문화들에서 공통적인 신화가 나타난 이유가 뭘까?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았던, 그러니까 원시적인 시대의 특징이었던 걸까?

이상한 건, 문명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지금도 현대판 신화라 할 수 있는 각종 이야기 속에 거인이 꽤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거인국 이야기가 나오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지금도 많이 읽힌다. ‘진격의 거인’이나 마블 시리즈의 ‘헐크’ 같은 영화, 애니메이션 속 거인들도 잊을 만하면 우리 앞에 출현한다. ‘킹콩’이나 ‘고질라’ 같은 거대 괴수도 마찬가지다. 돈에 민감한 할리우드 등 영화사들이 이런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든다는 건 그만한 시장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시장이란 지난 화1 에 다뤘듯 우리 마음 깊숙하게 자리한 크기에 대한 선호나 열망일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연구 결과가 있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일로 누군가가 화를 내더라도 우리는 거구의 남자가 화를 낼 때 더 위협적인 존재라고 인식한다. 덩치 큰 남자가 화를 내면 많은 상황이 더 쉽게 해결되고, 그래서 이런 남자일수록 더 자주 화를 내는 경향이 있을 정도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게 있다. 많은 작품 속에 나오는 거인이나 거대 동물들은 얼마나 사실적으로 표현된 걸까? 상상 속의 존재이긴 하지만 현실과 얼마나 부합한 형태로 그려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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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과 거대 동물들, 얼마나 사실적일까?

먼저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들이다. 주인공인 걸리버는 소인국과 거인국 등을 여행하는데 소설에 나오는 거인들은 키가 20m가 넘는다. 그러니까 건물 7층 높이쯤 되는 어마어마한 키를 가진 것이다. 이쯤에서 사람들에게 혹시 키와 덩치 외에 이상한 게 없느냐고 물으면 반응이 거의 비슷하다. 다들 뭐가 있느냐는 듯 의아함을 표현하거나 반문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게 없는 것 같아서다.

무엇이 이상한 걸까? 바로 그들의 신체 비율이다. 이 거인들은 20m가 넘는, 그러니까 인간의 10배가 넘는 덩치를 갖고 있는데도 신체 비율이 인간과 같다. 거인국 거인들은 이런 모습일 수가 없다. 이유는 하나, 생명 현상에 깊숙하게 관여하는 물리법칙들 때문이다.

인류는 우리와 비슷한 모습을 가진 생명체를 본 적이 없어서 지능이 높은 생명체는 으레 우리와 같거나 비슷한 모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보다 평균 키가 작은 피그미족을 외계인처럼 바라보는 이유가 이래서다. 보지도 못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외계인의 모습을 우리와 비슷하게 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영화 속 외계인들을 떠올려 보라. 신체 기관이 약간 다르긴 해도 기본 구조는 대개 비슷하다.

하지만 진화에는 생각 이상으로 물리법칙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기에 관한 필수 공식이 하나 있다. 구구단처럼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건데 길이와 면적, 부피에 대한 공식이다. 이해하기 쉽게 정사각형을 예로 들어 보자. 정사각형 한 변의 길이를 제곱하면 면적(가로×세로)이 되고 세제곱하면 부피(가로×세로×높이)가 된다. 바꿔 말하면 면적은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고, 부피는 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가로와 세로가 각각 2m인 세탁기의 크기를 두 배로 하면 세탁할 수 있는 양은 몇 배가 될까? 마찬가지로 2배일까? 세탁량은 부피에 해당하니 2배가 아니라 8배(2×2×2)가 된다. 2배와 8배는 4배의 차이니 엄청난 차이다. 크기가 커지면 이렇게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이 물리법칙은 건물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크기를 10배 늘리고 싶다고 해보자. 가로, 세로, 높이가 10배씩 늘어나면 감당해야 할 무게(=부피)는 10배가 아니라 1000배(10×10×10)가 된다. 이 무게를 받쳐줄 기둥의 힘은 100배(10×10) 커져야 한다. 공사비도 10배가 아니라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크기를 키우는 일이 생각처럼 단순한 일이 아닌 것이다.

생명체에게도 역시 이 법칙이 적용된다. 키가 2m인 사람의 덩치가 2배가 되면 면적은 4배(2×2)가 되고 부피(무게)는 8배(2×2×2)로 늘어난다.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국 사람들에게 이 공식을 대입하면 어떨까? 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을 아득히 벗어나기 시작한다. 계산하기 쉽게 이들의 키가 20m쯤 된다고 치고, 걸리버의 키가 2m라고 가정한 이후 단순 계산을 해보자. 거인은 걸리버의 키보다 10배 크지만 면적은 100배(10×10×10), 무게는 1000배(10×10×10×10)가 된다. 정육면체와는 다른 인간의 체형을 감안하면 실제 부피 차이는 나겠지만 분명한 것은 감당해야 할 무게가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만 한 체구를 가지려면 이를 지탱하는 다리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거인들의 다리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두꺼워져야 한다. 보통 무게가 70~80㎏ 정도 되는 사슴의 다리는 가늘지만 4t인 코끼리의 다리는 이들과 완전히 다른 비율로 우람한 것처럼 말이다. 이 거인들은 우리와 같은 신체 비율일 수가 없다.


거인에 대한 잘못된 상상

당연히 영화에 나오는 고질라 역시 그 ‘몸매’일 수 없다. 고질라의 키는 나오는 영화마다 달라지는데 1954년 일본에서 나온 영화에서는 50m가 넘었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보다 두 배 넘게 크니 다리의 두께 역시 어마어마하게 커져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 이후 나온 다른 영화에서는 100m가 넘는 키로 나오기도 했지만 신체 비율은 마찬가지였다. 영화 ‘킹콩’ 시리즈에 나오는 킹콩도 그렇다. 첫 오리지널 영화에서는 키가 5.4m였고, 1976년 영화에서는 15m로 커졌는데 신체 비율은 우리가 아는 고릴라와 비슷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더하다. 이 성은 걸어 다닐 수 있는데 다리가 닭 다리와 비슷하다. 실제로도 닭 다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가느다란’ 다리 역시 세상에 존재하기 힘들다. 아마 제작자들도 이 물리법칙을 알고는 있었겠지만 ‘실제적’으로 그리면 오히려 우리 눈에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나마 가장 실제적으로 나온 캐릭터가 마블 시리즈에 나오는 헐크다. 헐크는 처음엔 4~5m 크기로 나왔는데 2008년에 나온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어느 정도 현실적이라 할 수 있는 2m70㎝로 나왔다. 이 크기에 어울리게 다리 굵기가 상당하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는 이 법칙을 어느 정도 알았던 듯싶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갔을 때 이들이 걸리버의 식사로 1728인분을 준 게 그 증거다. 걸리버는 소인국 사람들보다 12배가 컸는데 위장은 평면이 아니라 입체이니 부피로 계산했던 것이다. 길이의 세제곱(12×12×12=1728)으로 말이다. 위장의 크기는 이렇게 계산했지만 전체 덩치와 다리의 두께 같은 구조 변화는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알고도 영화에 나오는 거구 캐릭터들처럼 독자에게 맞추는 ‘현실’을 고려하다 보니 그랬을까? 이에 대한 기록은 현재까지 없다.

그런데 혹시 이 물리법칙이 생체 조직이 아닌 회사 조직에도 적용될까? 놀라울 정도로 ‘그렇다’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유기체적’이라는 게 있는데 유기체적이란 ‘생명체와 닮은 점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뤄진 많은 연구를 보면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도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까닭이다.

조직이나 사회를 이끄는 리더들이라면 생명 현상에 내재한 이런 물리법칙을 알아야 할, 아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이유가 있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체 형태를 이루는 근간, 그러니까 골격근(뼈와 근육)이라 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인데 구조 변화가 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칙’인 까닭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서다.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들은 알겠지만 구조를 바꾸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무생물인 건물을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하는 걸 대대적인 공사나 전면적인 변화라고 하는데 여기엔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하물며 ‘유기체인’ 살아 있는 조직의 근간을 바꾸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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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면 생기는 문제들

사업은 보통 맨땅에서 맨주먹 하나로 시작한다. 이런 사업을 하는 이들의 꿈은 하나다. 하루빨리 매출을 늘리고 회사를 키우는 것, 누가 봐도 인정하는 큼직한 회사가 되는 것이다.

사업이 누가 봐도 번듯한 규모가 되면 세상 무슨 고민이 있을까 싶지만 막상 이런 일이 현실이 되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이나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게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사업이란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가만두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기다렸다는 듯 밀려든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게 되면 불거지는 이런 문제들을 성장통이라고 하는데 겪어 보면 단순한 통증이나 고통이 아니다.

문제는 고통은 확실한데 해결법은 막연하다는 것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나타나는 것들을 모두 사춘기 문제라고 뭉뚱그리듯이 성장통도 마찬가지여서 ‘이거다’라는 식으로 정해진 해결책이 거의 없다. 더구나 여기에 필요한 해결책이라는 것들이 규모를 키우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경험자들이 말하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막막하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사춘기 문제들이 그렇듯 제때 잘 대응하지 못하면 이런 것들이 부지불식간에 위기로 변해 애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기 일쑤다. 통과만 하면 되는 터널 같은 게 아니라 외길 낭떠러지나 외나무다리와 같아 아차 하는 순간 추락하기 십상이다.

비록 바라는 대로 안 되긴 했지만 오래전 스타트업을 몇 년 동안 경영해 보면서 나 역시 이런 경험을 절절하게 한 적이 있다. 성장통에 관심을 가진 게 그때부터였는데 이후 성장력이 좋은 회사들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적도 있다.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제3자의 시각으로 보고 싶어서였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 중의 하나는 회사가 생각하는 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피를 말리지만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성장이라는 게 고르게 일어날 수도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비 온 뒤 죽순 자라는 것처럼 생각 이상으로 급성장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출이 조직력(내실)보다 크게 앞질러 가면서 실질적인 능력이 표면적인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괴리가 커질 때가 그렇다. 성장을 못해 위기를 맞는 게 아니라 너무 빠르게 성장하기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당시 좀 더 면밀하게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이 회사 CEO들과 정기적으로 인터뷰를 하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 CEO들이 그대로 잠에 빠지는 걸 눈앞에서, 그것도 두 번이나 목격했다. 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앉아서 깊은 잠에 빠져든 이들을 깨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켜보기만 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적인 만남도 아닌 상황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들에게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인터뷰는 하루하루 치러내야 할 격렬한 일에 비하면 잠에 쉽게 빠져들 정도로 자극이 가장 약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건 세상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이런 폭풍 성장을 하다 성장에 따르는 부작용을 이겨내지 못해 사라지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두 CEO, 그들의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함이란 성장통을 해결한 결과

많은 이의 피와 땀이 어린 기업이 사라지는 이유야 많고 다양하지만 그 기원을 따라 올라가 보면 닿는 게 있다. 커지는 것만 생각하지 커지면서 생기는 문제를 크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밀려드는 문제들과 씨름하느라 생각할 겨를이 없기도 하지만 사실 생각한다 해도 제대로 알 수도 없을뿐더러 자세히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이미 대기업으로 큰 경영자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갔기에 말을 하지 않고, 이곳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알 수가 없으니 몸으로 부딪쳐 해결하거나 누군가 했던 불행을 되풀이할 수밖에.2

생명체들이 크기를 진화시키는 과정을 담은 이 시리즈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력한 힌트가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들 역시 수억 년 전부터 규모(크기)를 키우는 문제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코끼리나 여객기만큼 큰 대왕고래는 어쩌다 운이 좋아 그렇게 되거나 살다 보니 커진 게 아니다. 이들 역시 ‘성장통’이라고 할 만한 문제들을 나름대로 풀었기에 아무나 이룰 수 없는 거대함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규모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에 관한 한 생명체와 기업이 사실상 같은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고 생명체를 고찰하면 성장통의 본질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비로소 덩치를 키울 수 있다. ‘한 덩치’ 하는 기업이 되려면 몇 개의 외길 절벽이나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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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면 반드시 바꿔야 할 첫 번째가 바로 앞에서 말한 구조 자체, 그러니까 거의 모든 걸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김범수 창업자가 “(그동안) 규모가 커지고 위상이 올라갔는데도 이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며 “배의 용골(龍骨·배의 중심축)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게 좋은 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포드자동차에 이어 수십 년 동안 세계 제일의 자동차 회사로 군림한 제너럴모터스(GM)와 다른 기업들을 면밀하게 관찰한 뒤 유명한 책을 한 권 썼다. 1954년 출간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라는 현대 경영학의 1세대 교과서 같은 책이 그것인데 여기서 이런 말을 했다.

“기업의 크기가 달라지면 일하는 사람의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많은 경영자가 작은 기업일 때 일하는 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성장한 뒤에도 그대로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70년이 흐른 지금도 이게 여전히 문제라는 건 그만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성장할 생각만 하고 성장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 역시 여전하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겠다. 생태학에서 흔히 볼 수 있듯 규모는 본질을 바꾼다. 본질이 바뀌었는 데도 이걸 모르거나 외면한다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 서광원 |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필자는 경향신문,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영 전문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대한민국 리더의 고민과 애환을 그려낸 『사장으로 산다는 것』을 비롯해 『사장의 자격』 『시작하라 그들처럼』 『사자도 굶어 죽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등이 있다.
    araseo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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