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집권 기간은 ‘권도론’이 대두한 시대였다. ‘권도’란 보편 원칙이자 고정불변의 가치 기준인 ‘경도(經道)’가 시대 상황과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경도를 고집하기엔 나라가 처한 환경이 위태로웠기 때문에 인조 대 주요 정치인들은 권도를 주장했다. 인조 시대의 권도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교훈을 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은 현대의 우리에게 더욱더 필요한 자세다. 권도가 인간 마음의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임시방편의 ‘권’을 행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도’에 부합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정치든 경영이든 옳고 그름이나 맞고 틀림 중에서 선택이 이뤄지지 않는다. 각자 나름의 명분과 필요성을 갖춘 것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하는 순간부터 정답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의 가치관과 비전에 따라 선택을 한 뒤 그 선택이 정답임을 증명해야 한다. 선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인조(仁祖, 재위 1623~1649)의 집권 기간은 전후 복구, 폐정(廢政) 개혁, 정책 쇄신과 같은 시대적 과제 해결을 요구받음과 동시에 전쟁, 역모, 대기근111626년 병인년과 1627년 정묘년에 걸쳐 ‘병정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대기근의 와중에 정묘호란이 발발한 것이다.
닫기 등 비상 상황이 지속된 시기였다. 여기에 ‘오랑캐’라 업신여겼던 청나라를 상국(上國)으로 모시게 된 병자호란(丙子胡亂)의 패배는 조선인들의 세계관과 윤리 질서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 기존의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인조 대에 ‘권도(權道)’론이 전면에 등장한 이유는 그래서다. 권도란 보편 원칙이자 고정불변의 가치 기준인 ‘경도(經道)’가 시대 상황과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유교에서는 성인(聖人)의 가르침을 ‘경(經)’이라 해 반드시 따라야 할 준칙으로 간주하는데 아무리 경이 보편타당하고 올바르다고 해도 현실 세계의 변화와 다양한 변수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 보편성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고 원칙만 가지고서는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시방편으로 경도를 잠시 유보하거나 혹은 현실에 맞게 변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것이 바로 권도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변칙과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김준태akademie@skku.edu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