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엽편 소설: 우리가 만날 세계
오늘 아침 토스트를 구울 때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말랑말랑한 흰 식빵 두 장을 오븐형 토스터에 넣고 굽기 조절 다이얼을 2에 맞춘 다음 어떤 캡슐을 넣을지 고민했다. 도쿄 에스프레소? 이스탄불 룽고? 상하이 아르페지오? 그러다 시애틀 라떼를 먹기로 했다. 어제 마신 와인 때문인지 아직 속이 쓰려서 부드러운 커피가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홍색 캡슐을 커피머신에 넣고 추출을 시작한 사이 토스터에서 띵, 하는 알림음이 났다. 다 구워졌다는 알림이었다. 추출 중인 커피머신에서 물 끓는 소리가 요란히 났다. 겉면은 살짝 연갈색으로 변했으나 그 속의 식빵 결은 촉촉하게 살아 있는, 굽기 2로 구워진 식빵에서 피어난 맛있는 냄새가 작은 원룸 전체에 솔솔 퍼지고 있었다. 거기에 낱개 포장된 이즈니 버터를 반만 발라 그날 고른 커피를 곁들여 먹는 것.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 루틴이다.
이변은 오븐형 토스터의 뚜껑을 열었을 때 발생했다. 잘 구워진 식빵 두 장이 나와야 할 곳으로부터 웬 여자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해 얼굴이 다 튀어나온 것은 아니었다. 내 주방에서 제일 비싼 가전인 토스터는 돈값을 확실히 하는 물건이었지만 사람의 머리통이 들어갈 만한 크기는 절대 아니었다. 식빵을 차곡차곡 쌓아 넣으면 열 장 정도나 들어갈까? 하여튼 온전한 사람 얼굴이 그 안에 숨어 있다 튀어나올 수는 절대로 없었다. 지금 좀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그 얼굴은 단단한 축구공 같은 물질이 아니라 홀로그램같이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입체 화상(畫像) 느낌이었던 것 같다. 너무 생생히 잘 보이는 귀신같은 느낌?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