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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잡담의 효과

343호 (2022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잡담은 말 그대로 잡스러운 말이다. 불필요해 보이지만 사실 잡담은 긍정적인 첫인상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등 대인 관계에도 도움이 되며 비즈니스 파트너의 긴장과 경계를 풀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칭찬, 상대와의 공통점 등 잡담의 단골 소재를 갖고 지속적으로 상대방과 잡담을 주고받아야 한다. 잡담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누구와도 잡담을 할 줄 알아야 잡담 능력을 단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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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자주 타는 편이다. 특히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 중 하나다. 할머니들은 옆 사람과 잡담을 참 잘한다. ‘어디 갔다 오느냐’ ‘딸네 집에 김치 해주고 오는 길이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온갖 얘기를 거리낌 없이 한다. 그러면서 급속히 친해진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내리면서 아쉬워하기까지 한다. 처음 본 사람과 저렇게 쉽게 친해진다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처럼 느껴진다. 근엄하고 엄숙한 대한민국 아저씨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은 잡담을 자주 하는 편인가, 아니면 주로 진지한 얘기만을 나누는 편인가? 회의를 할 때 거두절미하고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가? 아니면 주제와 별 상관없는 얘기를 하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편인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가?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잡담이다. 잡담이란 말 그대로 잡스러운 말이다. 특히 팬데믹 사태 이후 원격 근무가 확산되면서 조직원들 사이에 잡담의 기회가 줄어들었다. 원격 근무를 원활히 하기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를 줄이고 일을 더 똑 부러지게 하는 데 집중했다. 잡담과 같은 일상 대화는 뒷전이다.

이처럼 잡담은 별로 효용성이 없어 보이는 말로 생각된다. 그런데 사실 그렇지 않다.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관계는 잡담에서 시작된다. 30초의 대수롭지 않은 잡담 속에도 한 사람의 인간성과 사회성이 응축돼 있다. 잠깐의 잡담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간파할 수 있고, 상대에게 자기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 잡담은 단순한 대화 능력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코로나와 전쟁 등으로 나날이 세상은 황폐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잡담이 중요하다. 잡담은 별것 아닌 듯해도 인간 사이에 온기를 전하는 매체다. ‘너’와 ‘나’를 연결하는 좋은 커넥터다. 발간된 지 꽤 지난 이 책 『잡담이 능력이다』를 지금 추천하는 이유다.

잡담이란 무엇일까?

잡담(雜談)은 섞일 잡, 말씀 담이다. 잡담을 비롯해 잡다(雜多), 잡문(雜文) 등 ‘잡’으로 시작하는 말은 대부분 좋은 의미가 아니다. 보통 자질구레하다는 이미지다. 그래서 잡담은 삼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과연 그럴까? 잡담이 그렇게 의미 없고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일까? 그렇지 않다.

잡담은 상대를 받아들이기 위한 행위이다. 잡담은 상대와의 거리를 좁혀준다. 잡담을 하는 순간 그 사람과의 사이에 다리가 만들어진다. 접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다리만 유지하면 다른 화제는 저절로 따라온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그 동물을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법이다. 잡담에 능한 주인이 다시 가고 싶은 가게를 만든다. 잡담은 땅 고르기와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분위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잡담은 타인을 고독에서 구한다. 스탠딩파티 같은 곳에서 인맥을 넓히고 싶다면 먼저 따분해 보이는 사람, 내내 서 있는 사람, 화제를 꺼내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무엇보다 좋은 건강 비결이다. 격의 없는 잡담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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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이란 자신보다 상대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쥐게 하는 행위이다. 내가 말을 하는 것보다 상대가 말을 해야 분위기가 뜬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떠드는 것보다 상대에게 질문하고 그가 한 말에 질문을 추가하는 것이 낫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집중하면 실패하지 않는다. 상대가 흥미로워 하는 얘기는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잡담이 왜 중요할까?

할 말이 없어 주뼛거리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잡담 한두 마디를 나눌 수 있다면 뻘쭘한 분위기는 금세 사라지곤 한다. 우리는 매일 잡담을 해야 할 순간에 처하고 또 매일 잡담을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잡담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래끼리 하는 대화에서는 엄청 활기를 띠는데 자신과 처지가 다른 사람, 세대가 다른 사람, 환경이 다른 사람과 맞닥뜨리면 꿀 먹은 벙어리가 돼 버린다. 이때 상대와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잡담 능력이 있다면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주변 사람에게 신뢰감과 안도감을 주며 좀 더 많은 만남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사회생활뿐 아니라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모든 상황에서 갖춰야 할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잡담은 반드시 익혀야 할 능력이다. 잡담을 해야 하는 이유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잡담을 잘하면 첫인상이 좋아진다. 인사만 달랑 하는 사람과 인사 후 간단하게 한두 마디 잡담을 하는 사람 중 누가 더 인상에 남을까? 인사 후 주고받는 아주 사소한 대화로 상대에 대한 감정은 크게 달라진다. ‘참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이란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둘째, 잡담 능력은 대인 관계에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거리낌 없이 대하는 사람은 주위에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인덕이 높고 평판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화술 자체는 뛰어나도 상대를 골라 말을 하는 사람, 싫은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 사람은 왠지 그릇이 작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어느 직장이든 다들 어려워하는 사람과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를 고르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가 가능한 쪽이 인정을 받기 마련이다.

셋째, 잡담은 분위기를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잡담은 인간관계의 불필요한 긴장감을 없앨 수 있다. 잡담은 마음에 빈 공간을 만드는 가스 빼기와 같다. 잡담은 마음의 디톡스이다. 긴장한 상태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넷째, 잡담을 하면 상대를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 현대인은 늘 긴장하면서 살고 있다. 어깨에 늘 힘이 들어가 있다. 근데 이런 상태에서는 진실한 얘기를 나누기 어렵다. 긴장시키는 건 쉽지만 긴장 풀어주는 건 어려운데 긴장을 풀어주는 좋은 방법이 바로 잡담을 건네는 것이다. 잡담을 건넨다는 건 ‘전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과 친해지고 싶습니다. 저랑 친하게 지내요’란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다.

다섯째, 잡담이 실제 일에 도움이 된다. 최고의 영업은 ‘영업을 하는 것 같지 않지만 영업을 하는 것’이고, 최악의 영업은 ‘무조건 들이대는 것’이다. 우수한 영업사원은 상품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잡담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잡담으로 무장해제를 시켜 고객이 알아서 물건을 사게 한다. 수업을 잘하는 교수 역시 본론만 얘기하지 않는다. 잡담을 적당히 섞어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내용을 학생에게 전달한다. 예능 프로를 잘 진행하는 사람의 핵심 능력 역시 잡담하는 능력이다. 잡담이 사실 중요한 능력이다. 누구 하고나 잡담을 잘한다는 건 엄청난 무기를 장착한 것과 같다.

잡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잡담에 능해지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 원칙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잡담은 알맹이가 없어야 한다. 알맹이가 없다는 데 잡담에 의의가 있다. 둘째, 잡담은 인사에 더해 이뤄진다. 인사를 나눈 후 던지는 가벼운 그 무엇이다. 셋째, 잡담에는 알맹이가 없고 목적이 없는 만큼 결론 따위는 필요 없다. 넷째, 잡담은 과감해야 한다. 과감하게 시작하고 과감하게 맺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잡담은 훈련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5가지 원칙을 이해한 다음 잡담의 기본 매너를 익히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누구라도 잡담을 통해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말솜씨가 좋은 것과 잡담에 능한 것은 분명 다르다. 쓸데없는 말로 치부해 잡담을 싫어했던 사람도, 말주변이 없는 사람도, 숫기가 없는 사람도 말문이 트여 바로 써먹을 수 있다.

잡담은 토론이 아니다. 결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능수능란한 화술과도 관계가 없다. 알맹이가 없는 의미 없는 대화일지라도 분위기를 만들어 상대의 호감과 신뢰를 얻는 데 의의가 있다. 필요한 것은 잡담을 이어갈 수 있는 스킬이다.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긍정과 칭찬으로 대하는 것,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아 화제를 이끌어 가는 것 등이 그러하다. 잡담은 화제가 풍부하거나, 수다를 좋아하거나, 말솜씨가 뛰어난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잡담을 하다 보면 화제는 수평적인 방향으로 확대돼 간다. 상대가 잘 모르는 얘기를 하면 일단 들어보면 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일문일답은 거절과 같다는 것이다. 묻는 말에만 기계적으로 답하면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잡담은 캐치볼과 같다. 볼을 받았으면 이를 상대에게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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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은 언제 해야 할까? 가장 좋은 타이밍은 스쳐 지나는 30초다. 일상생활의 사건 사고는 절호의 잡담 기회이다. 다수 속의 소수인 상황은 잡담을 하기에 최고의 상황이다. 곤혹스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사람은 한결 기분이 상쾌해진다. 함께 겪은 사건 사고도 잡담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한다.

잡담을 단련하는 방법

첫째, 칭찬이다. 칭찬으로 마음 문을 여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한다. 최선은 사소한 칭찬이다. 칭찬은 잡담의 기본이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특별할 것 없는 부분을 칭찬하면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잡담이란 함께 있는 동안 서로 간 거리를 좁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면 칭찬이 지름길이다.

둘째, 상대와의 공통점을 찾는 것이다. 대상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지금 핫한 화제를 입수했다면 바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매일 뉴스와 신문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 잡담 소재를 얻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잡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려면 정보는 새로울수록 좋다. 정보나 뉴스는 살아 있는 것이다. 생선회와 마찬가지로 신선해야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 일상에서의 궁금증도 훌륭한 잡담 소재이다. 남에게 들은 이야기도 잡담 소재로 훌륭하다. 떠도는 소문에 양념을 더해 한층 재미있게 전할 수 있으면 잡담이 무르익는다.

셋째, 말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골이 아닌 패스에 능해야 한다. 잡담에서는 상대의 화제와 자신의 화제가 차지하는 비율, 즉 화제 지배율이 중요하다. 잡담은 화제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상대에게 패스를 돌리고 그로 하여금 화제를 지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도 필요 없다. 결론이란 골을 향해 슛을 날려서는 안 된다.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몰라도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력으로 이어가면 된다.

넷째, 자의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잡담을 못 나누는 이유 중 하나는 강한 자의식이다. 요즘 사람들은 말을 잘 건네지 못한다. 과도하게 쑥쓰러워하거나 낯을 가린다. ‘내가 어떻게 말을 걸어?’ ‘상대가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잡담을 잘하고 싶다면 자존심은 잠시 내려놓는 것이 좋다. 잡담을 한다는 건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장벽을 없애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자는 것 외에 별 게 아니다.

다섯째, 사람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흔히 그 사람과는 급이 맞지 않는다면서 까칠하게 구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와 다른 사람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 않는다. 잡담은 다르다. 잡담은 누구 하고나 할 수 있다. 누구 하고나 잡담을 할 수 있다는 건 별다른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럼 어떤 얘기를 소재로 삼아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한눈에 들어오는 범위 내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보면 된다. ‘이건 뭐예요’라고 묻기만 해도 괜찮다. 잡담을 잘하기 위해서는 소재 창고를 갖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늘 감성의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럼 정보 감각이 높아져 다른 사람보다 민감하게 자극에 반응할 수 있다. 다른 정보를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게 되는데 이것이 잡담의 기초 체력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 잡담 능력은 선천적인 게 아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잡담을 잘하는 사람과 절대 잡담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사람과 급이 맞는 사람과는 말을 잘하지만 자신과 다르거나 급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는 사람이다. 늘 잡담으로 분위기를 만들고 본론은 천천히 하는 사람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얘기하는 사람이다. 쉽게 말을 걸고 누군가 말을 걸 때 잘 응대하는 사람과 절대 남에게 말도 걸지 않고 남이 말을 걸어도 답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여러분은 이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kthan@assist.ac.kr
필자는 서울대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애크런대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핀란드 헬싱키경제경영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를 받았다. 대우자동차 이사, IBS컨설팅그룹 상무, 한국리더십센터 소장, 서울과학종합대학교 교수 등을 지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