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인조 - 오달제

“전하의 덕이 신하를 감동시키지 못했기 때문”

김준태 |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나는 부하 직원에게 잘해주는데 직원들은 왜 마음을 열지 않을까?’ ‘야단칠 만한 일이어서 얘기한 건데 왜 후배는 강압적이라며 싫어할까?’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본 리더라면 인조가 낸 과거시험 문제에 오달제가 답한 내용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오달제는 진심을 다하지 않는 신하가 불만이라는 인조에게 “전하의 덕이 신하를 감동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임금이 임금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했는지부터 돌아보라는 의미다.



관계는 쌍방향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양측이 끊임없이 소통하고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성공할 수 없다. 임금과 신하도 마찬가지다. 일찍이 촉한의 황제 유비는 제갈공명을 가리켜 “나에게 공명이 있음은 물고기에게 물이 있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물이 없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하지만 동시에 물고기가 없으면 물도 존재 의미를 잃는다. 임금과 신하가 쌍방향 관계를 맺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1634년(인조 12)에 열린 별시(別試) 문과에서 인조는 바로 이 문제에 관해 질문했다. “임금이 있으되 신하가 없으면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질 수 없고, 신하가 있으되 임금이 없으면 그 재능을 펼칠 수가 없다. 하여 둘은 반드시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합치된 사례를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 임금이든 신하든 혼자 잘나봐야 소용이 없다. 임금은 신하의 보좌를 받아야 하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노력하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모범을 보여준 임금과 신하는 드물다. 요순(堯舜) 임금 같은 전설적인 성군(聖君)과 그의 신하들 정도랄까? 말하긴 쉽지만 실천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조도 부연하는 질문을 덧붙였다. “한나라 문제(文帝)는 현명하였으나 가의(賈誼)1 를 박대하여 등용하지 않았고, 명석한 무제(武帝)도 동중서(董仲舒)를 소홀히 대해 등용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천고의 한으로 남는다. (중략) 당나라 태종(太宗)이 위징(魏徵)2 과, 현종이 장구령(張九齡) 3 과 서로 마음이 맞았으나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송나라 신종(神宗)은 어진 군주였지만 왕안석 4 을 중용하여 변법의 근심을 초래하였고, 효종은 나라를 중흥시킨 영명한 군주였으나 장준(張浚) 5 에게 국정을 맡겨 (금나라에 빼앗긴 땅을) 수복하는 공적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수준 이하의 군주와 신하는 아예 논의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군주가 좋은 신하를 외면하거나, 사이가 틀어지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을 파악해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것이다.

127


이에 대해 훗날 병자호란 때 ‘삼학사(三學士)’로 청나라에 압송됐던 오달제(吳達濟, 1609∼1637)의 답안지를 보자. 오달제는 이 시험에서 장원급제했다. “임금이 신하를 가리면 사방의 인재를 불러올 수 없고, 신하가 임금을 못마땅하게 여기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없습니다. (중략) 임금은 신하를 예로써 대하고, 신하는 임금을 충심으로 섬겨야 합니다. 그런데 임금은 자신이 예를 지키지 못한 것을 알지 못하고, 신하가 불충한 것만을 한탄하고, 신하는 자기가 불충한 것은 알지 못하고 임금이 예를 지키지 않는 것만 근심합니다.”

군주도 사람인 이상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정치 이념과 비전이 같다든가,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이 맞는다든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한다든가 여부에 따라 특정한 신하를 총애하기도 하고 꺼리기도 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과 친해지고, 불편한 사람과 멀어지는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그렇더라도 임금은 항상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임금이 신하를 가리게 되면 임금이 선호하는 신하만 기회를 얻고 임금이 좋아하지 않는 신하는 소외된다. 임금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아예 출사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많은 인재가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사장돼 버린다. 임금이 예로써 신하를 대해야 한다는 말은 신하에게 주관적인 감정과 호불호를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설령 나와 맞지 않는 인재라도 존중하고 예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그 신하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게 된다.

가입하면 무료

  • 김준태akademie@skku.edu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초빙교수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