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B. 캐럴, 춘카 무이
기업은 여러 피할 수 없는 이유로 손실을 보곤 한다. 미국 항공사들이 9·11 테러로 인해 비행을 중단해야 했던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러나 지난 25년 간 미국 기업들이 겪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 750건을 분석한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이 가운데 거의 절반 가까이는 피할 수 있었던 결과임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경우 실패 원인은 많은 기업 문건이 지적하는 실행의 착오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전략에 있었다. 막대한 투자 손실, 수익성 없는 사업 부문의 철수, 파산 등을 수반하는 이 실패들로 기업들은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손해를 보았다. 애석한 것은 경영진이 지난 사례들을 살펴보기만 했더라도 회사를 구하고 투자자들의 곤경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연구를 통해 우리는 기업들을 실패로 이끈 일곱 가지 잘못된 전략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인접 시장으로 보이던 분야가 사실은 완전히 다른 사업 분야로 판명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0년대 북미 최대 스쿨버스 운영사인 레이들로는 구급차 사업에 대대적으로 뛰어들었다. 자사의 운송 노하우가 사업 운영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구급차 운영은 사실 운송 사업이라기보다 복잡하고 심한 규제에 얽매인 의료 사업의 일부였다. 레이들로는 계약 협상과 서비스 이용료 회수에 난항을 겪다가 결국 상당한 손실을 본 채 구급차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유사 사업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회사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인접 사업 진출은 경영진에게 위험 신호를 간과하게 하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일곱 가지의 위험한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시너지라는 신기루
기업들은 자사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강점을 지닌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 그러나 전체가 항상 부분의 합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 신체 장애 보험회사인 우넘과 프로비던트의 1999년 합병 사례를 살펴보자. 각각 법인 고객과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던 이들 회사의 경영진은 각 회사의 영업인력들이 서로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사실 두 회사는 완전히 다른 사업 모델과 고객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우넘의 영업인력들은 법인 영업 정책에 따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일했고, 프로비던트의 영업인력들은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을 폈다. 그들은 각각 상이한 기술을 지니고 있었으며, 교차 판매를 위해 협력해야 할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많은 비용을 요구함과 동시에 복잡한 문제들을 초래했다.
합병은 양측에 비용 부담만 높이고 손해배상 거부에 대한 고객들의 반발을 증폭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 연이은 법정 소송으로 우넘프로비던트는 기업 이미지와 재정 면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우넘은 합병을 무효화하며 2007년 개인 고객 시장에서 물러났다. 우넘의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아직까지도 1999년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넘은 지금도 고객들의 집단소송으로 인한 분쟁에 휘말려 있다.
시너지가 분명 존재한다 해도 그에 대한 지나친 욕심은 회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퀘이커 오츠는 낡은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스내플의 직송 체제 및 개별 유통망을 이용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스내플을 사들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17억 달러의 매입 금액이 사실 10억 달러 이상 부풀려진 것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퀘이커 오츠는 스내플의 유통업자들이 게토레이와 다른 퀘이커 오츠 제품을 밀어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매입 3년 만에 퀘이커 오츠는 스내플을 3억 달러의 금액에 매각했다. 경영진이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것 자체에 그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한다면 시너지를 얻기보다 더 소중한 기회를 잃을 수 있다. 또한 상이한 문화·기술·체제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확실시 되던 시너지 효과도 달성하지 못한다.
2. 잘못된 금융 전략
공격적인 금융 정책이 반드시 금융 사기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지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위험은 매우 커서 브랜드와 기업 이미지, 나아가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으며, 경영진도 막대한 벌금이나 징역형에 직면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부업체와 그들을 지지하던 은행들이 그린 트리 파이낸셜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들은 신용이 부실한 사람들에 대한 자금 대출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깨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1990년대에 증권가를 주름잡던 그린 트리 파이낸셜은 이동식 주택에 대한 30년 만기 모기지 사업으로 부를 축적했다. 이들 이동식 주택의 수명은 기껏해야 10년이다. 때문에 주택의 현금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한다. 5만 달러에 구매한 뒤 3년이 지나면 집 값은 2만5000달러로 하락하는 반면에 집 주인은 원금만 4만9000 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시점에 이르면 집 주인들은 대출금을 연체하기 시작한다.
한편 그린 트리 파이낸셜은 연체 및 선납금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 아래 ‘매각 수익’에 입각한 수익 산출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또한 대출 건수에 기반하여 수익이 늘어나므로 주택 구매자의 신용 평가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린 트리 파이낸셜의 급속한 성장세에 주목한 인디애나의 생명 및 건강 보험회사 콘세코는 1998년 65억 달러에 그린 트리를 사들였다. 자사의 금융 서비스 영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펼치기 위한 행보였지만 콘세코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콘세코는 그린 트리와 관련하여 거의 30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봄으로써 결과적으로 1994∼2001년에 벌어들인 수익 전부를 잃게 되었다. 2000년 4월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힐버트의 사임에 이어 2002년 결국 콘세코는 미국 상법 11조에 입각한 파산 보호 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이는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파산이었다.
그린 트리 파이낸셜의 흥망성쇠와 여기에 얽힌 콘세코의 운명은 우리에게 금융 전략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문제점을 시사한다. 첫 번째, 이는 부실 신용 모기지와 같이 결함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상품은 단기적으로는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대출을 유도함으로써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게 한다. 그린 트리의 사업 모델은 회사가 낮은 이율로 단기자금을 융통하고 높은 이율로 자금을 대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기반이 되는 모기지 상품의 결함이 드러나는 순간 그 운영 체제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측면에서 비상식적이고 무모했다.
지나치게 빈틈없는 금융 보고 역시 위험하다. 특히 수익 신장과 보너스 개선을 위한 전략을 담고 있을 경우 위험성이 높다. 이런 전략은 외부 감사자의 검토를 거친 경우라 하더라도 금융 사기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다른 공격적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전략은 중독성이 매우 크다. 늘어난 수익에 보내는 투자자들의 환호에 고무되어 회사는 좀 더 기발한 전략을 시도하다가 일을 그르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