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 회장이긴 하지만 경제사범이 아닌 폭력사범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톱뉴스이던 김 회장의 폭력 사건은 도덕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중심이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볼 때 한 기업이 최고경영자(CEO)의 비리로 인한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교훈을 남겼다. 수많은 위기 현장에서 CEO를 위한 컨설팅을 해온 필자는 이 사건을 보면서 바람직한 위기관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함수 공식을 만들어 보았다.
DCMR=f(IPD, EPD; LRM, RRM)
내·외부 시각 종합해 의사결정
먼저 앞의 두 가지 요소를 보자. 바람직한 위기관리 결과(DCMR·Desirable Crisis Manage -ment Results)는 내부와 외부의 정치적 역학관계(IPD·Internal Political Dynamics, EPD ·External Political Dynamics)를 ‘균형 있게(balanced)’ 고려하여 의사결정하는 데서 나온다. 여기서 균형이라는 말은 50대50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40대60이 될 수도, 70대30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은 교과서적인 위기관리 지식보다 경험으로 축적된 상황 판단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통찰력(insight)’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보자. 한화그룹에서는 지난해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이슈가 불거지자 언론에 ‘김승연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라는 자료를 배포해 여론을 더 악화시키는 실수를 했다. 이는 외부의 역학을 무시한 채 ‘회장님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부 정치적인 상황만을 고려한 악수(惡手)로 보인다.
위기 상황에서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내부 상황에 정통한 임원 외에 외부 역학 관점에서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을 포함시켜야 한다. 보통 이러한 외부 조언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업의 반대편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렇게 내·외부의 시각을 종합하여 의사결정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법뿐 아니라 공중과의 관계도 고려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람직한 위기관리 결과는 법적인 리스크 관리(LRM·Legal Risk Management)와 공중과의 관계 리스크 관리(RRM·Relationship Risk Management)의 균형에서 나온다.
한화그룹뿐 아니라 여타 기업의 위기관리 방식을 보면 검찰에서 자기 회사의 잘못을 밝힐 때까지 침묵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위기관리라는 것을 법정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리스크 관리로만 보기 때문에 나오는 실수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피고의 유죄를 법정이 밝힐 때까지 피고는 무죄다. 그러나 언론으로 대변되는 ‘여론의 법정’에서는 이슈에 휘말리는 순간부터 자신이 무죄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유죄’로 낙인찍히게 된다. 즉 법적인 리스크 관리와 공중과의 리스크 관리는 그 메커니즘이 반대이다. 이러한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한 쪽 패러다임만을 고려해 의사결정하면 오류를 범하게 된다.
CEO들이여, 위기관리의 공식과 기술은 바로 균형(balance)이 핵심임을 잊지 마시길.
필자는 PR 컨설팅 회사인 에델만코리아 대표를 거쳐 현재 위기관리 코칭 회사인 더랩에이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다. 블로그 ‘2.0시대 김호의 쿨 커뮤니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김호hoh.kim@thelabh.com
- (현)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
- PR 컨설팅 회사에델만코리아 대표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공인 트레이너(CMCT)
-서강대 영상정보 대학원 및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