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측정 프레임워크

의도가 선하다고 임팩트 있을까?
5단계 변화이론으로 측정해보라

270호 (2019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임팩트 측정을 위한 변화이론(Theory of Change) 5단계 프레임워크
: 개도국 대상의 정보기술(IT) 교육사업 사례 예시

1. 투입(Inputs) - 강사, 행정요원 등 인적자원과 교실, 컴퓨터 등 물적 자원
2. 활동(Activities) - 커리큘럼 작성, 강사 섭외, 학생 선발
3. 산출(Outputs) - 연 4회에 걸쳐 50명씩 교육해 총 200명 수료생 배출
4. 결과(Outcomes) - 수료생 취업률, 임금 수준, 채용 후 근속기간
5. 영향(Impacts) - 수료생 및 수료생 가족들의 삶의 질 향상



오늘날 인류는 빈곤, 질병, 환경오염, 교육 격차 등 다양한 사회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선한 의도(good intention)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내세운 솔루션이 정말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솔루션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세상에 좋은 영향(good impact)을 끼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임팩트의 측정이다.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장경제 시스템은 지금까지 국가와 개인의 부의 증대를 가져왔고, 절대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공헌을 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시장 실패의 영역이 존재하며, 이를 교정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과 규제를 활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바로 정부 실패다. 이에 제3 섹터, 즉 시민사회조직(civil society organizations)이 등장했다. 비정부기구(NGO)나 비영리조직(NPO) 등 정부나 민간섹터에 속하지 않는 시민 주도 조직은 지금까지 환경, 보건, 교육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고도의 헌신을 통해 일정한 성과를 거둬 왔다.



그러나 시민 사회 주도의 사업들은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의 우물 파주기 프로젝트가 대표적 예다. 캄보디아는 메콩강의 풍부한 수자원에도 불구하고 식수 부족이 심각한 나라다.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고 우물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0여 년간 국제구호단체 및 NGO 등이 캄보디아에 우물 파주기 운동을 실시했고, 그 결과 수만 개로 추정되는 우물이 생겼다. 하지만 현재 캄보디아 내 우물 대부분은 무용지물이거나 예산 부족으로 방치돼 있는 상태다. 한정된 예산하에서 ‘보여주기식’ 프로젝트로 우물을 파다 보니 너무 얕게 파서 비소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마저 심각한 상황이다. 유네스코에 의하면 오염된 우물물을 먹고 사망하는 5세 이하 캄보디아 어린이가 연 2000명 이상이다. 1

임팩트 측정이 중요한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만약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임팩트를 측정해 봤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물만 많이 파는 게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산은 항상 부족하다. 애플이나 삼성이라 해도 무한한 예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을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배분할 것이냐다. 캄보디아 우물 파주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호단체나 NGO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활동이 부정적인 임팩트(수질 오염에 따른 아동 사망률 증가)를 가져올 수 있음을 인지했다면 어땠을까? 우물을 몇 개 더 파는 것보다는 그 돈을 철저한 사전 조사, 수질 개선/검사 등의 사후 관리에 투입해 안전한 식수 공급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에 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았을까?

우리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열심히 활동을 해도 그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목표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긍정적 임팩트일 수도 있고, 심지어 전혀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임팩트가 생길 수도 있다. 긍정적 임팩트를 최대화하고 부정적 임팩트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임팩트 측정을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믿을 수 있고 시의성 있는 정보를 도출하고, 이를 평가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임팩트 측정을 위한 프레임워크: 변화이론(Theory of Change)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임팩트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질문, 1) 우리 조직이 만들어내려는 임팩트가 무엇이고, 2) 우리가 사람들에게 약속한 임팩트는 무엇이며, 3) 우리가 실제로 만들어낸 임팩트는 무엇인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선정하고, 이를 누가, 언제, 어떻게 측정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이때 유용한 프레임워크가 ‘변화이론(TOC, Theory of Change)’이다.

변화이론은 사회문제가 해결되고 바람직한 사회변화(social change)가 일어나는 과정을 ▲투입(inputs) ▲활동(activities) ▲산출(outputs) ▲결과(outcomes) ▲영향(impacts) 등의 5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레임워크다. (그림 1) 예컨대, 캄보디아에서 정보기술(IT) 교육사업을 수행하는 NGO를 생각해 보자. 이 사업을 실행할 때 기본 가정은 ‘IT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취업이 잘될 것이며, 따라서 가구소득이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배우자가 아플 때 병원에도 보내고, 아이들도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 사회 변화가 예상되는 사업이기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본 사업에 국민의 세금인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투입할 정당성이 생긴다.

가령, KOICA가 캄보디아에 1억 원을 제공하기로 하고, 해당 NGO는 연 4회에 걸쳐 한 번에 50명씩 총 200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IT 교육사업을 수행하기로 했다고 치자. 변화이론 관점에서 이를 위해 필요한 첫 번째 단계는 ‘투입’을 결정하는 일이다. 먼저, 얼마나 많은 인적 자원(예: 강사, 행정요원 등)과 물적 자원(예: 교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투입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은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커리큘럼을 구성(예: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론 등)할 것인지 생각해야 하고, 교안도 만들어 각 과목을 얼마나 깊이 가르칠지 고민해야 한다. 누가 가르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강사 자격 요건을 만들고 실제 섭외에 나서야 하며, 어떤 학생들을 모집해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이 밖에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일정 기획 및 운영전략),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시험을 쳐서 일정 점수 이상이면 패스, 전 과목을 패스하면 수료 등의 원칙 수립), 사후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잠재적 고용주와의 인터뷰 주선, 잡페어 운영, 보수교육 제공 등) 등과 관련된 활동들도 수행해야 한다.



세 번째 ‘산출’ 단계에선 실제 운영된 연간 교육프로그램 운영 횟수, 수료생 수 등의 지표를 관리하게 된다. 예컨대, NGO에서 프로그램을 4회 운영한 후에 수료생 200명을 배출했는데, 아직 예산이 1000만 원 정도 남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돈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이때, 만약 사업성과를 산출에 의해 평가받는다면 프로그램을 1번 더 돌리고 수료생을 50명 추가 배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할 경우 기존 목표치 대비 25% 초과 달성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곳은 1억 원을 투입해 수료생을 200명 배출했지만 우리는 같은 예산을 투입해 250명을 배출했으니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전혀 다를 수 있다. 만약 250명의 수료생을 추적해 본 결과 오직 30명만 취직이 됐다고 치자. ODA 자금을 1억 원씩이나 투입했는데 취업률은 고작 12%에 불과하고, 나머지 수료생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일정한 소득 없이 힘들게 산다면 과연 이런 사업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산출 다음 단계인 ‘결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만약 이 사업을 수료생 배출 인원 같은 ‘산출’ 지표가 아니라 취업의 양(예: 취업자 수, 취업률 등)이나 취업의 질(예: 임금 수준, 채용 후 근속기간, 고용주/피고용자 만족도) 같은 ‘결과’ 지표를 가지고 평가한다면 어땠을까? 아마 NGO는 남은 예산 1000만 원으로 무작정 50명을 더 교육하기보다 공개 취업 설명회라든가 구인 회사들과의 인터뷰 주선 등을 통해 기존 수료생 200명의 취업을 돕는 방향으로 남은 예산을 사용했을 것이다. 분석 결과 취직이 안 되는 이유가 커리큘럼의 문제였다면 남은 예산으로 취직에 필요한 과목을 추가로 가르쳐야 할 것이고, 강사의 문제였다면 남은 예산으로 실력 있는 강사를 초빙해 중요한 내용을 재교육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취업한 수료생 숫자가 120명이 됐다고 가정해 보자. 1억 원을 투입해 200명을 교육하고 이 중 60%가 취직해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면 꽤 괜찮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똑같은 상황에서 사업을 산출 지표로 평가하는 것과 결과 지표로 평가하는 것은 자원배분 전략 및 이에 따른 성과에 있어 상당히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결과 지표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예컨대, 취직한 120명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조사해 본 결과, 상당수의 가정에서 여전히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있고 배우자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면 애초에 기대했던 ‘영향’은 생기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하는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선 이에 대한 심층 조사가 필요하다. 삶의 질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해 본 결과, 많은 수료생이 취직해 받은 월급으로 술을 먹거나 도박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원래 기대했던 소셜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 이 NGO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1000만 원의 남은 예산을 가지고 다른 NGO와 협력해 금주/절주 워크숍이나 저축/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원하는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변화이론에 근거해 적절한 성과지표를 도출하고, 이를 단계별로 지속적으로 측정해서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정된 예산을 체계적으로 지혜롭게 사용해야 한다.


무작위통제실험법(RCT)을 활용한 임팩트 측정
어느 국제 NGO가 아프리카에서 콜레라를 예방해 사망률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문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임팩트를 측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초선(baseline) 사망률을 측정한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사후 사망률을 다시 측정해 사전-사후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프로그램 운영 후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를 알아보니 컨설팅회사가 사전 측정을 건기에, 사후 측정을 우기에 하는 바람에 프로그램과 상관없이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 NGO는 이런 외부 변수로 인한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다음 해부터는 사전-사후 측정을 동일한 건기에 실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절적 요인만 고려한다고 해서 다른 외부 변수 영향까지 모두 통제하기란 어렵다. 예컨대, 프로그램 진행 기간 중에 갑자기 다른 전염병이 돌아서 사망률이 높아진다면 여전히 프로그램 때문에 사망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사전-사후 비교는 외부 변수의 영향을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의미가 제한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을 실험그룹과 통제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한 후, 실험그룹에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통계 용어로 ‘개입(intervention)’)하고, 통제그룹에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은 채 사전-사후 측정을 해 그룹별 사전-사후 차이를 먼저 구한 후, 다시 그룹 간 차이를 구하는 ‘차이의 차이(difference-in-difference)’ 접근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림 2)

이 방식을 택하면 양쪽 그룹이 건기-우기 등 측정 시점의 차이나 다른 전염병의 발발 등 외부 변수에 똑같이 노출된다. 따라서 이런 실험 설계 결과 측정된 ‘차이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면 이는 프로그램 운영(개입)으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과관계상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를 무작위통제실험법(RCT, Randomized Control Trial)이라고 부른다. 국제사회에서는 RCT를 통해 임팩트를 측정한 경우에 한해서만 의미 있는 임팩트 측정치로 인정한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RCT 기반 실험디자인(experimental design)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임팩트를 측정한 사례가 있다. 1년 중 10개월이 겨울인 몽골의 경우 석탄 사용량이 많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석탄 구입에 사용해 경제적 부담이 높다. 석탄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탓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세계에서 공기오염이 제일 심한 도시라는 오명까지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몽골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것은 물론 아이들의 폐 기능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는 이와 같은 복잡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몽골에 사회적 기업 굿셰어링(Good Sharing)을 설립하고 지난 2010년부터 적정기술 제품인 ‘지세이버(G-saver)’를 생산하고 있다. 지세이버는 석탄의 완전연소를 도와 석탄 사용량을 50% 가까이 줄여주는 축열기로, 2017년 2월까지 7만 대 이상이 몽골 각지에 보급됐다. (그림 3)



필자가 참여한 연구팀은 KOICA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몽골 내 600여 가정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RCT 기반 임팩트 측정을 실시했다. 2 그 결과 지세이버 사용자들은 비사용자에 비해 연평균 454㎏의 석탄(약 10만 투그릭, 한화로 약 4만 원)을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7만 대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경제적으로 볼 때 대략 28억 원(7만 대×4만 원) 정도의 절감 효과가 생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환경적 측면에서 살펴볼 때 약 3만2000t의 석탄 사용 감소에 상응하는 6만5000t의 CO₂ 감축 효과를 얻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2018년 7월 기준 탄소배출권 시장 가격(t당 2만8000원)을 고려할 때 약 18억 원의 가치에 해당한다. 정부 시장화 안정가격인 t당 2만3500원을 적용하더라도 약 15억 원의 가치가 1년 만에 창출된 셈이다. 3 보수적 관점에서 경제적 효과(가처분 소득 증가액)인 28억 원과 환경적 효과(CO₂ 감축) 15억 원을 합치면 1년에 약 43억 원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며, 지세이버의 예상 내구 연수 5년을 곱하면 약 2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KOICA가 투자한 30억 원 정도의 금액을 생각해보면 사회적 투자수익률(SROI, Social Return on Investment), 즉 투자 대비 창출된 사회적 성과가 매우 높았던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지세이버 사용자들은 두통, 후두통 등 건강적 측면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보였으며, 삶의 질 측면 역시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세이버가 창출한 건강적 효과와 삶의 질 효과까지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면 더 큰 규모의 사회적 성과가 예상된다.





특히 괄목할 만한 것은 직원들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 측면이었다. 한 여성 직원의 경우 2012년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경력 단절 상태였고, 청소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면 컴퓨터가 폭발할까봐 컴퓨터를 켜지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2∼3년 후에는 회사에서 제공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도면 보는 법, 용접, 절삭 공정 등을 배웠고,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정도가 됐다. 이후 이 여성 직원은 부공장장이 돼 몽골 지방에 제2공장을 세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지금은 공장장이 돼 부하직원들을 잘 이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몽골 현지의 사회적 기업 굿셰어링은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사회문제를 해결한 데서 그치지 않고 몽골 사회를 이끌어나갈 비즈니스 인재 양성이라는 임팩트까지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임팩트 측정의 어려움과 필요성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화폐로 측정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비교가 용이하다. 반면 NGO나 사회적 기업 등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즉 소셜 임팩트는 다면성과 다차원성을 가지고 있어서 측정이 쉽지 않다.

먼저, 임팩트의 다면성은 사회문제의 다양성과 연관된다. 빈곤, 질병, 교육 격차, 환경오염 등 사회문제가 다양한 만큼 관련된 임팩트도 다면성을 가지게 된다. 지세이버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임팩트 측정 시 ▲경제 ▲환경 ▲건강 ▲삶의 질 ▲임파워먼트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핵심은 각각의 사업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다면적으로 측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소셜 임팩트를 측정할 때 표준화된 지표를 설정하고 활용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임팩트의 다차원성과 관련해서는 임팩트의 넓이(width), 깊이(depth), 길이(length)의 삼차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똑같은 1억 원의 사업 예산을 가지고 어떤 프로젝트는 우간다의 초등학생 1만 명[넓이]에게 영어 알파벳이나 기본적 산수 계산법[깊이]을 일주일간[길이] 가르칠 수도 있고, 어떤 프로젝트는 볼리비아의 발달장애 청년 20명[넓이]에게 직업훈련교육을 한 후 취직까지 연계하는 사회통합(inclusion) 프로그램[깊이]을 1년간[길이]에 걸쳐 운영할 수도 있다. 전자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좀 더 넓은 임팩트 창출에 중점을 둔 경우라면 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은 임팩트를 창출하는 쪽에 중점을 둔 경우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크고 좋은 성과인가에 대해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떤 프로젝트든 임팩트의 다차원적 측면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회사 입장에선 자원 배분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 임팩트 투자자 입장에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임팩트 측정에 있어서 아마도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작업은 해당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노력과 그 결과에 대한 측정 및 평가일 것이다. 이는 개도국에서 진행되는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밖에도 임팩트는 화폐로 환산하기 곤란하고 그 성격이 주관적이며 사회적 맥락에 따라 똑같은 성과의 가치가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측정 및 평가가 쉽지 않다.

사실 모든 NGO나 기업이 항상 임팩트를 측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세이버처럼 이미 투자가 많이 이뤄져 사업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돼 있고 생산과 운영이 안정화돼 있는 경우에는 임팩트를 정밀하게 측정해 사업의 성과를 증명하고(prove) 마케팅, 재무 등의 측면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으로 삼는 것이 좋다. 반면, 사업 초기 단계로 생산과 운영의 안정화부터 이뤄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임팩트를 측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임팩트 측정에 들어가는 예산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정 없이는 관리할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임팩트 측정과 관련된 이론을 확립하고 측정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 투자자, 정부기관, 납세자,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원하는 임팩트 측정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원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배분이 이뤄질 수 있고, 증거(evidence)에 기반한 전략 수정을 통해 사업 개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온 증거를 적절히 평가해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할 때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때서야 비로소 임팩트 투자자, 재단, 정부기관, 국제기구 등에서 더 많은 재원이 생태계로 유입될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더욱 확장·발전시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필자소개 신현상 한양대 경영대 교수/임팩트리서치랩 대표 hyunshin70@hanyang.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 UCLA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롱아일랜드대 경영대 조교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조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마케팅 ROI, 신제품 개발, 사회혁신 등이며 현재 한양대 국제부처장, 스탠퍼드사회혁신리뷰(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한국어판 편집장 및 임팩트리서치랩 대표를 겸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5호 Fake Data for AI 2022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