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경영 찾기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함으로써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히겠다.” 최근 롯데그룹이 온라인사업 강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매출 40조 원의 18% 수준인 온라인 매출을 2022년에는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작업이 ‘온라인몰 통합’입니다. 엘롯데, 롯데마트몰, 롯데닷컴, 롯데아이몰 등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온라인몰을 통합해 운영함으로써 ‘옴니채널’을 완성하겠다는 겁니다. ‘개별 회사 단위’를 기준으로 운영해왔던 유통 비즈니스를 ‘온·오프라인 채널’ 기준으로 재구성한다는 복안입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이전처럼 온라인 사이트를 이곳저곳 기웃거리지 않고도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통합된 온라인몰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고객 맞춤형 상품도 제안할 수 있겠죠.
롯데의 새로운 전략 방향을 접하며 일본 츠타야서점이 고객을 접근하는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파는 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다이칸야마의 그 서점 말입니다. 가정·살림, 건강·취미, 경제·경영, 국어·외국어, 여행, 역사, 예술, 인문 등등. 대부분의 서점이 채택하고 있는 도서 분류 기준입니다. 츠타야는 이런 분류 체계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예컨대, 『헬싱키의 건축』이라는 책과 『헬싱키의 음식』이라는 책은 전혀 다른 서가에 꽂혀 있을 겁니다. 건축과 음식은 기존 분류 체계로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헬싱키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둘 다 필요할 수 있는 책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서 만든 일방적인 기준에 맞춰 뭔가를 팔려고 하니 기꺼이 지갑을 열어 구입을 하는 고객 또한 드뭅니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서점은 ‘판매’를 위한 장소이지 ‘구입’을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는 게 츠타야의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츠타야는 고객을 중심에 둔 새로운 분류 체계로 책들을 재분류합니다. 기존 경계의 틀을 넘어 연관된 내용의 책들을 한데 모읍니다. 그러니 각기 따로 놀던 책들이 정돈된 주제와 테마를 가지고 고객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습니다. ‘책’이 아니라 ‘책이 담고 있는 제안’을 파는 겁니다. 츠타야서점을 운영하는 ㈜CCC의 마스다 무네아키 CEO는 이런 능력을 ‘지적자본’이라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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