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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중국고섬 ‘상장폐지’ 사건

중국 기업 열풍 타고 기업 검증에 부실, 상장 주관 증권사에 무거운 책임 묻다

최종학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잘못된 회계정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했다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2011년 국내 증시에 상장됐다 채 1년도 못 버티고 상장폐지된 중국고섬 사례가 시사점을 준다. 중국고섬은 중국 섬유 기업으로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된 회사였다. 국내 증시에는 이 싱가포르에 상장된 주식의 주식예탁증서(Depository Receipt·DR)를 상장했다. 문제는 당시 중국 기업 열풍을 타고 상장주관사인 대우증권을 포함해 금융당국, 회계법인 등이 중국고섬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장 후 중국고섬의 회계정보가 조작된 것임이 밝혀져 상장폐지 결정이 나자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모아 대우증권, 한국거래소, 한영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우증권의 책임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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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월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부는 ‘중국고섬 사태’의 피해자들이 KDB대우증권(이하 대우증권), 한국거래소, 한화투자증권, 한영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제기한 총 19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피해자들은 2011년 1월 큰 관심을 받으며 한국거래소에 상장됐다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공고유한공사에 투자했다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다. 대우증권은 상장과정을 주관한 상장주관사였으며, 한화증권은 이를 보조하는 기타 주관사 역할을 했다. 한영회계법인은 상장 전 재무제표를 검토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법원은 피고 중 대우증권의 경우 중국고섬 상장과정에서 재무제표의 분식을 적절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50%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므로 이들의 손해액 62억 원 중 절반인 3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50%는 재무제표나 다른 기업가치 관련 사항들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주식이 상장된 후 나중에 주식을 구매했던 다른 투자자들의 소송은 기각했다. 대우증권을 제외한 한국거래소, 한화투자증권, 한영회계법인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불과 사흘 뒤인 2014년 1월20일, 금융감독원은 대우증권에 상장주관사로서의 의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책임을 물어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또한 담당 임직원 14명에게 정직과 감봉 등의 중징계를 부과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를 영위하는 최대주주의 자격요건에 최근 3년간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간 국내에서 새로 금융투자업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없고 자회사 신설도 불가능하다.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회사의 성장에 족쇄가 채워진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우증권은 이미 2013년 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법에 규정된 최고 수준인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그러니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와 함께 상당한 금전적 피해도 입은 셈이다. 2013년 증권업계 전체적인 경기상황의 악화로 적자를 기록한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었다.


중국고섬의 한국 증권시장 상장

그렇다면 이 소송사건의 단초가 된 중국고섬의 상장과 상장폐지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자. 지난 2011년 1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고섬은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싱가포르 소재 지주회사로 우리나라에 상장되기 이전 이미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었다. 주식이 싱가포르에 상장돼 있는 만큼 주식을 직접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이 아니라 원래 주식을 기초로 한 주식예탁증서(DR)를 한국에 상장한 것이다.1  중국 저장성과 푸젠성 등에 소재를 둔 자회사는 섬유 원단 분야에서 중국 내 시장점유율 3위의 대기업이다. 대주주는 중국인 챠오상빈 대표가 소유한 ‘China Success’라는 회사이며 2009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2011년 우리나라에도 상장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회사가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 회사지만 싱가포르에는 소수 인원이 근무하는 지주회사만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명이 중국고섬인 것처럼 회사의 실제 사업은 모두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중국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상장 당시 미국 경기의 쇠퇴와 중국의 성장에 따라 국내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등하면서 중국 열풍이 불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중국고섬의 상장은 연합과기(2008년 12월 상장), 성융광전투자(2010년 9월 상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중국 기업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상장 당시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회사라면서 적극 홍보했다. 중국고섬의 챠오상빈 대표도 한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 배당도 일정 수준 유지하며 IR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중국고섬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보고서를 쏟아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중국고섬의 공모가는 7000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다. 그 결과 국내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의 공모가격 총액은 21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공모를 중개하면서 대우증권은 7.6%의 수수료를 받아 무려 117억 원의 수수료 대박을 터뜨렸다.2  그런데 회사의 내재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 때문에 공모주에 대한 최종 청약률은 0.46대1에 불과했다. 대우증권은 공모가가 2011년 예상 이익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가수익비율(PER)이 7.4배에 불과한 만큼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소위 ‘차이나 리스크’라고 불리는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과 싱가포르 주식시장 거래가격 대비 높은 공모가격 때문에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과정에서 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실권주는 총액 인수 계약조건에 따라 상장주관사인 대우증권을 비롯한 한화, IBK, HMC증권 등 기타 주관사들이 인수했다.3  실권주를 인수하는 데 대우증권은 581억 원, 한화증권은 380억 원 정도를 사용해야 했다. 수수료를 많이 받기 위해 공모가를 높이 잡았다가 기대와는 달리 시장이 반응하지 않아 수수료보다 월등히 많은 자금을 주식취득에 써야 했던 것이다.


주가 폭락과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상장 후 이 기관들이 인수한 주식을 대량으로 시장에서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거래 첫날, 공모가 7000원에서 10% 하락한 6300원에 최초 거래가 시작됐고 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7000원에 잔여주식을 인수한 증권사들은 상당한 평가손실을 입은 셈이다. 그러자 대우증권의 임기영 대표가 3만 주를 장중에 매수했다. 한화증권의 임일수 대표도 1만 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들은 중국고섬의 미래를 보고 주식을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명백한 주가 떠받히기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1년 2월과 3월 초 동안 주가는 4000원대 중반에서 5000원대 전반을 횡보한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21일, 중국고섬 원주가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갑자기 하루 동안 중국고섬 주식 5000만 주 매도폭탄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24%나 폭락하고 주식이 거래정지 됐다. 몇몇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가격 불문하고 무조건 팔겠다며 매물로 내놓았다. 속보를 통해 이 소식을 재빨리 전해 들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3월21일 오후 장 마감 직전부터 주식을 투매하기 시작했고 이 물량은 정보에 어두운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 그러면서 국내 주가도 순식간에 하한가까지 폭락했다.

그러자 거래소는 하루 뒤인 22일 오전 중국고섬 주식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때까지만 해도 왜 주가가 폭락했는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주가가 폭락하므로 거래정지를 한 셈이다. ‘차이나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당시 중국고섬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 상장돼 있던 여러 다른 중국 회사들의 주식 가격도 동반 폭락했다.

이틀 후인 24일 싱가포르 소재 중국고섬 본사에서 중국에 위치한 자회사가 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현금의 잔액 확인을 위한 외부 감사를 진행 중이며 대규모 투자 관련해서도 세부 내역을 확인 중이라는 짧고 애매한 내용만을 공시했다. 그 후 중국고섬을 감사한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이 감사의견 제출을 거절하면서 중국고섬 사태는 장기화됐다. 감사의견 거절이란 재무제표에 포함된 숫자를 신뢰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로서, 쉽게 이야기하면 재무제표가 엉터리니 재무제표에 포함된 정보를 믿지 말라는 의미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중국고섬의 감사위원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회계법인에 특별감사를 요청하자 중국고섬의 경영진이 모두 사표를 내는 황당한 일도 발생한다. 그러나 국내 감독기관이나 대우증권 등 관계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중국고섬 측 답변을 기다리는 일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회사가 아니니 우리나라 감독기관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증권사나 투자자들이 직접 항의를 하기도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아무리 연락을 해도 중국고섬 측은 대답이 없었다.

 
상장폐지와 분식회계의 적발

아무 소식 없이 2개월이 흐른 2011년 7월1일,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중국고섬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10년 말 기준 자회사의 보유 현금이 11억 위안으로 재무제표에 기록돼 있었는데 실제 보유 현금은 1억 위안 미만이었다. 무려 10억700만 위안(약 1700억 원)이 사라진 것이다.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의 거의 대부분이 증발한 것. 이외에도 부채가 실제보다 약 1억 위안(약 220억 원) 축소 기록돼 있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엄청난 회계부정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10월 들어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의견이 ‘의견거절’로 확정되면서 중국고섬 주식은 상장폐지된다. 거래소 규정상 한 번의 ‘의견거절’로 상장된 주식이 바로 상장폐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감사를 통해서도 감사의견이 다시 ‘의견거절’이면 상장폐지된다. 상장폐지가 결정되자 중국고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피해자들은 힘을 합쳐 대우증권과 한화증권, 증권거래소, 한영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그 재판 판결이 2014년 1월17일에 내려진 것이다.

중국고섬 회계부정 사건이 알려진 후 대우증권은 일관되게 재무제표의 신뢰성 검증은 회계법인의 몫이며 대우증권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대우증권 측 인사들이 “회계분식과 관련해서 상장주관사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대우증권의 주장과는 달리 상장 당시 중국고섬의 회계자료를 검토한 한영회계법인은 책임이 없다고 무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회계분식에 대한 행정적 제재를 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회의에서도 한영회계법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법원과 증권선물위원회 모두 이번 사건이 부분적으로 대우증권의 잘못이라고 판정한 셈이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판정이 내려졌는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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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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