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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 인재 육성의 덫

김남국 | 237호 (2017년 11월 Issue 2)


지인으로부터 우리의 전통적인 판소리 교육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판소리를 가르치는 스승들은 재능이 보이는 인재에게 도제식으로 몇 년간 혹독하게 훈련을 한 후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독공’ 과정을 거치도록 합니다. 흔히 판소리 교육 하면 폭포수 밑에서 피를 토하며 득음하는 과정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이는 독공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득음을 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스승에게 돌아가 훈련을 받게 되는 데요, 스승이 언제 ‘하산(下山)’하라고 말할지 기약이 없기 때문에 하염없이 수련을 이어가야 한다는군요. 그러다 스승 곁을 떠나 독립된 예술가로 활동을 허락하는 시점이 결국 찾아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시점입니다. 스승은 자신과 다를 뿐만 아니라 세상의 소리꾼들과 확실히 다른 소리를 낼 때 하산을 허락한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판소리 교육 과정을 분석해보면 ‘자기 주도’와 ‘자신만의 개성’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습니다.

교육과 관련한 아인슈타인 일화도 좋은 통찰을 줍니다. 아인슈타인은 위대한 과학적 사유를 한 천재였지만 어렸을 때에는 또래들보다 많이 뒤처졌다고 합니다. 4살이 되도록 말을 잘 못했고 초등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도저히 공부로는 가능성이 없다는 절망적인 편지까지 받았다는군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인슈타인 어머니의 대응이었습니다.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에게 “남들과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데 너는 남들과 확실히 다르니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격려했다고 합니다.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강점을 찾아낸 어머니의 위대한 사고가 세기의 천재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된 셈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의 관행과 일하는 방식에 혁명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산업화 시대에 생존에 도움을 줬던 역량이 빠른 속도로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산업화 시대에 필요했던 이해, 암기, 문제풀이 방식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 노출돼 있는 기업들도 과거 관행적인 교육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두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자기 주도형 학습이나 창의적 개성을 발현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 조직에서 비슷한 유형의 지식을 습득해서 오히려 평균적인 인재를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비슷한 강의를 듣고,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지에 대해 집중 탐구했습니다. 다양한 접근법 가운데 집체교육의 비중은 10% 정도로 낮춰야 하고, 대신 자기주도형 교육을 70%, 동료들과 함께 배우는 소셜 러닝을 20% 정도로 가져가야 한다는 이찬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 흥미롭습니다. 실제 구글에서는 신입사원들에게 만약(If)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작성한 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방식의 입문 교육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생각을 조직 내에서 거리낌 없이 표출할 수 있어야 하며, 동료들과 함께 소셜 러닝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신입사원 때부터 강조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김팀장_fmt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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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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