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 쌍용차 분식회계 사건의 진실
Article at a Glance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쌍용차 사태는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 및 전문가들의 의견과 배치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으로 올라간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정말 심각한 위기에 있지 않았으며, ▲손상차손에 대한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부풀려 구조조정의 빌미로 삼았으며, ▲충분한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은 2014년 11월 쌍용차가 생존이 불확실한 큰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고 손상차손 계상에 있어서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액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을 내려 1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DBR 229호에서 쌍용차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유형자산의 회수 가능액 어떻게 산정? 대법원까지 올라간 ‘손상차손 평가’” 참고.) 간단히 정리하면, 지난 2010년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민주노총은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형사 고발을 했고, 쌍용차를 대상으로 정리해고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를 취소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차가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과장해 대규모 해고의 빌미로 사용했다는 민노총과 민변의 주장에 대해 지난 2012년 1월 1심 법원은 쌍용차 측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 사건이 벌어진 시간 순서만 놓고 보더라도 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내용이 법원의 구조조정 결정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없고, (2) 쌍용차 구조조정은 안진회계법인이 아닌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한 방안에 따라 수행된 것이며, (3) 쌍용차의 청산가치(한국감정원이 제시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해 삼일회계법인이 평가)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낮았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을 손상차손 계상에 고려했느냐 여부는 무의미하며, (4) 당시 경영상황을 고려했을 때 해고는 불가피했고 해고노동자의 선정도 합리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2014년 2월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법원은 쌍용차 패소 판결의 이유로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 (5) 당시 쌍용차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심각한 위기에 있지 않았으며, (6) 손상차손에 대한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부풀려 구조조정의 빌미로 삼았고, (7) 충분한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DBR 229호에서 제시한 1심 판결 근거 중 (3)인 한국감정원의 감정 결과 활용 여부가 본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판결이 동일하다. 그러나 (4)에 대해서는 (7)에서 언급된 것처럼 2심이 1심의 판결과 정반대로 판단한 셈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6)에서 이야기하는 분식회계의 진위 여부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5)와 관련해서 당시 쌍용차가 재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알아보겠다. (7)은 회계와 관련이 없고 필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므로 논의를 생략하지만 당시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이에 대한 주요한 논점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2심의 판단에 대해 필자가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2심에서 판단한 근거가 판결문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심 판결문에는 1심에서 논점이 됐던 (1)과 (2)에 대한 반론은 거의 없이 (5)와 (6)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만 주로 등장했다. (1)과 (2), 그중에서도 특히 (1)이 옳다면 (5)와 (6), 그중에서도 특히 (6)은 틀릴 수밖에 없는 내용인 데도 말이다.
대규모의 손상차손을 통해 불필요한 손실을 과다하게 기록해 회사의 재무적 어려움을 과장하고, 이를 근거로 과다한 구조조정을 행했다는 판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우선 이 주장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시점과 손상차손 기록 시점을 혼동하고 있다. 상하이차가 철수한 후 쌍용차가 부도가 난 것은 2008년 12월,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시점은 2009년 1월이다. 안진회계법인이 쌍용차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때는 2009년 2월 말이고, 감사 받은 재무제표는 3월 말에야 공표됐다. 따라서 손실을 고의적으로 과다하게 기록해서 일부러 부도를 내고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손상차손 기록에 대한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직원들 임금은 12월부터 주지 못했고 만기가 돌아온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1월 들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즉 사건들이 벌어진 시간 순서만 놓고 봐도 판결 내용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쌍용차가 손상차손을 기록했더라도 그 때문에 현금이 없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나는 일은 없다. 손상차손은 회계상의 손실일 뿐이어서 감가상각비의 경우처럼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의 역할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좋은지, 청산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안진회계법인이 아니라 삼일회계법인에 의해서 이뤄졌다.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계산해서 양자를 비교한 것이다. 계속기업가치의 계산은 과거의 정보가 아닌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서 이뤄진다. 미래 현금흐름 예측을 하는 데는 현재의 이익이나 현금흐름이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손상차손은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회계상의 손실일 뿐이다. 따라서 만약 손상차손을 인식해서 재무상의 어려움을 과장해 재무제표에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삼일회계법인이 정상적으로 가치평가를 수행했다면 손상차손 인식 여부는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추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안은 법원이 구조조정을 해서 회사를 살릴지를 결정하는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런 내용들은 (1)과 동일한 이야기다.
한편 구조조정 방안은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했다. 손상차손 금액의 결정이나 계속기업가치의 추정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어느 정도의 매출이 이뤄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상 매출수량에 맞춰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적합한 인원과 원가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예측한 적정인원 수를 현재 인력과 비교하면 불필요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이렇듯 구조조정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삼정회계법인의 역할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의 계속가치평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상차손이 회계상의 손실로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손상차손의 인식 여부는 만약 정상적으로 삼정회계법인이 업무를 수행했다면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한 구조조정 방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이 내용도 언론에 보도된 1심의 판단근거가 된 (2)와 동일한 이야기다. 쉽게 핵심을 설명한다면 손상차손 의사결정이 미래 현금흐름 예측에 영향을 미치고, 그 미래 현금흐름 예측이 구조조정방안이나 계속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주장과 반대로 현금흐름에 대한 예측이 손상차손 규모, 계속기업가치의 계산, 구조조정 방안의 마련 세 가지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손상차손이 구조조정을 해서 회사를 살릴 것인지 혹은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구조조정 방안의 마련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안진뿐만 아니라 삼일과 삼정회계법인도 원고 측이 주장하는 조직적인 공모에 함께 참여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삼일과 삼정회계법인이 모두 엉터리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손상차손이 미래 현금흐름을 줄이는 것처럼 오판해서 분석을 했어야 한다. 한국의 4대 회계법인 중 3곳이 쌍용차와 공모를 했거나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했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다. 더군다나 금융감독원에서도 다수 인원을 투입해서 6개월이나 조사를 했고, 법원에서 선임한 전문가 감정인도 수개월에 걸쳐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 직접 동원된 쌍용차 직원,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들,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모두 합하면 적게 잡아도 30∼40명은 될 것이다. 물론 이 숫자는 간접적으로 지휘감독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직접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만 어림잡은 것이다.
이 모든 사람이 함께 공모를 했거나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했어야만 (6)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옳은 셈이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했다면 어떻게 해서 2009년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관계자들 중 아무도 자신이 공모에 참여했었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공모를 통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과다한 구조조정의 빌미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합리적인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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