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를 통해 본 세상 : 쌍용차 분식회계 사건의 진실

손상차손 계상의 불확실성은 불가피. 확실하지 않다면 보수적으로 처리해야

233호 (2017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대규모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쌍용차 사태는 2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 및 전문가들의 의견과 배치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으로 올라간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쌍용차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정말 심각한 위기에 있지 않았으며, ▲손상차손에 대한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부풀려 구조조정의 빌미로 삼았으며, ▲충분한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은 2014년 11월 쌍용차가 생존이 불확실한 큰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고 손상차손 계상에 있어서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액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판결을 내려 1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줬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DBR 229호에서 쌍용차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 바 있다. (“유형자산의 회수 가능액 어떻게 산정? 대법원까지 올라간 ‘손상차손 평가’” 참고.) 간단히 정리하면, 지난 2010년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과 민주노총은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을 검찰에 형사 고발을 했고, 쌍용차를 대상으로 정리해고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를 취소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차가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과장해 대규모 해고의 빌미로 사용했다는 민노총과 민변의 주장에 대해 지난 2012년 1월 1심 법원은 쌍용차 측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 사건이 벌어진 시간 순서만 놓고 보더라도 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 내용이 법원의 구조조정 결정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없고, (2) 쌍용차 구조조정은 안진회계법인이 아닌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한 방안에 따라 수행된 것이며, (3) 쌍용차의 청산가치(한국감정원이 제시한 감정평가액을 반영해 삼일회계법인이 평가)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낮았기 때문에 감정평가액을 손상차손 계상에 고려했느냐 여부는 무의미하며, (4) 당시 경영상황을 고려했을 때 해고는 불가피했고 해고노동자의 선정도 합리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2014년 2월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2심 법원은 쌍용차 패소 판결의 이유로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 (5) 당시 쌍용차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심각한 위기에 있지 않았으며, (6) 손상차손에 대한 분식회계를 통해 손실을 부풀려 구조조정의 빌미로 삼았고, (7) 충분한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DBR 229호에서 제시한 1심 판결 근거 중 (3)인 한국감정원의 감정 결과 활용 여부가 본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판결이 동일하다. 그러나 (4)에 대해서는 (7)에서 언급된 것처럼 2심이 1심의 판결과 정반대로 판단한 셈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6)에서 이야기하는 분식회계의 진위 여부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 (5)와 관련해서 당시 쌍용차가 재무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알아보겠다. (7)은 회계와 관련이 없고 필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므로 논의를 생략하지만 당시 언론보도를 찾아보면 이에 대한 주요한 논점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2심의 판단에 대해 필자가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2심에서 판단한 근거가 판결문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심 판결문에는 1심에서 논점이 됐던 (1)과 (2)에 대한 반론은 거의 없이 (5)와 (6)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만 주로 등장했다. (1)과 (2), 그중에서도 특히 (1)이 옳다면 (5)와 (6), 그중에서도 특히 (6)은 틀릴 수밖에 없는 내용인 데도 말이다.

117


쌍용차 분식회계 논란의 진실

우선 논란의 핵심인 (6)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 판결에 의하면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이 서로 공모해서 회계분식을 수행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필요가 없는 손실(약 5200억 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쌍용차는 안진회계법인 측 공인회계사들을 설득 또는 매수해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도록 했어야 한다. 안진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하자고 먼저 제안해서 쌍용차를 설득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DBR 229호에서 설명한 바처럼 안진회계법인은 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해 한정의견을 제출했다. 게다가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무형자산 항목인 개발비 1298억 원의 가치도 거의 없으므로 추가적인 손상차손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쌍용차가 안진회계법인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안진회계법인이 한정의견을 발표한 것이다.


이를 보면 쌍용차가 안진회계법인을 설득해 분식회계 계획에 참여시켰을 것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쌍용차 측이 담당 공인회계사들을 설득해서 회계분식에 참여하도록 했다면 안진회계법인이 손상차손을 더 높게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쌍용차가 회계법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아 한정의견이 제시된 상황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안진회계법인이 쌍용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손상차손을 적어야 한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진회계법인 측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손상차손을 기록하지 않으면 회계감사 의견을 내지 않고 감사 철수를 하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쌍용차가 마지못해 동의를 해 손상차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해당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중지되고 상장폐지되기 때문에 회사들은 감사의견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쌍용차에서도 당시 상황에 대해 안진회계법인과 동일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양측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격하게 논쟁을 벌이면서 주고받은 e메일 등의 증거자료도 있다. 앞에서 설명한 당시 정황에 대해서 필자가 판단한 내용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대규모의 손상차손을 통해 불필요한 손실을 과다하게 기록해 회사의 재무적 어려움을 과장하고, 이를 근거로 과다한 구조조정을 행했다는 판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우선 이 주장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시점과 손상차손 기록 시점을 혼동하고 있다. 상하이차가 철수한 후 쌍용차가 부도가 난 것은 2008년 12월,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시점은 2009년 1월이다. 안진회계법인이 쌍용차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한 때는 2009년 2월 말이고, 감사 받은 재무제표는 3월 말에야 공표됐다. 따라서 손실을 고의적으로 과다하게 기록해서 일부러 부도를 내고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 손상차손 기록에 대한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 상하이차는 쌍용차에 대한 경영권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직원들 임금은 12월부터 주지 못했고 만기가 돌아온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1월 들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된 것이다. 즉 사건들이 벌어진 시간 순서만 놓고 봐도 판결 내용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쌍용차가 손상차손을 기록했더라도 그 때문에 현금이 없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가 나는 일은 없다. 손상차손은 회계상의 손실일 뿐이어서 감가상각비의 경우처럼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의 역할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좋은지, 청산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은 안진회계법인이 아니라 삼일회계법인에 의해서 이뤄졌다.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계산해서 양자를 비교한 것이다. 계속기업가치의 계산은 과거의 정보가 아닌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해서 이뤄진다. 미래 현금흐름 예측을 하는 데는 현재의 이익이나 현금흐름이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그런데 손상차손은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회계상의 손실일 뿐이다. 따라서 만약 손상차손을 인식해서 재무상의 어려움을 과장해 재무제표에 표시했다고 하더라도 만약 삼일회계법인이 정상적으로 가치평가를 수행했다면 손상차손 인식 여부는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의 추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안은 법원이 구조조정을 해서 회사를 살릴지를 결정하는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런 내용들은 (1)과 동일한 이야기다.


한편 구조조정 방안은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했다. 손상차손 금액의 결정이나 계속기업가치의 추정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앞으로 어느 정도의 매출이 이뤄질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상 매출수량에 맞춰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차량을 생산하는 데 적합한 인원과 원가 수준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예측한 적정인원 수를 현재 인력과 비교하면 불필요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이렇듯 구조조정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삼정회계법인의 역할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의 계속가치평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손상차손이 회계상의 손실로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손상차손의 인식 여부는 만약 정상적으로 삼정회계법인이 업무를 수행했다면 삼정회계법인이 마련한 구조조정 방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이 내용도 언론에 보도된 1심의 판단근거가 된 (2)와 동일한 이야기다. 쉽게 핵심을 설명한다면 손상차손 의사결정이 미래 현금흐름 예측에 영향을 미치고, 그 미래 현금흐름 예측이 구조조정방안이나 계속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주장과 반대로 현금흐름에 대한 예측이 손상차손 규모, 계속기업가치의 계산, 구조조정 방안의 마련 세 가지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손상차손이 구조조정을 해서 회사를 살릴 것인지 혹은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구조조정 방안의 마련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안진뿐만 아니라 삼일과 삼정회계법인도 원고 측이 주장하는 조직적인 공모에 함께 참여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삼일과 삼정회계법인이 모두 엉터리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손상차손이 미래 현금흐름을 줄이는 것처럼 오판해서 분석을 했어야 한다. 한국의 4대 회계법인 중 3곳이 쌍용차와 공모를 했거나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했어야만 나올 수 있는 결과다. 더군다나 금융감독원에서도 다수 인원을 투입해서 6개월이나 조사를 했고, 법원에서 선임한 전문가 감정인도 수개월에 걸쳐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 직접 동원된 쌍용차 직원,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들,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모두 합하면 적게 잡아도 30∼40명은 될 것이다. 물론 이 숫자는 간접적으로 지휘감독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직접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만 어림잡은 것이다.


이 모든 사람이 함께 공모를 했거나 부실하게 업무를 수행했어야만 (6)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옳은 셈이다.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했다면 어떻게 해서 2009년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관계자들 중 아무도 자신이 공모에 참여했었다고 증언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이런 의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공모를 통해 분식회계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과다한 구조조정의 빌미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합리적인지는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해 보기 바란다.

 




미래 판매예측을 고의 축소했다는 법원의 판단

법원이 (6)과 관련해 쌍용차와 안진회계법인이 공모해서 분식회계를 했다는 근거로 판결문에 설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6-1) 쌍용차가 제시한 미래 매출 수량에 대한 사업계획을 안진회계법인이 부당하게 축소해서 미래의 매출액을 예상했으며, (6-2) 특히 회사가 신규로 개발해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신차종에 대해서는 미래 판매예상액을 전액 가치평가 과정에서 누락했다. (6-3) 또한 신차종을 생산할 수 없다면 기존의 구차종을 계속 생산해서 판매할 텐데 일부 구차종이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점차 단종될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미래 매출 예상액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미래 매출 예상액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이유는 이 예상액이 손상차손 금액 추정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손상차손이란 유형 또는 무형자산의 장부가치가 그 자산을 사용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의 현재가치보다 적다고 판단될 때 장부가치를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의 현재가치로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를 먼저 추정해야 한다.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현금은 사용가치와 처분가치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가치는 해당 자산을 계속 사용하면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말하며, 처분가치는 해당 자산을 매각하면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말한다. 사용가치가 처분가치보다 높은 경우에는 자산을 계속 사용해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의사결정을 할 것이며, 처분가치가 사용가치보다 높은 경우에는 자산을 처분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자산을 처분해 매각대금을 활용하게 된다. 쌍용차의 경우 사용가치가 처분가치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평가돼 사용가치와 유형자산 장부금액을 비교해 손상차손 금액이 결정됐다.


(6-1)에서 제시된 것처럼 매출 예상액을 축소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한 안진회계법인 측 반론은 다음과 같다. 쌍용차는 2008년 감사를 수행하기 전인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한 번도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과거 3년 치의 자료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회계추정에서 종종 사용되는 방법이다. 차종에 따라서 3년 동안의 목표 대비 판매달성률이 계획 대비 최소 40%에서 최대 80%에 불과한 만큼 쌍용차가 미래의 판매계획을 제시했다고 해서 이를 그대로 인정해서 미래의 예상 매출액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안진회계법인은 미래의 판매계획에서 과거 3년 동안의 실제 판매목표 달성률을 차종별로 반영해 미래의 예상 매출액을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매출 목표가 1만 대인 특정 차종의 경우 과거의 목표 달성률이 평균 60%라면 미래 기간에 6000대 팔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사건이 발생했던 2009년부터 2심 판결이 선고되기 직전인 2013년까지 5년 동안 쌍용차는 단 한 번도 2008년 당시 제시했던 미래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을뿐더러 안진회계법인이 차종별로 목표 대비 40%에서 80%까지 축소해서 추정한 판매예상액도 달성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2009년 이후로 일어난 이런 사실들을 본다면 쌍용차의 과거 판매 계획과 실제 판매량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즉 미래 판매계획이 상당히 낙관적으로 추정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회사의 미래 판매계획을 그대로 인정해서 유형자산의 사용가치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6-1)과 관련해 누구의 주장이 더 옳은지도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쨌든 판결이 내려진 후 회계사 업계나 회계학 교수들 중 상당수가 ‘만약 회사의 미래 판매계획을 그대로 인정해 유형자산의 사용자산 가치를 계산한다면 그것이 바로 분식회계’라는 의견을 개인적인 자리나 언론 등을 통해서 밝힌 바 있다. 회사가 손실을 줄여 보고하거나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미래의 판매계획이나 이익예측액 등을 종종 부풀리는데, 회사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참고로 회계에서는 ‘불확실하다면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한다’는 ‘보수주의 원칙’이 회계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회계원칙(GAAP·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래 개발 예정 신차종 매출 예상액의 누락 사유

(6-2)에서 언급한 미래 기간에 신규로 개발을 완료해서 생산할 예정이던 차종에 대한 판매수량 예측액을 누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가능하다. 당시 쌍용차는 미래 기간에 5종의 신차를 개발해서 생산을 시작한다는 사업계획이 있었다. 안진회계법인은 당시 쌍용차가 부채를 갚을 수 있는 현금이 없고 몇 달 치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차 개발에 필요한 수천억 원, 그리고 신차 개발이 끝난 후 실제로 생산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기계장치를 구입하는 데 추가적으로 소요될 수천억 원의 자금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신차종 개발계획을 실행할 능력이 없다고 봤다.


채권단이 신규로 신차 개발에 수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쌍용차에 빌려준다면 추가 투자가 가능할 수 있겠지만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했다. 이에 따라 안진회계법인은 ‘보수주의’ 회계원칙에 따라 신차 개발을 할 수 없다는 가정하에 회계처리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존에 신차 개발을 위해 투입한 개발비용으로서 무형자산으로 기록돼 있는 1298억 원에 대해서도 자산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이 금액도 손상차손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8년부터 2014년 초 2심 판결 시점까지 쌍용차는 계획된 5개 차종 중 1개 차종만 개발이 완료돼 생산에 투입됐다. 이 신차 개발도 나중에 채권단이 신차 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특별히 제공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신차종 40만 대를 판매한다는 야심 찬 계획과는 달리 2013년 동안 생산 중인 전 차종을 합산해도 판매수량이 13만 대 수준에 불과했다.


이 주제와 관련해 최근 벌어진 다른 분식회계 사건 두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2014년 초 ㈜동양시멘트는 재무제표에 약 200억 원으로 기록된 해외 자원개발 관련 유형 및 무형자산(유전설비, 광업권, 탐사평가자산)에 대한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은 것이 적발돼 분식회계로 처벌을 받았다. 2012년까지 개발한 유전이 상업적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을 2013년 들어 인지했는데도 불구하고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판단이다. ㈜동양시멘트가 속한 동양그룹 전체가 2014년 들어 부도가 발생했는데, 2013년 당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회사는 대규모의 분식회계를 행했고 그중 손상차손과 관련된 사안도 포함돼 있었다.


코스닥 상장법인인 ㈜에어파크도 광업권에 대한 손상차손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2014년 적발돼 징계를 받은 바 있다. 2009년 회사는 광산채굴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였는데, 앞으로 채굴허가를 받으면 상당한 광물을 채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광업권을 무형자산에 기록하고 있었다. 그 후 채굴허가를 받아 채굴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회사가 채굴한 광물의 가치는 2009년 당시에 추정했던 예상량에 크게 못 미쳤다. 금융감독원은 채굴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에 채굴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가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확실하면 보수적으로 회계처리 하라’는 회계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우이며 회사가 구체적인 근거 없이 미래의 채굴량을 추정했다고 판단했다.


에어파크의 사례를 쌍용차에 적용해 보면 미래에 채권단이 신차 개발을 위한 자금을 추가로 대출해줄 것인지를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회계처리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답을 유추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 보면 ‘채굴 허가’나 ‘자금의 추가 대출’ 모두가 당시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조건들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상당히 확실하다는 근거가 없다면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하라는 것이 회계의 기본 원칙이다.

 

구차종 매출 예상 수량의 축소 사유

(6-3)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법원은 신차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구차종을 계속해서 생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구차종을 계속해서 생산했을 때 회사가 벌어들일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회사는 2009년 이후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구차종을 계속 생산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언뜻 보면 앞의 (6-1)이나 (6-2)에서 제기된 이슈와는 달리 (6-3)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주장에 대해 안진회계법인은 당시 생산 중이던 7개 차종 중 미래 일정 기간 동안 점차적으로 단종할 계획이 있던 4종의 차종들은 모두 적자 차량이기 때문에 만약 이 차종들을 단종하지 않고 계속해서 생산을 한다면 적자가 더 커진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해당 차량의 생산에 사용되는 기계설비의 수명이 종료되면 신규로 기계설비를 구입해서 생산을 계속하기보다는 생산을 종료하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회사가 해당 시점이 됐을 때 반드시 생산을 종료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지만 종료하는 것이 이익을 최대화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택이므로 회사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는 가정하에서 미래의 매출 예상액을 계산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의 판결이 발표되자 금융감독원도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을 냈다. 그 내용의 핵심도 (6-3)과 관련된다. 금융감독원은 만약 법원의 판결대로 구차종 중 적자 차종을 단종하지 않고 계속 생산한다면 회사의 손실이 더 커진다면서 추가로 인식될 구체적인 손실 규모까지 계산해서 발표했다. 따라서 단종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손상차손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전문가 감정인도 검찰에서 동일한 증언을 했다. (6-3)과 관련된 이런 양측의 주장 중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독자 여러분들에게 맡기겠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런 계산이 실제로 쌍용차 측이 구차종을 현시점에서 무조건 단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수의 설비자산에 대한 투자는 이미 지출이 완료됐기 때문에 설비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는 생산 의사결정과는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감가상각비를 제외하면 쌍용차가 해당 설비를 계속 사용 가능한 미래 시점까지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현금 비용은 전체 비용 중에서 일부분일 뿐이다. 따라서 그 시점까지는 해당 차종의 생산에서 창출되는 공헌이익(즉 차량 한 단위를 생산 및 판매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액과 그때 발생하는 현금비용의 차액)만 가지고 생산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공헌이익이 양수라면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한 전체 이익이 음수라도 생산을 계속하는 것이 회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설비자산의 수명이 종료되면 새로 설비자산에 대한 신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이때는 신규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이 시점 이후에는 차량의 계속생산 여부를 결정할 때 공헌이익이 아니라 차종별 전체 이익(추가 매출액 - 추가 현금 및 비현금 비용)이 얼마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안진회계법인이나 금융감독원의 주장은 상당수의 구차종들은 차종별 이익이 음수이기 때문에 설비자산의 수명이 종료되는 시점에 도달하면 추가로 설비자산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해당 차종을 단종하는 것이 이익극대화 측면에서 쌍용차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차종별 이익이 음수더라도 이익 측면만 고려해 구차종을 꼭 단종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직원에 대한 고용을 유지해야 할 경우도 있고, 향후 시장상황이 변해 미래 매출 예상액이 바뀌어 이익 차종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쌍용차는 2013년까지도 목표 매출수량을 달성하지 못해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한 상당수의 구차종 중 특히 적자규모가 큰 일부만 단종하고 나머지는 생산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추측된다.

122


쌍용차 재무건전성 위기의 진위 여부

이제 2심 법원에서 언급한 (5)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자. (5)는 당시 쌍용차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었을 뿐 정말 심각한 재무건전성 위기까지 겪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아마도 이런 판단은 쌍용차가 2009년 이후 2013년까지 적자를 면하지는 못했지만 손실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근거로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2011년 손실은 1128억 원, 2012년 손실은 1059억 원이었으나 상황이 호전돼 2013년의 손실은 24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쌍용차의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서 재판부가 2009년 당시 쌍용차가 심각한 재무건전성 위기에 있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필자는 추론한다.


그러나 이때 회사가 인식한 당기순손실은 2008년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결과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손상차손 때문에 2008년 유형자산의 장부가치가 크게 감소했으므로 2009년부터는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감소한다. 회사의 연차보고서에 포함된 주석사항을 찾아보니 2008년의 감가상각비는 1556억 원인 데 반해 2009년의 감가상각비는 737억 원이다. 1년 동안 감가상각비가 약 820억 원 감소했다. 따라서 2008년 손상차손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2009년 이후의 손실이 매년 대략 800억 원 정도 더 컸을 것이다. 그 외에도 채권자들이 채무를 포기해서 생긴 채무면제이익 2900억 원, 쌍용차가 회사 회생을 위해 보유하고 있던 토지나 건물 등을 매각해 생긴 1400억 원의 처분이익, 마힌드라가 회사를 위해 투자한 자금 등이 회사의 부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됐기 때문에 감소한 이자비용도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2009년에서 2013년에 이르는 동안 손실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던 것이다. 2008년 말 시점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점들까지 고려하면 쌍용차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판단은 2심 판결이 내려진 2014년 초 시점에서는 섣부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2009년 초 시점에서는 회사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는 이런 일들이 미래 기간 동안 일어날 수 있을지가 불확실했다. 한때 16만 대가 넘었던 연간 차량 판매 대수가 2008년에는 8만 대까지 감소했다가 2014년에는 일부 회복돼 14만 대 수준이었다. 쌍용차의 실질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재까지 쌍용차 임직원들이 회사를 부활시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는 이런 내용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그분들의 노력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08년의 쌍용차 상황의 분석

2008년 시점으로 되돌아가보면 회사는 총 820억 원의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출채권과 단기 대여금 및 미수금을 모두 회수한다고 가정하면 추가적으로 최대 1500억 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모두 회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회사가 당장 지불해야 하는 단기부채는 8600억 원에 이르렀다. 언론보도를 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상하이차의 자금 투자 없이 산업은행이 추가로 자금을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번 밝힌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미래에 상환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을 쌍용차에 추가로 빌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이외에도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에서 투자활동에 사용되는 현금을 차감하고 남는 자금이 부채상환에 사용될 수 있다. 쌍용차의 현금흐름표를 통해 확인해보면 그 금액이 2008년 -431억 원이었다. 참고로 이 금액은 2009년은 -1062억 원, 2010년은 922억 원이다. 쌍용차의 이러한 재무적 여건이 2심 법원이 판단한 것처럼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일 뿐인지 또는 생사의 기로에서 심각한 재무적 곤경을 겪고 있는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남겨두도록 하겠다. 어쨌든 2008년 당시 쌍용차가 최소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민변 측에서는 부채비율 187%의 우량한 회사를 분식회계를 통해 부채비율이 500%가 넘는 어려운 상황인 것처럼 보이게 해서 구조조정의 빌미로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실제로 재무제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회사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형편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부채비율은 회사의 재무상황을 나타내는 여러 지표들 중 하나일 뿐이다. 부채비율은 쌍용차의 경우처럼 손상차손을 기록하면 높아지고, 그 반대로 자산재평가를 하면 낮아진다. 그러나 본 원고에서 살펴본 것처럼 회사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얼마 있는지와 현금을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당장 갚아야 할 부채가 얼마인지를 비교하는 방법은 손상차손이나 자산재평가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또한 부채비율 이외의 이자보상비율,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 등 회사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다른 지표들은 손상차손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이용해야 당시 쌍용차의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2014년 2월10일 법원에서 민사소송에 대한 2심 판결 선고 이후 민변과 민노총 측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크게 환영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쌍용차는 즉각 법원의 판결에 대해 반발하고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에서도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판결을 반박했다.

 

124



대법원의 판단은?


2014년 2월 고등법원의 2심 판결이 선고되자 피고인 쌍용차는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10달 동안 이 사건을 심리한 후 2014년 11월, 쌍용차 승소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2심 판결 결과를 뒤집고 1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의 핵심을 요약하면, (4)에서 언급한 것처럼 당시 경영상황으로 보아 해고는 불가피했고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하는 등 쌍용차는 법에서 정해진 의무를 수행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필요인력이나 잉여인력 규모는 경영상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부분의 내용은 회계상의 이슈가 아니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생략한다.


회계상의 이슈와 관련된 판결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8) 피고는 당시 수년간 지속적으로 적자를 지속해왔으며 특히 2008년 매출액이 급감하면서 봉급을 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은행에서는 추가 대출을 거부한 상태였으므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가 아니라 생존이 불확실한 큰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보인다. (9) 손상차손 계상에 있어서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의 예상 매출수량 추정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한 것이라면 그 추정액을 인정해줘야 한다. 또한 (9)와 관련해서 (9-1) 피고는 당시 극심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어서 신차를 개발하는 데 투자할 자금이 없었으므로 신차의 예상 매출액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고, (9-2) 단종될 계획이었던 차량들은 적자 차종이었으므로 단종 계획을 반영해서 미래 현금흐름액을 추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며, (9-3) 단종 없이 적자 차종을 계속 생산한다고 해도 현금흐름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판결문에 언급했다.


결국 대법원의 판단은 2심 고등법원의 판단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1심의 재판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쌍용차 회계분식 사건에 대한 재판은 종결됐다. 재판 결과가 발표되자 민노총이나 민변은 거세게 반발했다. 자본과 권력을 옹호하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기대를 하고 법정에 나왔던 수십 명의 해고근로자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정치인들과 법학 전공 교수 중에는 이 판결을 비판하는 기고나 성명을 발표한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쌍용차는 판결에 대한 환영성명을 내놨다. 쌍용차 측은 “소모적인 갈등이 해소될 수 있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해고자 복직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적자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2013년 3월 무급 휴직자 전원에 대한 복직조치를 단행했으며 복직문제는 투쟁이나 정치공세 등 외부의 압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회계법인 업계나 회계학계에서는 이 판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쌍용차의 환영성명과 동일한 관점에서 필자도 해고자가 복직되기 위해서는 우선 쌍용차가 살아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투쟁을 한다고 해도 회사가 적자가 나고 조업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복직할 방법이 없다. 회사가 잘돼서 조업도가 올라가야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복직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회사를 살리는 데 노사가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이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위한 선결조건일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쌍용차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회복돼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쌍용차 사건 때문에 편을 갈라 다툰 많은 사람들도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흐르고 진실이 밝혀진 만큼 마음을 추스르기를 바란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마흔, 감성의 눈을 떠라>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