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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챙기되 아무도 챙기지 말라?

이치억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중국 춘추시대 정()나라의 재상이었던 자산(子産)은 자기가 타는 수레를 가지고 강 건너는 사람들을 일일이 태워서 건네주었다. 이에 대해 맹자(孟子)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자산은 은혜롭지만 정치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농사철이 끝나고 얼음이 어는 11월에 작은 다리를 만들고 12월에 수레용 큰 다리를 만들었다면 백성들이 강 건너는 일을 괴롭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군자가 정사를공평하게다스린다면 길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벽제(?除, 지위가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백성의 통행을 금하는 일)를 해도 괜찮다. 어느 겨를에 일일이 다 태워주고 있는가?” <맹자> ‘만장 하

 

가만히 보면 참으로 맹자답지 않은 발언이다. 공자가 존경했던 인물이자 역사적으로 손꼽히는 명재상 자산을 비판한 것도 그렇고, 길을 다니며 백성들을 벽제해도 괜찮다는 말도 그렇다. 임금보다 백성이 훨씬 귀하다고 말했던 맹자 아니던가? 그러나 맹자의 이 말의 본의는 자산이라는 사람 자체를 비판하거나 높은 분들이 백성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나 경영의 본질과 지도자의 본분을 핵심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 하나하나를 모두 자기 몸처럼 챙겨야 한다. 한 명이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일찍이 맹자는죄 없는 사람 한 명만 죽이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한편으로, 지도자가 모두를 챙긴다는 것은 아무도 챙기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명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한 명에게도 개별적인 혜택이나 특권을 주지 않아야 한다. 물론 조직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큰 조직일수록 최고지도자가 모두를 챙기기 위해서는 개개인에게 은혜를 베풀고 앉아 있을 겨를이 없는 것이다. 어느 한 개인에게 은혜를 베푸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기회가 박탈당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시간과 정력을 전체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旁求)하는 데 써야 하는 것이 최고지도자의 책무다. 이것을 맹자는공평함[]’이라고 했다. 개개인을 챙기는 것은 중간관리자 이하의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다.

 

공평한 정치, 공평한 경영을 잘 수행했을 때 지도자에게 비로소 권리가 주어질 수 있다. 지도자에게 일반인보다 좋은 혜택과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단지 지위가 높기 때문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하지 못하는 어렵고 큰일, 즉 전체를 공평하게 이끌어 가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응당한 권리와 혜택이 허용되는 것이다. 우리는 곧잘 이 순서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 지금의 지도자들은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권리만을 챙기고 있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맹자의 뜻은 일을 잘한다고 해서 권리와 혜택을 당연시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큰 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권리와 혜택을 불가피하게 사용할 뿐이다. 지도자가 누리는 권리와 혜택은 고스란히 아랫사람들의 짐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대한 지도자일수록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는다. 일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여건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권위만 이용한다. 그럼으로써 더욱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이치억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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