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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4.0, 윤리가 키워드다

유규창 | 201호 (2016년 5월 lssue 2)

 

  

 ‘자본주의 4.0’ 시대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으로 시작된자본주의 1.0’은 시장의 힘을 확인한 시대였다.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으로 인류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이어진자본주의 2.0’시대는 자본주의가 시장의 힘만으로 지탱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대공황으로 대변된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뒷받침하는 케인스학설(Keynesianism)로 서구 사회는 다시 부활했고, 자본주의는 공산주의를 극복하고 승리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진자본주의 3.0’은 정부의 실패에 대한 시장의 반격이며 동시에 인간 탐욕의 끝을 확인한 시기가 됐다. 결과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이와 함께 맞게 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래였다. 이제 신자유주의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고민이 전 지구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빈부 격차의 심화, 지구온난화, 환경의 파괴는 인류에게 이대로는 어렵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자본주의 4.0’은 아직 진행형이다. 새로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란이 많다. 다만 인간을 이기적인 경제적 동물로 간주했던 <국부론>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연민과 이타심을 가진 인간의 모습을 강조한 애덤 스미스의 또 다른 대작 <도덕감정론>이 최근에 와서야 재조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점이 있다. 사실 애덤 스미스 본인은 <국부론>보다는 <도덕감정론>에 더 애착이 갔던 모양이다. 자신의 묘비명에도덕감정론의 저자, 여기 잠들다라고 쓰여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석학들이 심도 깊은 논의를 담은 서적들을 쏟아내고 있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고민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아마도 알파고 현상으로 집약되는 4차 산업혁명과도 깊은 관련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자본주의가 어떠한 모습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전의 자본주의들과는 달리 시장과 정부 간의 갈등을 넘어서 기업이 새로운 주체로서 힘을 발휘할 것이고, 나아가 NGO나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4섹터까지 아우르는 경제주체들의 균형이 중요해질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은 어떤 모습인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건설하는 데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가. 아니면 걸림돌이 되고 있는가. 땅콩 회항이나 경비원 폭행, 운전기사 폭행, 항공사 직원 폭행 등 끝없이 이어지는 기업의갑질문화를 보면 희망적으로만 보기엔 아직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이슈들은 어찌 보면 작은이벤트. 하지만 그 파장은 엄청나다. 기업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기업의 진정성은 조롱받게 된다. 뒤늦게 사과하고 후회해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다.

 

갑질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우리는 빠른 경제 성장을 통해 과실을 향유했지만 동시에 전근대(pre-modern), 근대(modern), 탈근대(post-modern)가 공존하는 모순된 사회를 만들기도 했다. 알파고 현상과 각종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우리가 포스트모던 사회로 진입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수준과 기업문화의 수준은 전근대에 머물러 있다. 기업의 역할에 대해 새로운 가치의 정립이 필요하다. 기업이 변하지 않으면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 철저한 윤리 의식이 요구된다. 비윤리적 행동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영자들의 근본적인 성찰 없이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맞이할 수 없다. 다행히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다스아이티, 한미글로벌, 배달의민족, 제니퍼소프트, 현대카드, 한국콜마, 남화토건, 삼천리, 더존 등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에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국내에서도 많이 늘고 있다.

 

 

 

유규창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필자는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에서 인적자원관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및 한국인사관리학회 부회장, 한양대 학생처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21세기형 인적자원관리> <21세기형 성과주의 임금제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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