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CSR
린 생산방식이 CSR 수준도 높인다?
Does Lean Improve Labor Standards?: Management and Social Performance in the Nike Supply Chain (Greg Distelhorst, Jens Hainmueller, nand Richard M. Locke), Management Science, Forthcoming)
무엇을 연구했나?
최근 대기업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던 20대의 청년 파견노동자들이 독성물질에 노출돼 실명위기에 처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생산 공정을 둘러싼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자신들이 다루던 독성 물질에 관한 정보는 물론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제공받지 못해 이러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이 더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기업과 생산업체들이 연결돼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언제나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은 각종 위험과 열악한 근로조건 및 착취에 노출될 수 있고 해당 정부는 이를 감독할 능력이나 혹은 의지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 반면 선진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쉽게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다국적기업의 대명사인 나이키가 도입한 프로그램의 성과를 중심으로 공급업체의 생산공정을 보다 안전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을 발견했나?
의복산업은 제3세계 2500만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무역 체제에 편입되기 원하는 개발도상국에는 가장 중요한 진입 포인트이자 일자리 창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다국적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퍼뜨린 산업이기도 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이키, 자라, H&M, 유니클로 등 세계 10대 브랜드 모두 이제는 공급업체에 적용되는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도입해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 시장논리와 분리돼 운용됨으로써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본 논문의 저자들은 방향을 틀어 ‘시장논리에 부합하는 경영전략’이 의외로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나이키는 2000년대 초반, 경영합리화 전략의 일환으로 도요타생산방식(Toyota Production System)을 모방한 린 생산(lean manufacturing) 방식을 개발해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을 시행해오고 있다. 린 생산 방식이란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납기 향상, 품질 향상, 비용 절감 등을 도모하기 위한 생산 체계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즉,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 명시적으로 의도하는 안전, 적정임금 보장, 환경보호 등은 린 프로그램의 1차적인 목표가 아니었다.
그러나 본 논문의 분석 결과는 나이키가 주도한 이러한 생산합리화 프로그램이 하도급 생산업체의 노동자들에게 큰 유익을 가져다주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본 논문은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11개국 300여 개의 공장을 대상으로 나이키가 제시한 ‘공급업체 행위규범’ 준수 여부에 관한 감사 자료를 분석해 린 방식의 도입 이후 얼마나 큰 개선이 일어났는지를 분석했는데 항목은 크게 건강, 안전, 환경이라는 큰 묶음과 노동 부문 두 가지였다.
분석 결과 린 방식의 도입은 노동 부문 행위규범 위반을 15% 감소시키면서 눈에 띄는 개선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린 생산 방식 자체가 유연성 발휘를 요하는 만큼 노동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올바른 행위 규범이 무엇이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 안전, 환경 부문에서의 효과는 미미했다. 국가별 차이도 흥미로웠는데, 인도와 동남아 국가에서는 큰 개선이 일어났으나 중국에 위치한 공장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기업이미지를 제고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점증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본 논문의 연구결과는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주문자 및 최종 구매자로서 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즉, ‘눈 가리고 아웅’식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의 도입은 단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는지는 모르지만 실효성은 낮으며 소비자들 역시 이를 곧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나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감독 주체로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급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 ‘친시장적인’ 방식으로, 즉 생산효율을 높이는 기법 및 전략의 도입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면서 동시에 생산 주체인 노동자 역시 보호하는 길이 존재한다는 것을 본 논문은 보여준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