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마음속 美한 싹 틔우기

197호 (2016년 3월 lssue 2)

 

 

지난해 초 국회에서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돼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되고 있다. 과연 인성교육을 법으로 지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것인지, 인성교육이 또 하나의 입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여러 가지 걱정과 논란도 많다. 찬반 논란을 떠나 사회 곳곳에서인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한 기업으로부터 사원을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 강의 의뢰를 받았다. 기존에 안전과 관련된 교육을 오랫동안 해오다보니 안전의 문제도 결국은인성으로 귀결되더라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직무든, 능률이든, 안전이든, 궁극적으로는 모두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CEO를 지낸 어떤 분이인성이 확실하다는 보장만 있다면 우선 채용대상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배운 실무지식은 거의 무용하므로 어차피 직무교육은 입사 후에 다시 해야 하니 학교에서는 교양과 인성교육만 제대로 해준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성교육이라는 말에는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이라고 하면 더 잘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어감을 풍기는 것이다. 피교육자들의 입장에서는내가 인성이 모자라는 사람인가?” 하는 거북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실제로 인성교육을 의뢰했던 그 기업의 관계자는 필자에게 표면적으로는인성교육이라는 말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인성교육이라는 말을 유학(儒學)적으로, 특히 사서(四書)의 하나인 <중용(中庸)>의 의미로 풀면 전혀 잘못된 말은 아니다. 인성교육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고귀한 사람의 본성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드러내는 길을 틔우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의예지의 인성이 잘 발현이 될 수 있을까? 인의예지가 무엇인지 열심히 연구해서 이해하고, 구체적 실천지침을 만들어서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식의 인성교육을 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인간의 고귀함, 인간의 본래적 선함을 부정한 것이다. 외부로부터 어떤 새로운 지식이나 규율을 주입하거나 강요할 것이 없다.

 

인성교육은 성선(性善)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 사회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그 선한 본성이 잠시 가려져 있을 뿐 사람은 반드시 선한 존재임을 긍정해야 한다. 맹자는 이 점을 어떤 민둥산을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예전에 우산(牛山)은 나무가 아름다웠다. 그러나 큰 성()의 교외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매일 나무를 베어가서 벌거숭이가 되어 다시 아름답게 될 겨를이 없었다. 밤 동안은 그래도 자라나고 비와 이슬이 적셔 주기에 싹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낮에 소와 양이 또 뜯어 먹어서 저렇게 민둥산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민둥산이 된 것만 보고 원래부터 좋은 재목이 없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인의예지의 본성은 사람의 마음속에 누구에게나 씨앗처럼 존재한다. 인간의 불필요한 욕심을 제거한다면 인의예지의 싹은 온전히 자랄 것이다. 그 씨앗에 물을 주면서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이 진짜 인성교육이다.

 

인성교육의 목적은 단지 윗사람을 잘 따르고 체제에 순응하며 주어진 규칙과 예의를 잘 지키는착한 사람을 만들려는 데 있지 않다. 남을 나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해야 할 것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으며[], 진심으로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명확히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면 된다. 이러한 사람은 사회와 체제에 분명 협조적이겠지만 잘못된 상황에는 반기를 들 줄 안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존중하지만 그의 잘못을 지적할 줄도 안다. 규칙을 준수하고 예의바르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규칙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위해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행복한 구성원이 많이 모인 조직이라야 궁극적인 성공을 이룰 것이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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