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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성, 경영의 본질

김남국 | 195호 (2016년 2월 lssue 2)

 

경영이란 말은 동양 고전 가운데 <시경(詩經)>에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시경> 대아편에 따르면, 문왕이 영대(靈臺)라는 정원을 만들어서 경영하려 하자 백성들이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발 벗고 나서 며칠 만에 공사가 끝났다고 합니다. 문왕이 서두르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백성들이 자식처럼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이 시를 통해 알 수 있는 문왕의 탁월한 경영 수완은 바로 백성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경영은 곧 사람에 대한 것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요체는 자발성이라는 통찰을 줍니다.

 

인간을 당근과 채찍만으로 통제하는 것은하수(下手)’가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현대 심리학은 당근이나 채찍보다 자발성이나 자유 같은 게 훨씬 더 중요한 동기부여 수단임을 발견했습니다. 에드워드 데시 로체스터대 교수의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은 자발적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왜 자발적 선택이 동기부여에 더 훌륭한 수단일까요. DBR에 근무하는 한 대학생 인턴연구원의 경험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하위권 성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 학생의 부모님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부하라고 강압하지 않았다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영어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책을 읽어보라고 했는데 이 학생은 ‘I care’아이 카레로 읽었다고 합니다. 그날 이후 이 학생의 별명은카레가 됐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후 이 학생은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부모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서 내린 뒤늦은 공부의 결과는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 학생은 서울의 명문 사립대학에 4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으며, 스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생활을 하는 완벽히 독립적인 주체가 됐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한 부모님의 지혜가 빛을 발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강압적인 교육을 받은 꽤 많은 영재들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1997 13세에 옥스퍼드대 수학과에 합격해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피아 유소프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 소녀의 부모는 새로운 학습법을 개발해 소녀에게 강제로 공부를 시켰고 결국 옥스퍼드 최연소 입학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 소녀는 몇 년 지나지 않아 가출했고, 집에 돌아가길 거부했으며, 결국 길거리 여성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강압적인 공부가 가져온 비극입니다.

 

해고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채찍), 혹은 더 높은 연봉을 받거나 빠른 승진을 위해(당근) 일을 하면 목적과 수단이 달라집니다. 일은 목적이 아닌 채찍 회피나 당근 획득이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수단에 불과한 일이 즐거울 리 없습니다. 창의성이 개입할 여지도 없어집니다. 창의성은 본래 실패할 위험이 높은데, 굳이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는 위험한 시도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일하는 과정에서 자존감도 느낄 수 없습니다.

 

반면, 자기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면 해당 과제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당연히 일이 더 재미있어지고 일상이 행복해집니다. 어려움에 직면해도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도 갖게 됩니다. 일을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기 때문에 실패 위험을 감수하면서 과감하고 창의적인 도전에 나서기도 합니다.

 

물론 자발성을 강조하는 것이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완벽한 솔루션은 아닙니다. 루틴한 일을 단순 반복하는 업무에서는 자발성 강화가 큰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아직 역량이 미흡한 사람에게 큰 의사결정을 맡기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조직 운영의 방향은 자발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제한된 범위에서 자발성을 인정해주고 역량이 쌓이면 범위를 더 확대해나가는 것, 경영의 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초경쟁 환경에서 조직원들의 역량을 키워내는 것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경영 솔루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DBR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이와 관련한 유용한 솔루션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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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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