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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소비’ 욕구는 있지만... 저가품에서는 판매 떨어뜨린다 外

김현경 | 194호 (2016년 2월 Issue 1)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Economics

 

‘윤리적 소비욕구는 있지만저가품에서는 판매 떨어뜨린다

 

Consumer Demand for Fair Trade: Evidence from a Multistore Field Experiment (Jens Hainmueller, Michael J. Hiscox, and Sandra Sequeira, Th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May 2015: 242-256)

 

무엇을 왜 연구했나?

 

‘착한 소비는 기업들의 허울 좋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일 뿐인가, 아니면 소비의 한 행태로 확고히 자리 잡았나.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농부들에게 정당한 이윤을 보장해주고, 아동을 노동 착취로부터 보호하며, 동물 실험을 거부하고,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식 등을 통해 생산된 상품을 구매하는윤리적 소비가 유행이다. 이는 윤리적 소비의 한 형태인공정무역(Fair Trade)’ 상품의 판매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들은 윤리적 소비를 겨냥한 상품개발의 높은 시장잠재력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설문조사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윤리적으로 생산된 상품이라면 기꺼이 더 높은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스탠퍼드대 옌스 하인뮐러(Jens Hainmueller) 교수 등은과연 소비자들이 자신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가지고 실제 구매결정을 할 때에도 윤리적으로 생산된 상품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지, 또한 그러한 상품의 가격이 타 경쟁상품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경우에도 기꺼이 높은 값을 지불하려하는지를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존 연구들이 주로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행태가 아닌의향에 기초했기에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본 논문의 연구자들은 소비자들의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2008∼2009년에 걸쳐 미 동부지역에 위치한 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26개 지점에서 공정무역 커피의 판매량에 관한 대규모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됐는데 첫째는 공정무역이라는라벨의 효과에 관한 실험이었고, 둘째는 공정무역 커피의 높은가격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다. 슈퍼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종류의 커피원두, 즉 프렌치로스트(FR)와 커피블렌드(CB)를 선택해 첫 번째 실험단계에서는 가격은 그대로 둔 채 공정무역이라는 표시를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각 지점별로 판매량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봤다. 두 번째 실험단계에서는 가격을 각각 파운드당 1달러씩 인상했을 때 각 지점별 판매량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고자 했다.

 

동일한 제품에 공정무역 라벨을 부착한 4주간의 기간과 그렇지 않았던 4주간의 기간을 비교하는 첫 번째 라벨실험 결과, 두 종류의 커피를 합해 약 10%의 판매량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공정무역이라는 라벨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험에서 여타의 요소들이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실험설계 시 최대한 배제했다. 그렇다면 더 높은 가격으로 책정했을 때는 어땠을까. 두 번째 실험에서는 실험을 위해 선정한 두 종류의 원두가격을 1달러씩 인상해 프렌치로스트의 경우 가격이 가장 높은 군에 속한 상품으로 만들었고, 원래 저렴한 축에 속했던 커피블렌드의 경우 보통 수준의 가격에 속한 상품으로 설정했다. 공정무역 라벨에도 변화를 줬다. 이들의 높은 가격을 명시적으로 공정무역과 연관해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라벨과 그렇지 않은 라벨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두 상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다르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비교적 고급 커피에 속하는 프렌치로스트의 경우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2% 증가를 보인 반면 저렴한 커피인 커피블렌드의 가격 인상은 구매자들로 하여금 대체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논문의 실험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 매우 고무적이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상당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가격 및 여타 요소와 작용해 보다 복잡하게 소비 행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가격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까지 윤리적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있는가 하면, 대체 상품과의 가격 차이에 민감한 소비자들도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급 제품에서는윤리 소비라는 것이 일종의 과시 및 자기 만족과 연결될 수 있기에 가격 인상이 오히려 판매율을 올렸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에서는 판매율을 떨어뜨렸다. 단순히 공정무역과 관련한라벨만 붙이기보다 제품의 등급과 특성에 따라 가격전략을 바꾸는 등 다차원적으로 접근할 때 기업들은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기업들도 각각의 소비자 특성을 분석하고 그들 각각을 겨냥한 세분화된 시장 전략을 고심해야 할 때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fhin@naver.com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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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경

    김현경fhin@naver.com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필자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로 재직중이며 주 연구 분야는 정치경제학(노동복지, 노동시장,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갈등 및 국제정치경제)이다. 미국 정치, 일본 정치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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