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menomics; 저성장 덫에 갇힌 한국 경제의 탈출구

175호 (2015년 4월 Issue 2)

한국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The World Economic Forum(다보스포럼)에서 매년 발간하는 Global Gender Gap Index(성 격차 지수) 2013에 따르면 한국의 순위는 전 세계 200여 국가 중 111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도 여성들의 사회활동에는 많은 장애물과 불확실성이 따른다는 뜻이다. 흔히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중동 국가 UAE와 쿠웨이트의 지수는 각각 109, 116위다. 물론 이 통계를 내는 기준에는 각국의 독특한 문화나 특수한 제도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한국이 실제보다 더 안 좋게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견해를 수긍한다고 해도 한국 사회의 양성평등이 OECD 기준에는 한참 모자란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하다.

 

성 격차 지수를 구성하는 하위 지표들 중 여성들의 경제참여와 기회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Economic Participation and Opportunity Sub-index)를 살펴보면 대부분 북유럽의 국가들이 최상위 그룹에 속해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여성들의 일-가정 양립을 용이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의 경제참여율과 여성이 기업에서임원직을 맡는 비율도 높다. 여성의 경제참여율과리더십 역할로의 진입률’이 높은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저출산과 사회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선도 기업들은 이미 채용에서 남녀 차별을 두지 않으며 육아휴직, 탄력근무제, 어린이집과 같은 여성친화적 제도에 투자하고 있다.

 

왜 선도기업들은, 그리고 선진국들은 여성이 일과 육아·출산 등을 병행할 수 있도록 만들고, 기업 내에서 구조적 차별 없이 임원직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기업 내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남성 비율에 준하게 되면 어떤 장점이 있는 것일까? 수년 전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낸 보고서에 그 답이 있다. 맥킨지는 ‘A Business Case for Women’이라는 보고서에서여성 임원이 많을수록 조직 및 재무성과가 더 낫다는 사실을 밝혔다. 단지 몇 개의 기업을 선정해 임의적으로 조사한 결과가 아니었다. 231개 기관의 직원 115000명에 대한 설문을 통해 각 기업 혹은 조직의성 다양성을 물었고 해당 조직의 객관적 재무성과를 토대로 그 상관관계를 분석해 내린 결론이었다. 쉽게 말해, 여성 임원의 수가 늘어나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였다. 작게는 개별 기업의 성장을 위해, 크게는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여성의-가정조화 및 병행을 돕고 그들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기업을 비롯한 각 조직에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그동안 많은 영역에서 소외됐던 여성들이 만들어 낼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보고 이들의 역량을 통해 국가적 차원에서도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발굴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womenomics’라는 용어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수동적으로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지는 제도만 바라보고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여성 스스로도 더욱 진취적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배움에 나서야 한다. 최근 많은 국내 MBA 과정에 기혼 여성들이 대거 입학하는 것을 보면 능력 있고 야망 있는 여성들 역시 이를 잘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같은 여성들을 더욱 독려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MBA 과정 운영 주체들도 적극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최근 필자가 있는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은 주말강좌 수를 대폭 늘리는 한편 주말강좌를 수강하는 MBA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동안 어린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도록 교내 이화어린이연구원에서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른 많은 MBA 과정들도 똑같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여성 기혼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혜택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MBA 과정이 기본적으로 국내 기업에 뛰어난 리더를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고, 기업 리더십 내성 다양성 확보’ ‘혁신 DNA 이식등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볼 때,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교육기관의 변화, 선도기업부터 시작되는 여성을 위한 제도 마련, 국가적 혜택 등이 한데 어우러진다면 최근 저성장 기조에 직면한 한국 경제,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될 것이다.

 

 

김경민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필자는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테크대(Texas Tech University)에서 경영정보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포틀랜드주립대 교수를 거쳐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2015 1월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으로 취임했다. IT 관련 응용 서비스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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