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는 기업에 큰 가치를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네트워크에 기초한 혁신 아이디어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필립 앤더슨은 네트워크의 효과에 대해 ‘많은 것은 다르다(more is different)’라는 개념으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기업이 더욱 많은 고객들과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생각하지 못한 의견을 접할 수 있게 되며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선호하는 혁신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커뮤니티는 또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이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가격 대비 가치가 매우 높은 홍보 마케팅 채널이 될 수 있습니다. 별도의 조사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고객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쉽게 물어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조사 비용을 아끼면서 고객 선호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커뮤니티는 위기관리에도 도움을 줍니다. 유명한 할리데이비슨 오너스 그룹(HOG)은 경영난을 겪었던 할리데이비슨의 회생에 큰 힘이 됐고, 락앤락 써포터즈는 플라스틱의 유해성 논란이 한창일 때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으니 기업들은 브랜드 커뮤니티를 육성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 사례는 드물게 발견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돈을 쫓아다니면 돈이 달아난다는 속설처럼 브랜드 커뮤니티를 마케팅 및 판매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접근하는 기업은 대체로 목적 달성에 실패합니다.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결과가 흘러가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이유는 고객들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건 자신이 상업적 목적이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면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당연한 상식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판매와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커뮤니티를 이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마케팅이나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면 커뮤니티는 무엇이 목적이어야 할까요.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 대한 ‘봉사’가 유일한 목적이어야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즉각 대응해줘야 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충족시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제품이나 브랜드와 상관없는 이야기라도 마음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아껴야 합니다. 소비자와의 관계는 ‘전화하기’와 같다는 조창수 제일기획 그룹장의 조언대로 자신의 말만 계속하려고 하면 상대가 전화를 끊어버릴 것입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의 교훈처럼 열심히 들으면서 고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기업이 브랜드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커뮤니티 스스로가 활동 방향성을 찾고 자생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콘텐츠에 간섭해서도 안 됩니다. 기업은 교묘한 방법으로 제품 사용 후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의도대로 분위기를 이끌려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이런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신뢰만 잃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온라인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하면서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커뮤니티 활동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기업들도 이런 소비자들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양한 커뮤니티 유형 및 커뮤니티에 근거한 혁신 전략, 락앤락 등 성공적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한 사례 등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기업과 소비자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통로로 부상하고 있는 커뮤니티를 새로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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