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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 Accounting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 현금 선호 사내유보금 줄이기 세금으론 안된다
Based on “Why Do U.S. Firms Hold So Much More Cash than They Used To?” by Thomas W. Bates, Kathleen M. Kahle, and Rene M. Stulz (2009, The Journal of Finance, October 2009, pp. 1985-2021)
무엇을 왜 연구했나?
기업의 순이익은 영업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서 법인세를 포함한 제반 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기업은 당기(當期)에 확정된 순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분배할 몫과 재투자(再投資)를 위해 사내 유보금으로 남겨둘 부분으로 분할하는 결정을 하는데 이를 배당정책(dividend policy)이라 한다. 배당정책은 주주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예컨대 배당금을 지나치게 많이 책정하면 재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지므로 기업이 더디게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과다한 사내 유보금으로 인한 방만한 경영은 기업의 시장가치를 떨어뜨려 주주들에게 손실을 가져온다.
흥미롭게도 1980년 이래 미국의 상장기업들은 현금보유액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런 현상은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이 배당금보다는 사내 유보금으로 책정되도록 하는 배당정책이 유지돼왔음을 의미한다. 미국 기업들은 왜 현금보유액을 꾸준히 늘렸을까?
이 연구는 이에 대한 답을 2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첫째, 기업은 예비적 동기(precautionary motive)에 의해 현금을 보유한다. 불확실한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일수록 되도록 많은 현금을 보유해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1980년 이후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면 기업의 예비적 동기가 확대돼 현금보유액을 증가시켰을 것이다. 이 연구는 또 다른 원인으로 CEO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꼽았다. 적절한 투자 기회가 없다면 순이익은 배당금으로 지불돼야 한다. 하지만 도덕적으로 해이한 CEO는 오히려 사내 유보금을 늘려 이를 본인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내 유보금의 증가는 CEO의 도덕적 해이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1980∼2006년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현금보유액의 지속적인 증가가 두 가지 이유 중 무엇에 의해 설명되는지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1980∼2006년 미국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다음의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했다. 첫째, 표본기간 동안 현금자산비율(cash-to-asset ratio)은 연평균 0.46%씩 증가했다. 즉 현금자산비율의 평균은 1980년에는 10.5%였으나 2006년에는 23.2%로 크게 상승했다. 더욱이 현금자산비율의 증가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둘째, CEO의 도덕적 해이 정도는 현금자산비율의 상승을 설명하지 못했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CEO일수록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많이 가지려 한다. 따라서 상승한 현금자산비율이 CEO의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면 잉여현금흐름과 현금자산비율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져야만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잉여현금흐름은 현금자산비율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이 큰 기업일수록 현금자산비율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예비적 동기에 의해 현금자산비율이 증가했다고 결론을 내렸다.마지막으로 기업 특성의 변화와 현금자산비율의 증가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1980년대의 기업들과 비교해 2000년대의 기업들은 재고(inventory)와 외상매출금(account receivable)을 적게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R&D 투자액이 컸다. 운전자본(working capital)의 감소와 R&D 투자의 증가는 현금보유액에 대한 필요를 증가시킨다. 따라서 관찰된 기업특성의 변화는 현금자산비율이 왜 증가했는지 적절히 설명해준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최근 국내 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여부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현 경제팀의 논리는 과거 법인세 인하를 통해 증가한 사내 유보금이 재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고자 지나친 사내 유보금에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순이익은 법인세를 공제한 금액이며 사내 유보금은 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따라서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이중과세로 법적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더불어 과세처럼 외부적 개입을 통한 사내 유보금의 조정은 필수불가결하게 사중비용(deadweight cost)을 유발한다.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단기적으로 배당금의 증가를 가져와 내수 진작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위적 개입이 그렇듯 장기적으로는 사중비용을 증가시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는 기업의 현금보유액이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로 기업들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처럼 국내 기업들의 현금보유액 증가 역시 법인세 감소나 배당기피 성향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상황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올바른 경제정책은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기업들은 구태여 현금을 쌓아둘 필요가 없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투자나 배당금 분배에 나설 것이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근시안적 정책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들이 고민하는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정책을 펴야 할 때다.
엄찬영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 cyeom73@hanyang.ac.kr
필자는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University of Oregon에서 재무금융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한양대 경영대학에 재직 중이며 주된 연구 분야는 자산가격결정의 실증적 연구, 주식발행, 시장미시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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