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김동환 DBR 6기 독자패널(육군)
DBR 142호 ‘한국을 이해하는 키워드 ‘워커홀릭’, ‘몰입’과 다른 중독임을 이해하자’ 기고문은 워커홀릭의 문제점에 대해 분석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이 ‘워커홀릭 국가’로 낙인 찍힌 이유 중 하나는 과다한 야근에 비해 업무적인 성과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에게 ‘주당 근무시간 90시간’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힌 적도 있으며 목표를 위해 매일 오후 10시에 퇴근하고 아침에 일어나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 등 워커홀릭의 모습을 보였지만 자기 자신이 추진하는 일에 대한 확신과 내재적인 자기신념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를 통해 창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보인다. 결국 스티브 잡스처럼 일을 많이 하더라도 업무 성과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신념과 일이 하나가 된다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것처럼 몰입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성남 타워스왓슨 이사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사람이 몰입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일중독에 빠져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분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의존성과 목적의식이다.
의존성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일을 시작하고 중단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지 여부를 말한다. 긍정적 의미에서 업무에 몰입을 하고 있는 경우라면 필요에 따라 일을 멈추고 적절히 휴식을 취하며 다시 몰입하는 것도 가능해야 한다. 일중독인 경우라면 이게 쉽지 않다. 또한 긍정적 의미에서 업무 몰입을 하는 경우 자기가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게 된다. 반면 일중독에 빠진 사람은 일 자체와 관련한 내재적인 목적의식보다는 경쟁, 금전보상, 우월감 충족 등 외재적인 요인 때문에 강박적으로 일에 매달린다.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 개발을 위해 주당 90시간이라는 혹독한 일정으로 개발자들을 몰아붙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직원들은 얼마든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여건이었음에도 세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비전 때문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몰입을 위한 여건은 만들어 주되 중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구성원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홍준기 DBR 6기 독자패널(대한항공)
142호, ‘미술의 역사 바꾼 인상주의 핵심 동력은 다자간 협력’에서 필자는 ‘개방적 혁신’이라는 주제를 서양 인상주의 화가들의 사례에 빗대어 설명했다. 필자의 의견에 대해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기업 개별적 관점에서는 크게 와 닿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협력을 통한 혁신 공간은 매력적인 장치이고 그로부터 많은 혁신이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 혁신의 열매를 ‘내’가 따야 하는 것이 기업의 생존 논리다. 기업의 입장에서 목적은 ‘혁신’ 그 자체도 아니고, ‘나를 통한 혁신’도 아니고, ‘누가 그 혁신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느냐’다. 필자의 의견은 모두 좋고 옳은 얘기다. 다만 조금은 더 그 틀 안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에 대해 필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이병주 생생경영연구소 소장
협력에서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버리라는 말은 결코 이타주의적으로 행동하라는 말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라는 뜻이다. 게임이론을 생각해 보면 쉽다. 1회성 게임에서는 상대를 배반하는 이기적인 선택이 최선이다. 그러나 반복 게임에서는 서로 돕는 선택이 최선이다. 비록 한 번 얻는 이득이 적더라도 반복해서 게임을 하다 보면 적은 이익이 쌓이고 쌓여 커지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그렇다. 길거리에서 한 번 보고 말 사람에게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계속해서 얼굴을 마주치게 될 이웃사람에게는 친절하게 대한다. 평판과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게임이론가들은 천사가 착한 이유도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을 반복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대회가 개최됐다.
1980년 미시간대 정치학과 교수인 액설로드(Robert Axelrod)가 전 세계 학자들을 대상으로 죄수의 딜레마 반복 게임으로 컴퓨터 대회를 실시했다. 게임이론, 수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신이 프로그래밍한 전략으로 다른 참가자들과 1대1로 싸웠다. 최종 우승은 상호의존(Tit for Tat) 전략을 취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이 전략은 매우 단순하다. 처음에는 일단 협력하고 그 다음부터는 상대방의 이전 선택대로 응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게임에서 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지를 골랐지만 상대편이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나의 전략을 수정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철저히 응징한다. 하지만 첫 번째 대결에서 상대편도 나와 같이 협조적으로 나오면 그 다음 겨룰 때에도 협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 전략의 성적표를 보니 독특한 특징이 있었다. 처음 1대1 싸움에서 상호의존 전략을 사용한 참가자들은 그 어떤 상대도 이기지 못했다. 기껏해야 무승부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게임의 점수를 합쳤을 때는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더라도 최대한 협력적인 상황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협력에서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버리면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은 줄어들지 모른다. 아니 줄어든다. 그러나 협력 네트워크에서 긍정적인 평판이 퍼질 것이고, 더 많은 파트너가 우리와 협력하려고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커다란 이득을 얻게 된다. 관점을 주체에서 기간으로 바꾸길 바란다. 협력에 대한 이득이 누구에게 오느냐가 아니라 단기에 이익을 남길 것이냐, 장기적으로 이익을 볼 것인가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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