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Communication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건 스피드다

143호 (2013년 12월 Issue 2)

 

 

 

설화(舌禍)’

 

화장품을 뜻하는 게 아니다. 말로 인해 화를 입는다는 뜻이다. 원래 설화는 정치계나 연예계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설화의 주인공이 확대되고 있다.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는들의 설화가 두드러졌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막말 사건, 포스코라면상무의 욕설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이 밖에 최고의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전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도 나라를 들썩이게 했다.

 

이처럼갑의 횡포로 인한 위기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나쁜 뉴스는 전파 속도가 빠르다. 예나 지금이나 힘 있는 자의 잘못은 대중에게 최고의 화젯거리다. 둘째, 죄질에 대한 구형(求刑)이 무겁다. 똑같은 잘못이라도 갑의 잘못에 대중은 더 크게 분노한다. 강호동이 말하지 않았던가? “연예인의 출연료가 높은 이유는 연예인으로서 겪어야 하는 불편함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마찬가지다. 갑이 힘을 갖고 있는 이유는 갑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행위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가 무너졌을 때, 대중의 분노는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의 크기만큼이나 커진다.

 

그렇다면 갑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당연히착하게 조심하며살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런가? 살다 보면, 바꿔 말해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세상 그 누가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라면 하나 때문에, 3년 전 녹음파일 하나 때문에 멀쩡하던 회사가 위기에 빠질 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사건(위기)이 터졌을 때, 한마디로 물을 엎질렀을 때, 기업의진짜 내공이 발현된다. 위기관리에 서툰 기업은 엎지른 물을 몽땅 뒤집어 쓴다. 대중은 그 기업에나쁜 기업이란 주홍글씨를 낙인 찍는다. 반면 위기관리에 탁월한 기업은 엎지른 물을 최대한 티 안 나게 정리한다. 덧붙여 대중의 인식에 ‘(사건이 터져) 운은 없었지만 (위기상황에서도 바르게 행동한) 착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기 상황에서 운은 없었지만 착한 회사가 될 것인가? 위기관리에서 말하는 5가지 황금률(golden rule)을 기억하자.

 

1. 완벽함보다는 스피드가 핵심이다

 

위기 상황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말로 모르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회사의 분위기는 한마디로호떡집에 불 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동아건설(성수대교 시공사) 측은 사건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회사의 어떠한 공식적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만든 다리가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무너졌다고 가정해 보라. 과연 어떤 회사가 허둥대지 않겠는가? 그동안 시간은 흘러가고 나쁜 여론은 무서운 속도로 확대 재생산된다.

 

침묵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위신중론때문이다. ‘여론을 좀 더 지켜본 후 대응하는 게 낫지 않을까?’‘괜히 나섰다가 완전히 죄인으로 낙인 찍히는 것 아니야?’라는 우려가 침묵을 부른다. 그러나 사건을 만든 당사자가 침묵하면 대중은 스스로 만든 음모와 부정적인 자료로정보의 진공(information vacuum)’을 채운다. 기자 출신 컨설턴트 윌리엄 홀스타인은 이러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당신이 상어에게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당신이 상어의 먹이가 될 것이다!”

 

청와대가 그랬다.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이 터졌을 때 청와대는 조기 진화할 기회가 있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대중과 여론은 대통령의 입장을 매우 궁금해 하며 뉴스를 지켜봤다. 하지만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만약 이때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하나, 국민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 , 진상 파악과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 , 자세한 조치사항에 대해선 이후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말씀 드리겠다. 오해말자. 위기 상황에서의 첫 입장표명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간단한 메시지를 통해정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또 이번 위기에 대해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 위기상황이란 바꿔 말해 우리 조직의 평판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빠르게 자신의 메시지를 제시해 위기를 초기에 진압해야 해야 한다. ‘완벽함보다는스피드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2. CEO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라

 

위기에 빠진 회사에선 임원들 간갑론을박이 벌어진다. CEO가 직접 등장할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대체로 “CEO는 우리 회사의 얼굴이니 방패막이로 써서는 안 된다충성파들의 주장이 승리할 때가 많다. CEO의 등장이슈는 사안의 중요성이라는 함수와 직결된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이슈라면 CEO가 등장하는 게 맞다.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이슈 역시 최고책임자가 직접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과의 진정성이 배가된다. 남양유업의 사과가 아쉬운 이유는 바로 이 대목 때문이다. 회사가 스스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밝혔음에도 불구, 오너는 사과 현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포스코에너지는 더 심각하다. 공식 발표문을 보면 사과의 주체가 포스코에너지㈜로 돼 있다. 사람이 아닌 법인이 말을 하는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CEO의 적절한 등장이 회사를 살린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 당시 동아건설 CEO의 사과였다. 당시 동아건설의 CEO는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해 끊어진 다리를 쳐다보며 비통함과 사과의 마음을 진실되게 전했다. 이 장면을 본 국민들의 마음 한편에선 동아건설에 대한 분노와 함께 연민도 생겨났다. 결국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CEO는 구속을 면하고나쁜 회사라는 이미지를 피할 수 있었다.

 

3. ‘CAP(Care & Concern, Action, Prevention)을 지켜라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이에 대한 인정과 사과가 필요하다. 이때 기억해야 할 법칙이 ‘CAP이다. CAP룰의 핵심은 3:6:1의 법칙을 지키는 것이다. 잘못에 대한 미안함(Care & Concern)이 전체 대화의 30%, 해결책과 실행계획(Action) 60%,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Prevention) 10%가 돼야 한다. 위기 관리를 못하는 기업일수록 누가 잘못했나를 밝히는 데 목숨을 건다. 반면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해결책(Action)에 집중한다.

 

0.0025%의 표기오류가 과연 의도적 허위 표기인가!’ 2010, 일부 매장에서 수입산 닭을 국산으로 속여 판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가 사과 메시지에서 가장 강조한 내용이다. 사건을 축소하는 데 집중한 사과. 소비자들은 이를 뻔뻔함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CAP룰을 지킨 사과는 어떨까? 같은 해, 유명 가전업체의 드럼세탁기 안에서 한 아이가 질식사했다. 이때 해당 기업은 제품에 하자가 없었지만 변명보다 해결책(Action)에 집중했다. 105만 대에 이르는 모든 제품에 대해 잠금 장치를 리콜하고 드럼세탁기 안전 사용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이 회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는 데 성공했다.

 

 

4. 핵심 메시지를 만들어라

 

위기상황에서 다언(多言)은 실언(失言)을 야기할 때가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게 짧고 굵은 단 하나의 메시지, 키 메시지(핵심 문장)’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지난해 여름, 아일랜드의 SNS에 갤럭시S3가 폭발했다는 사진이 올라왔다. 얼마 뒤 삼성전자는 제목과 본문 내용 모두에서 갤럭시S3의 그을린 자국은 외부 에너지때문에 생겼다는 키 메시지를 강조하며 루머를 진화했다. 한마디로 자체 폭발이 아니라는 얘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3의 외부기관이 진행한 조사 결과를 더했다. 결국 사건은 누군가 악의적으로 삼성 제품을 흠집 내려 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뇌리에 꽂히는 한마디는 이렇게 막강한 힘을 지닌다.

 

“저는 누구에게든 상처가 될 만한 선택을 한 적이 없어요.” 지금은 기성용 선수의 아내가 된 배우 한혜진이 트위터의 짧은 글에서 두 번씩이나 반복한 메시지다. 당시양다리 논란에 휘말렸던 여배우가 루머에 대응하며 던진 키 메시지인 셈이다. 반면 남양유업은 어땠나? 지난 5, 문제의 음성파일이 공개됐을 때 남양유업 측의 공식입장을 보면영업 내부 조직 간의 일이라는 사실이 강조돼 있다. 잘못 설계된 키 메시지는 위기를 증폭시킨다.

 

5. 위기 후를 관리하라

 

위기관리는 사건 종결과 함께 끝나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이끝난 후. CEO의 노력, CAP룰을 활용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문제가 잘 끝났다면 이제끝났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좋은 일도 아닌데 그냥 조용히 지나가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 종결을 알리지 않아 크게 낭패 본 기업이 많다. 과거 공업용 우지 파동으로 고초를 겪은 삼양라면의 경우가 그렇다.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에게 무죄라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시장점유율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삼양라면이 무죄임에도 큰 타격을 받은 이유는 소비자마음속에 아직도 유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에 더 반응한다. 부정적인 뉴스를 마음속에서 지우기가 생각 외로 어렵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뉴스를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깨끗이 지운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의 펩시콜라다. 1993년 펩시콜라 캔 안에서 주사기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에이즈가 사회 문제로 떠들썩하던 때라 미국 전역으로 공포감이 확산됐다. 결국 펩시의 잘못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펩시는 이번 위기 극복이 소비자의 끊임없는 신뢰였다는 의미로 신속히 ‘Thanks Americana’ 캠페인을 실시했다. 위기가 끝난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한 달간 실시한 것. 캠페인 덕분인지 펩시는 위기 후 기업이미지가 오히려 좋아졌다. 위기 후 실시한 기업 이미지 조사에서 소비자의 75%펩시가 더욱 좋아졌다고 답했다. 무능한 회사일수록 위기상황에서 이렇게 되뇐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맞는 말이다. 사건은 지나간다. 하지만 대중의 마음속에 불신과 실망은 남는다. 지워라! 잘못된 과거를. 그리고 알려라. 우리 회사가 달라졌음을.

 

위기관리의 진짜 목표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대중은 언젠가 잊는다. 맞는 말이다. 대중은 의외로 남의 잘못에 대해 관대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잘못이 한 번의 실수나 운이 나빠 발생한 것이라고 인식돼야 한다. 다시 말해착한 사람이 어쩌다 실수로 한 나쁜 짓에 대해선 너그럽지만나쁜 사람이 의도적으로 한 나쁜 짓에 대해선 엄격하다.

 

여기에 위기관리의 목표가 있다. 위기의 순간!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한마디로 말하면불운에 빠진 나쁜 사람(Bad Guy in Bad Luck)’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불운에 빠진 착한 사람 (Good Guy in Bad Luck)’이 돼야 한다. 불가능한가? 그렇다면 최소한불운에 빠진 불쌍한 사람(Poor Guy in Bad Luck)’이라도 돼야 한다.

 

무슨 말인지 예를 통해 정리하자. 밖에서 맞고 들어온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회장님이 직접 응징에 나섰다. “때렸냐고 묻는 언론 앞에서 끝까지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폭행사실이 밝혀지고 회장은 졸지에사람 때리고 거짓말까지 하는 나쁜 재벌이 됐다. ‘불운에 빠진 나쁜 사람이다. 금융사의 전산망이 해킹을 당해 고객 정보가 새나갔다. 해외 출장 중이던 CEO는 급히 귀국,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고객에게 죄송하고 수치스럽다.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며 허리를 굽혔다. 이후 회사는 해킹 전담 창구를 개설하고 전화와 e메일을 통해 고객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 ‘불운에 빠진 착한 사람이다. 최고의 골프선수가 최악의 불륜남이 됐다. 모두가죄질이 너무 나쁘다. 선수생활은 끝났다고 예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섹스중독 치료센터에 입소한 초췌한 모습의 선수가 등장한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모두 한마디씩 한다. “안 됐네! (What a poor guy!) 병 때문에 그랬구먼.” ‘불운에 빠진 불쌍한 사람이다.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 위기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위기가 발생한 후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지금까지 말한 5가지 황금률을 기억하자. 이를 실천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 불쌍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필자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 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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