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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c communication

갈등, 스스로 해결했다 믿게하라 좋은 리더는 ‘숨은 조정자’다

최철규,김한솔 | 140호 (2013년 11월 Issue 1)

 

 

‘건설적 대립의 조직 만들기라는 조직 문화 프로젝트 팀을 맡고 있는 당신. 어느 날 프로젝트 팀 멤버인 최 대리가 당신을 찾아와 말한다. “팀장님, 박 대리랑 같이 일하기 너무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일에서 빠질 수 있을까 잔머리나 굴리고멤버 좀 바꿔 주세요.” 그날 저녁, 문제의 박 대리가 퇴근을 앞둔 당신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팀장님, 요즘 최 대리가 저 없는 자리에서 제 뒷담화를 하고 다닌다고 하네요. 아무리 프로젝트 팀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같은 팀원에게 그럴 수 있는지…” 그날 밤, 당신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팀원들 간에 생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리더에게 필요한 갈등 관리 역량, 조정(Mediation)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조직에선 항상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해결의 책임은 많은 경우 리더의 몫이 된다. 그래서 리더들은 항상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을까?

 

어떤 리더는갈등은 나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기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들의 선택은 간단하다. 싸우는 둘을 불러서을 내 주는 것. , 이걸 제대로 된 갈등 해결이라 말할 수 있을까? 미안한 얘기지만, 아니다. 당장의 급한 불은 껐을지 몰라도 온전한 의미의 갈등 해결은 아니다. 리더의 지시를 받아 든 두 사람은 찜찜한 마음으로 또 다른 갈등을 준비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리더의 판단이 상대에게만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리더의 선택은 정반대다. 갈등이 있을 때 이를 그냥 내버려 둔다. ‘갈등을 시너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서툰 지식만 갖고서알아서 잘 풀어봐라고 말한다. 이런 리더가 이끄는 팀에서 조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을까? 리더의 무관심에 의해 조직원들 간의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그리고 이는 조직원들의 잡념을 키울 뿐이다. 갈등이 건설적인 시너지가 되려면 리더의 적절한 개입이 중요하다.

 

갈등을 없애려고만 해서도 안 되고, 방치해서도 안 되는 리더. 그래서 리더에겐조정자(Mediator)’의 역할이 필요하다. 조정1 이란 갈등하고 있는 당사자 외의 제3자가 개입해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조정을 잘하기 위해 리더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자세는 뭘까?

 

쉬운 상황으로 풀어가 보자. 퇴근 시간, 강북에서 강남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때 어떤 기사는 이렇게 말한다. “1호 터널로 갈게요.” 기사의이 좋아 운 좋게 1호 터널이 막히지 않으면 서로 행복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터널 안은 이미 주차장이다. 짜증이 난 당신은 이렇게 생각한다. ‘택시비 조금 더 받아 내려고 일부러 막히는 길 찾아 온 거 아니야?’ 똑같은 상황, 노련한 기사는 이렇게 묻는다. “1호 터널로 갈까요, 3호 터널로 갈까요?” 잠깐 고민하던 당신은 “1호 터널이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1호 터널은 오갈 데 없이 꽉 막혀 있다. 그때 당신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내가 하자고 한 거니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본인의 판단을 받아들인다.

 

, 택시는 똑같이 막히는 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당신의 판단은 180도 다르다. 이유는? 전자는 기사의일방적인 판단에 의한 결과였지만 후자는스스로결정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게 제대로 된조정의 핵심이다. 훌륭한 조정자일수록 갈등 당사자들이스스로문제를 해결했다고 느끼게 만든다. 그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생각할 때 결과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답이 뻔한 문제로 싸우는 둘. 리더는 본능적으로을 주고 싶다. 판결을 내려줘야 하는 판사처럼. 하지만 일단 참자. 그들이 쓸데없는 넋두리를 하는 것 같더라도 기다려 주자. 대신 부하직원들이 스스로 그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본능이 발동하므로. 이를 자극하는 자리가 바로조정이다. 기억하자, 성공적인 조정의 출발은참여라는 사실을.

 

 

성공적인 조정을 위해 버려야 할 3가지 편견

답을 주는 것이 아닌스스로판단하도록 만들어 주는 조정. 하지만 많은 리더들이 조정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장애물 때문에 자주 좌절한다. 빠른 해결책을 원하는 부서원들의 조급함,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당사자 등 장애물은 다양하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조정 과정에서의 진짜 장애물은 조정자 본인의생각이라고.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정신적 입장이라 표현한다. 조정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선입견 때문에 조정 절차가 중립성을 잃게 된다는 것. 아래 대표적인 3가지 편견2 을 소개한다. 나는 이러한 편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생각해 보자.

 

첫 번째 편견은절차상의 편견이다. 조정자가 갈등 당사자들의 필요가 아닌본인의 성향이나 필요에 따라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것이발언 기회시간에 대한 제약이다. 이렇게 되면 양측으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이 어렵다. 이해를 돕기 위해재래시장 살리기라는 명분과시장 경쟁 논리라는 두 가지 주장이 맞서며 사회적 이슈가 된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 Market) 입점 갈등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갈등 당사자는 시장 상인들과 SSM을 추진하는 대기업, 조정자는 공무원이다. 조정이 잘 안 되는 공무원들은일정을 정해놓고 만난다. “매주 화요일 오전10시부터 12시까지 조정회의를 합니다와 같은 식으로. 만약 갈등 당사자 양측이 문제를건설적으로 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일주일 동안 상대의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모을 테니까. 하지만 상대를탓하기만 하는 상황이라면 기계적으로 정해진 시간은보여주기 행사에 불과하다.조정자의 편의에 의해서가 아닌 갈등 당사자가 필요로 할 때 만나는 것, 이것이 성공적 조정을 위한 기본이다.

 

두 번째 편견은해결책에 대한 편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정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갈등 당사자가 문제를 풀어가도록돕는 것이다. 하지만 조정자도인간이다 보니 양측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해결책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바둑이나 장기에서훈수를 둘 때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처럼. 그래서 조정 과정에서 무의식 중에 본인이 좋다고 여기는 답으로 이끌어 가려 한다.

 

앞에서 예로 든 SSM 갈등 상황에서 대기업 담당자의 해법이 설득력이 있다고 느낀 공무원이 이렇게 말한다. “들어 보니까 유통의 현대화라는 세계적 추세를 무시할 수 없겠네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규제를 받는 사이에 일본계 SSM이 힘을 키워 간다는데…” , 이런 얘기를 듣는 시장 상인은 어떤 기분이 들까? ‘역시 돈 있는 대기업 편만 들어주는군이라며 조정 절차에 대한 신뢰를 버릴 수밖에 없다. 조정자가 본인이 최상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가는 편견을 버려야만 제대로 된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상대의 행동을 판단할 때 내가 상대에 대해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사람이라 믿으면 실수를 해도귀엽게보이지만싫어하는 사람은 사소한 실수도짜증으로 다가온다.3  결국 상대에 대한 나의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공정한 조정을 위해 꼭 필요하다. SSM 문제의 조정을 맡은 공무원이 과거 대기업의 횡포에 피해를 본 적이 있다면? 시장 상인들이 베풀어 주는 돈독한을 느끼며 살아 왔다면? 아무래도 시장 상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재래시장의 불편한 주차나 환경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대형마트가 들어와 편리한 쇼핑을 즐기게 됐다면? 대기업의 입장에 감정적 공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정자는 항상 이러한 본인의 선입견을견제해야만 한다. 과거에 어떠했느냐가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조정 과정임을 기억하자.

 

효과적인 조정의 절차

편견을 버렸으면 이제 본격적인 조정 절차를 이해해야 한다. 조정 과정은 크게 (1) 이해 관계자 파악 (2) 사실 관계 파악 (3) 대안 개발 (4) 실행 점검 등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먼저, 이해관계자를 명확히 찾아야 한다. 누구를 대상으로 조정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에서 예로 든 SSM 갈등 상황의 경우, 시장 상인 대표와 SSM 담당자가 갈등 조정의 대상자로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 생각이 틀린 것일 수 있다. 시장 상인 대표가 과연 상인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대표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SSM 담당자가 어느 정도의 결정권이 있는지, 예컨대 조정 상황에서 제시되는 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 등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껏 조정 과정을 밟은 것이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법인카드 사용 범위문제를 놓고 영업팀 A 과장과 지원팀 B 과장이 싸우고 있다. 이 문제를 조정해 보겠다고 A, B 두 과장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해 봤자 답은 안 나온다. 서로에 대한, 혹은 회사에 대한 불평만 늘어놓을 뿐. 이유는? 이들은 제도를 건드릴 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을 정확히 고르는 것, 그것이 모든 조정 과정의 출발이다.

  

 

둘째, 사실(fact)을 파악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과 판단을 구분하지 못해 갈등을 키운다. 제대로 된 조정을 하려면 판단이 아닌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소음문제로 인한 갈등이 있다고 하자. ‘시끄럽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판단이다. 하지만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송전탑 설치에 대한 갈등도 마찬가지다. 송전탑 건설로 인한 전자파 노출이 암을 유발한다는 것에 대해 주민과 한국전력 사이에 논쟁이 오가고 있다. 이는 전자파가 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로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퀘벡의 캔디악(Candiac)에 변전소를 세우는 과정에서 있었던 시민과 사업자 간의 갈등 상황4 도 비슷했다. 시민들은전기선의 전자기 영향때문에 변전소 건설을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사업자는영향이 크지 않다며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갈등 해결의 출발은사실 관계 확인이었다. 양측이 전기선이 전자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수치 조사를 한 뒤 서로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생산적 논의의 출발이다.

 

셋째, 갈등 해결의 솔루션이라 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이때는 협상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한 가지, ‘교환법을 소개한다. 일단 갈등 해결을 위해 각자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이야기한다. 이때에는 브레인스토밍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각자의 주장을 펼쳐 놓은 후에 각자꼭 지켜야 하는 것부터양보할 수 있는 것까지의 우선 순위를 정한다. 그 다음, 서로 생각하는 우선 순위에 따라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갖고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양보한다.5

 

도식화한 위의 설명을 SSM 갈등 상황에 접목시켜 보자. SSM 도입 여부에 대한 쟁점은영업 시간’ ‘판촉 행사 빈도’ ‘시장의 주력 상품인 농수산물 매장 크기’ ‘SSM 매장에 상인 추천인 채용등이었다. 이 안건들에 대해 SSM 입장은 최대한 긴 영업 시간과 잦은 판촉 행사가 중요하고, 농수산물 매장도 넓히고 싶다는 것이다. 상인 추천인 채용은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썩 나쁜 제안은 아니다. 상인은 반대다. 짧은 영업 시간 약속을 받아 내야 했고, 수입 보전을 위해 상인이 추천한 지인들이 채용되는 걸 원했다. 농수산물 매장 면적도 좁히길 원했고, 판촉 행사는 시장 근처 유동 인구를 늘릴 수 있기에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4가지 쟁점을 각각의 입장에서 우선 순위별로 정리하면 <1>과 같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우선 순위를 고려하면 SSM상인 추천인 채용문제를, 상인은판촉행사를 양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를교환하면 양측 모두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갈등하는 상대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갈등 쟁점에 대해 각각이 중시하는 것을 찾는 것,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지키고 덜 중요한 것은 양보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조정자가 해 줘야 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실행을 위한 점검, 즉 실행을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조정 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실행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무의미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식적 조정 과정에서는점검위원회를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실행 여부를 체크하기도 한다. 팀 내에서 리더가 조정 절차를 진행했다면 갈등 당사자들 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체크리스트는 만들어 둬야 한다. 그리고 이를눈에 보이도록해야 한다. 각자의 책상에 붙여 둔다거나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이를 수시로 확인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정자의 핵심, 신뢰

지금까지 조정이 필요한 이유, 이를 위해 경계해야 할 편견, 그리고 효과적인 조정의 프로세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지켜져야만 하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전, 질문을 하나 해 보자. 아래의 문장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자연계의 폭풍이 필요하듯이 정치계에서도 때로는 혁명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판단을 돕기 위해 이 말의 출처를 밝혀 드린다. 이 말은 미국인들이 존경할 만한 역대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한 이야기다. 어떤가? 올바른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선 필요한 철학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그럼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만약 위의 말을 공산주의 혁명을 주창한 블라디미르 레닌이 했다면? 혹시 사회를 흔들기 위한 불온한 철학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사실 이것은 하버드대에서 진행된 유명한 심리학 실험이다. 실험 결과, 제퍼슨의 말이란 정보를 들은 학생들은 90% 이상이당연한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반면 똑같은 말이지만 레닌의 연설이라고 알고 평가한 학생들은 90% 이상이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슨 뜻일까? 텍스트의 의미보다 그 말을 누가 했느냐가 사람들의 판단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증명됐다.

 

갈등관리를 위한 조정에 대해 설명하다가 갑자기 별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심리학 실험 얘기를 하는 이유는? 조정자가 조정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도 이와 같기 때문이다. 조정자가 어떤 입장을 갖고, 어떤 절차에 따라 조정을 하는지가 갈등 당사자들에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닐 때가 있다. 대신 조정자가누구인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래서 조정의 핵심은 리더 스스로가 부서원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느냐다.

 

이는 공공 갈등 관리를 위한 조정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사 결과, 갈등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 여부를 기대하는 정도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비례했다. 정부를 신뢰할 수 있으면 심한 공공갈등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을 기대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선 당사자 간의 해결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 뉴타운 문제, 혐오시설 유치 문제 등 주민들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을 때 많은 지자체에선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만약 주민들이 지자체를 믿지 않으면 그러한 노력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신뢰 수준인 셈이다.

 

당신이 신뢰받는 리더라면 설혹 당신의 조정 과정이 자신에게 조금 불리하더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아무리 절차를 지키고 공정한 답을 이끌어 냈다 해도 뭔가 다른 꼼수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의심한다. 그게 사람이다.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그것이 누구로부터 나왔느냐이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그는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하지만 유명한 오케스트라일수록 최고의 지휘자를 모시기 위해 애를 쓴다. 좋은 연주의 중심에는 항상 최고의 지휘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갈등 해결에 큰 목소리는 중요치 않다. 발에 땀이 나게 뛰어 다니며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없다. 연주자들이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듣고스스로소리를 완성해 나가듯 갈등 당사자들이상대와 의견 교환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조정자는 지휘자여야 한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ckchoi@hsg.or.kr

최철규 대표는 국내 비즈니스 리더 3만 명에게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전파한 언론인 출신의 기업교육 전문가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경제부, 금융부 기자로 일했고 IGM 협상스쿨 원장을 지냈다.

 

김한솔 HSG 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 hskim@hsg.or.kr

김한솔 수석연구원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IGM 세계경영연구원 협상 R&D 팀장을 지냈다. 현재 HSG 휴먼솔루션그룹 R&D 센터를 이끌고 있다.

 

  • 최철규 | - 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 한국경제신문사 경제부, 금융부 기자
    - IGM 협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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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솔 | HSG 조직갈등 연구소 소장

    비즈니스 교육 전문 기관 HSG 휴먼솔루션그룹에서 강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많은 기업의 소통 전략 수립을 돕고 있다. 리더의 자기 인식을 위한 진단 프로그램 '성과 백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이기적 리더」 「1% 디테일: 성공적인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비결」 「설득하지 말고 납득하게 하라」(공저) 등이 있다.
    hskim@hs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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