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촉각과 기업 경쟁력

137호 (2013년 9월 Issue 2)

 

얼마 전 치약을 사러 생활용품 전문점에 갔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 많은 종류의 제품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이른바멘붕상태에 빠졌는데요, 기업들은 나름 최선을 다해 차별화(differentiation) 노력을 했지만 저 같은 소비자에게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많은 치약 사이에서 한참 고민하다 결국 확신 없는 선택을 했고 찜찜함까지 느끼며 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정말 차별화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경쟁의 강도가 너무 세져서 열과 성을 다해 차별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해도 금방 경쟁자가 따라잡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제품의 차이를 느끼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바로 경험(experience)입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의 구매 경험을 읽고난 후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최고의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에 대한 탐구는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란 게 너무나 많은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험의 질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 분야에서 발전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시각적 경험입니다. 사람 몸이 100냥이면 눈이 90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감각 중 시각이 가장 강한 자극을 준다는 생각에서 많은 기업들이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에 비해 관심을 덜 끈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촉각입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의 경우 각각 하나의 전담 감각기관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촉각을 담당하는 기관은 우리 몸 전체입니다. 또한 촉각은 진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감각의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촉각 자극을 통해 성장하고 발육합니다. 음식물이 아무리 충분히 제공되더라도 신체 접촉이 없는 아이들은 발달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촉각에 장애가 생기면 걷기와 같은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DBR은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의 시야를 한 단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Touch’라는 주제를 집중 탐구했습니다. 마케팅 분야에서 터치의 중요성은 이미 학문적으로 입증됐습니다. 고객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것에 더 큰 애착을 느끼며 상대적으로 더 높게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물건을 소유하지 않았더라도 단순히 물건을 만져보는 경험만으로도지각된 오너십(perceived ownership)’의 수준이 높아집니다. 이는 구매 가능성을 더 높이고 제품의 가치도 더 높게 평가하도록 유도합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 사법당국은 제품을 만지도록 유도하는 상점의 상술에 주의하라는 내용을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져보는 행동이 충동구매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접촉 경험의 위력에 대해 정부조직에서도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촉각의 위력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포장지에 일부러 구멍을 내서 소비자들에게 접촉을 유도하는 제품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듀퐁은 종이를 반으로 찢어보라는 메시지를 담은 잡지 광고를 실어 소비자가 찢어지지 않는 종이를 경험해보도록 유도했습니다. 국내에도 햅틱을 핵심 마케팅 콘셉트로 잡아 성공한 휴대전화 업체 사례가 있습니다.

 

인류의 궁극적 목표는 어쩌면 후손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유전자는 절묘하게도 종족 번식을 위해 촉각의 쾌락을 활용했습니다. <바잉 브레인>의 저자 A.K.프라딥 박사는 이를 두고정말 위대한 설계라고 평했습니다. 인류의 삶과 번영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촉각에 대한 이해와 고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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