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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牛一毛? 아니, 당신의 삶을 가치있게 하라

박재희 | 122호 (2013년 2월 Issue 1)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통계에 걸맞게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명을 너무나 쉽게 포기하고 세상을 등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고 세계 유수의 선진국들과 경쟁하는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이 그렇게 자살을 할 만큼 비관적이거나 암울한 것도 아닌데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정신적인 절망감과 자존감의 붕괴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 대해 구우일모(九牛一毛)의 선택이라고 한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행위를 아홉() 마리의 소()가 가지고 있는 털 중에 한() 개의 털()을 뽑는 것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목숨을 구우일모처럼 헛되게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 중국 역사가 사마천(司馬遷)도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정도의 절망감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당시 서역을 정벌하다가 투항한 이릉(李陵) 장군을 옹호하다가 한() 무제(武帝)의 미움을 받아 감옥에 갇힌 사마천은 사형과 궁형(宮刑)의 비굴한 삶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내시가 되는 궁형을 받고 구차하게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누구에게 손가락질당하지 않고 떳떳하게 내 목숨을 던질 것인가? 사마천은 독백처럼 이렇게 내뱉었다. ‘가령 내가 형을 받고 사형을 당한다면 구우일모의 죽음밖에는 안 될 것이니 하찮은 개미나 땅강아지의 죽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람은 한번은 죽게 돼 있지만 어떤 사람의 죽음은 태산보다도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重於泰山), 어떤 사람의 죽음은 기러기 털보다도 가벼운 죽음이 된다(輕於鴻毛). 이것은 결국 내가 어떻게 내 목숨을 사용하느냐의 차이에 달려 있는 것이다!’ 사마천은 목숨을 태산보다 소중하게 여겼고 결국 살아남아 <사기(史記)>를 완성했다. 역경에 처한 사람이 끝까지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 그 역경을 극복하고 오히려 위대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대목이다. 사마천은 자신의 목숨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며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이 얼마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는지에 대해 역사적 실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문왕(文王)은 감옥에 있으면서 <주역(周易)>을 지었고, 공자는 인생의 좌절 가운데 <춘추(春秋)>를 지었다. 굴원(屈原)은 추방을 당해 <이소경(賦離騷)>을 지었고, 좌구명은 눈이 멀었을 때 <국어(國語)>를 완성했다. 손빈(孫臏)은 다리를 잘리고서 <손빈병법(孫臏兵法)>을 지었고, 여불위는 촉() 땅으로 유폐됐을 때 <여람(呂覽)>을 전했으며, 한비(韓非)는 진나라 감옥에 갇혔을 때

<세난(說難)> <고분(孤憤)>을 지었다.’ 사마천이 열거한 이 사람들은 모두 역경 속에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고 역경을 극복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치욕을 견디고 모질게 살아남아 새로운 목표와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보여주는 가장 위대한 모습 중에 하나다. 위대함이란 견디기 힘든 역경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 아무렇게나 던지는 구우일모의 생명의식이 아니라 모질게 살아남아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과정에서 피는 화려한 꽃이다. 어렵고 힘든 경영환경이 예상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자존감을 높여서 더 큰 나를 만들기 위한 변화와 도전이 어느 시대보다 중요한 가치다.

 

박재희 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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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희

    박재희taoy2k@empal.com

    - (현)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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