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경제민주화, 문제 정의부터 잘못됐다

122호 (2013년 2월 Issue 1)

 

 

들어가며

지난 대선에서 재계의 관심은 대부분경제민주화담론에 쏠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기존 경제질서에 대한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경제질서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었는지에 따라 개혁의 대상이 될 수도,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개념의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논의가 혼란스럽게 진행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우리의 경제질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환경에서, 또 더 이상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경제질서를 어떻게 변화 내지는 발전시킬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복지확대 또는 일자리 창출과 같이 듣기 좋은 구호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누가 어느 정도의 부담을 지고, 그것이 누구에게 편익을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이에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경제민주화 담론이 생산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최소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경제민주화 담론의 내용을 되짚어보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그 가운데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대한 내용은 실증적이고 논리적인 분석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논쟁으로 흐른 감이 없지 않다. 기업집단도 하나의 경제현상으로서 그 질서 역시 시장주의에 기반해 각 경제주체에게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방향으로 행동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집단의 소유구조를 둘러싼 주장들을 검토함으로써 향후 보다 생산적인 논의에 단서를 제공하고자 한다. 규제당국이든 재계든, 경제민주화 논의 및 그 후속입법은 결국 논리적 설득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론적 기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다.

 

 

 

경제민주화 논의의 혼선

지난 2012년 초부터 경제민주화가 대선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순환출자 규제나 금산분리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다양한 내용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의원입법의 형태로 제안되거나 각 정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됐다. 기업집단과 관련된 부분만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순환출자를 금지하거나 그 의결권을 제한하자는 주장이 있었다.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이 다소 갈리지만 순환출자는 기업집단 문제의 핵심으로 언론에서 다뤄지면서 향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

② 금산분리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현행 15%에서 5%로 축소하고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9%에서 4%로 환원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③ 이와 함께 2000년대 초반 격심한 논쟁 끝에 결국 폐지됐던 출자총액제한을 다시 부활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④ 마지막으로 기업집단의 내부거래, 특히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의원입법 중에는사익편취 목적의 계열사 신규 편입 금지와 같이 회사법을 전공하는 필자도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 제안도 등장했다.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행위규제를 거론하지 않고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대해서만 보더라도 이처럼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장이 논리적인 분석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강화를 결론으로 제시함으로써 기업집단 입장에서는재벌 때리기라는 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펼쳐졌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이렇게 논의가 겉돌게 된 이유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기업집단, 즉 대기업의 문제로 환원될 수 는 없다.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도 그 원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제민주화 담론에서는 기업집단이 왜 문제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공하는 것이 부족했다. 이로 인한 혼란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본다.

 

1. 경제민주화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일반적으로 기업집단의 문제로는 경제력 집중, 선단식 경영, 비관련 다각화, 소유와 지배의 괴리 등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비단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과 같은 전형적인 기업집단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KT 또는 포스코같이 최근 민영화된 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관찰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KT 또는 포스코도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선단식 경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비관련 다각화 역시 점차 심화되고 있다. KT는 계열사의 수가 2005 12개에서 2012 50개로 늘어났고 포스코도 2005 17개에서 2012 70개로 늘어났다. 특히 포스코의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확장이 기업집단에 많은 부담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집단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다음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우리가 문제라고 하는 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전형적인 기업집단, 즉 지배가족(controlling family)이 존재하는 기업집단(재벌)으로 한정하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KT 또는 포스코는 문제가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기업집단 문제의 핵심은 지배가족의 존재 및 그에 의한 장기적인 경영권 승계가 된다. 흔히 기업집단의 문제를지배가족의 사익추구라고 규정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강조된다.

 

반대로 다른 가능성도 있다. 지배가족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우리나라 대규모 기업집단 전부에 대해 동일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룹 경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태가 비슷하기도 하거니와 순환출자 규제나 금산분리 등 규제를 입법화하는 경우에는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집단과 그렇지 않은 기업집단을 구분해 다르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 담론이 소유가 분산된 기업집단까지 염두에 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는 지배주주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지배가족이 없고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 대부분이었다면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논란이 이처럼 커졌을지 의문이다. KT나 포스코에서 그룹의 물류나 IT, 홍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둔다고 가정하자. 이들 회사는 아마도 일감 몰아주기와 관계없이 경영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을 삼성이나 현대차그룹보다 훨씬 쉽게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나 불공정한 가격에 의한 자본거래 등은 대부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소유가 분산된 기업집단에서도 경제력 집중, 선단식 경영, 비관련 다각화, 소유와 지배의 괴리 문제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삼성,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이 문제가 지배가족의 존재로 인해 더 자주, 그리고 더 불공정한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2. 다양한 가치의 혼재

논의의 외연을 지배가족이 존재하는 기업집단으로 좁히더라도 최근 경제민주화 담론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가치에 기초해 주장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주장에 정확하게 잘못된 논리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례도 많다. 어떠한 가치를 중시할 것인지는 사실 합의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논의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기 힘들다.

 

경제민주화 담론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효율형평의 논리가 정리되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배가족의 대리비용이나 사익추구는 단순히 분배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로 인해 기업집단의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왜곡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은 효율이 쟁점이다. 반대로 양극화 문제나 고용증진, 골목상권 등은 형평이 쟁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어느 정도의 효율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희생은 주로 기업집단이 부담할 것이다. 이러한 쟁점은 분명하게 드러내고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것이 정도(正道). 그러나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고, 그래서 형평의 문제와 상관이 없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문제를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형평과 관련한 쟁점에 대해서 그렇게 되면 기업집단의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재계의 반론 역시 동문서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형평의 논리는 기업집단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집단의 소유구조로 범위를 좁혀 생각해 보더라도 서로 다른 이론적 기초에 서 있는 주장들이 개진되고 있다. 기업집단에서도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아니면 다른 근로자나 채권자, 하도급업체 등 다른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이익까지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법 등 관련 법제가 소액주주를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계열사를 모두 100% 소유하고 있어 소액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슈가 된 기업집단의 문제는 어떻게 될까. 순환출자나 부당내부거래 같은 문제는 주로 계열사 소액주주 이익의 침해 문제이기 때문에 계열사에 소액주주가 없다면 문제될 게 없다. 반면 금산분리 문제는 시스템 위험을, 하도급업체와의 문제는 다른 중소기업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주주이익 극대화와는 다른 논의다.

 

이처럼 경제민주화 담론에는 다양한 가치가 혼재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혼재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논의를 전개한다는 점에 있다. 기초가 되는 가치관을 명확하게 정리한다면 기업집단의 소유구조는 사실 경제민주화 담론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3. 문제와 해법의 괴리

기업집단의 소유구조는 사실 IMF 외환위기 이후 당시 30대 기업집단의 절반 가까이가 파산하면서 사회적 쟁점이 됐다. 당초 경제력 집중을 규제하기 위해 도입됐던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2000년대 초반에는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와 지배권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은 사외이사의 강제나 감사위원회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 법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금산분리가 강화됐고 실제로 대우 사건이나 제일은행 사건 등 파산한 기업의 경영진에게 처음으로 책임을 묻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대한 최근의 논의는 10여 년 전에 접했던 것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라고나 할까. 결국 심하게 말하자면, 문제와는 상관없이 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개선이 해법으로 제안되는 형국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나마 10여 년 전에는 기업집단이 파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즉 기업집단의 성과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소유구조에 대한 문제제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오히려 기업집단의 성과가 좋아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과연 소유구조의 개선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현재 지적되는 것은 기업집단의 실적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되지 않고 양극화나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해법으로 기업집단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접근법은 기업집단의 성과가 부진할 경우에나 설득력을 가진다. 재계에서 경제민주화를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부당한 간섭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에서 일리가 있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집단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이를 직접 논의해야지 문제와 상관이 없는 쟁점을 다시 끄집어낼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해결하기 힘들거나 해결하고 싶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면 그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려 문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대한 규제나 제도적 개선이 바로 그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그 주장 자체로는 누구도 반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당히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대선정국에서 새누리당까지 소유구조 규제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해답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최근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소유구조나 지배구조가 기업집단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도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양극화 같은 다른 경제적 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문제의 회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로 당시 많은 기업집단이 도산한 것은 소유구조가 잘못됐거나 총수가 선단식 경영을 했기 때문이었을까. 가장 직접적 원인은 채무보증으로 얽혀 있어서 사업위험의 전이가 용이한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의 엔론(Enron), 월드컴(WorldCom) 사태도 유사하다. 엔론은 파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알려졌다. 엔론의 분식회계와 파산은 사실 지배구조와 크게 관련은 없어 보였지만 이에 대응해 도입된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Oxley Act of 2002)은 과도하게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조항을 넣어 최초의연방회사법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08년 금융위기 사례도 흥미롭다. 금융회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또는 그를 바탕으로 한 CDO 등 파생상품의 위험을 간과한 것은 파생상품이 너무 복잡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임원들의 과다한 보수도 위기의 원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정치권과 여론은 파산 이후에 많은 보수를 챙긴 금융회사 CEO들에게 공적 분노를 표출했다. 경제민주화 논의도 이런 사례들과 관련이 있다. 경제가 양극화되고 중소기업이 힘들어지는 것이 과연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기인한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의 진짜 원인을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기업집단의 소유구조가 경제민주화에 포함돼 논의된 것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순환출자 규제 등 다양한 입법제안은 그 자체로 논리적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법제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시장질서의 확립에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개별 경제주체가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가지는 경우 이를 교정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달성되도록 하는 것이 법제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효율의 관점에서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제기된 정계와 재계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보자.

 

1. 우리나라 기업집단의 소유구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집단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은적은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주주(controlling minority)’. 피라미드 또는 순환출자를 통해 소수의 지분을 가진 지배주주가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여겨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 1>과 같이 그 경향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2012년 통계에서 10대 기업집단의 경우 지배가족이 보유하는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가 0.94% 1% 미만으로 조사됐다.

 

피라미드 또는 순환출자가 이렇게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와 지배권을 분리시킨다는 점은 쉽게 예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1>을 보자.

 

이 기업집단은 A, B, C 회사로 이뤄져 있는데 지배주주가 각 회사의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 사이에 40% 지분을 순환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각 회사의 50%는 외부의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배주주는 각 계열사가 보유한 40%를 자신의 의사대로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이 갖고 있는 지분 10%에 더해서 총 50%의 지배력을 가지게 된다.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는 얼마나 가지는가? C 회사가 100원을 벌었다고 가정하면 먼저 C 회사의 지분 10%를 보유하는 지배주주는 10원을 가지게 된다. C 회사의 지분 40%를 소유한 B회사는 40원을 가져가는데 지배주주는 B 회사의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으므로 그 가운데 10%, 4원이 다시 지배주주의 몫이다. 그리고 B 회사가 가져간 40원에서 16원은 40% 지분을 소유한 A 회사의 몫이 될 것이고 그 가운데 10%, 1.6원을 지배주주가 가지게 된다. 이렇게 무한히 순환하면 지배주주는 10 + 4 + 1.6 + … 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게 된다. 이 무한급수를 계산하면 10 + (10 X 0.4) + (10 X 0.4 X 0.4) + … = 10 / 0.6 = 16.7원이 된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구조에서 지배주주는 기업집단이 벌어들이는 현금흐름의 16.7%를 보유한다는 것이다. 지배주주는 50%의 지배력을 행사하지만 그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는 16.7%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도 있다. A, B, C 이 세 회사로 이뤄진 기업집단이 벌어들인 현금흐름은 돌고 돌아 결국 누군가 자연인의 소유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림 1>과 같은 소유구조에서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은 15. 따라서 이 기업집단이 창출하는 현금흐름도 최종적으로는 15 비율로 나누어 가질 것이다. 따라서 지배주주의 몫은 1/(1+5) = 16.7%인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다.

 

 

 

 

2. 정부 주장 또는 입법제안에 대한 비판

적은 지분을 가지고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형태가 비효율적일 수 있는 가능성은 이미 10여 년 전 모형으로 정립됐다. 근본적으로 지배주주가 기업집단의 현금흐름을 적게 가진다면 그것을 극대화할 인센티브가 결여된다는 것이다. 대신 지배주주는 지배권에 수반되는 사적 이익(private benefit)을 극대화할 인센티브를 가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즉 기업가치를 감소시키는 의사결정을 할 여지가 있다. 흔히 지배주주의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라고 하는 문제다. 실제로 지배주주의 인센티브가 그러한 방향으로 발현되는지는 다른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업집단의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전문경영인도 같은 입장에 있는데 이 경우에도 대리인 비용이 적절하게 통제된다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환출자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식의 직접적인 규제가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대리인 비용을 통제하는 더 저렴한 수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동유럽, 일본, 독일 등의 자료를 기초로 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가족이 지배하는 기업의 성과가 더 높다는 보고가 많다. 지배가족은 기업집단과 정서적으로 일체화돼 있기 때문에(emotional tie) 기업집단의 장기적 이익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고 지배권의 안정을 통해 경영진의 충성이나 관계적 투자(relationship-specific investment) 등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한국적 환경에서는 정치권의 간섭으로부터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렇게 가족경영에 의해 대리비용이 적절하게 통제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2, 3세로의 승계는 또 다른 쟁점이다.

 

지배주주의 대리인 비용을 통제하는 수단과 관련, 최근까지도 회사법은 이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경영진의 대리인 비용보다는 지배주주의 대리인 비용이 더 문제라는 지적은 많이 있었지만 회사법이 실제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도 고작 1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최근 상법개정으로 지배주주도 자기거래의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대부분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당사자인 회사들의 내부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전 회사법상 자기거래는 이사와 회사의 거래를 전제로 했지만 개정된 상법 제398조에서는 회사가 주요주주(회사를 10% 이상 보유하거나 사실상 회사를 지배하는 자를 말한다), 그 직계존비속, 이들이 50% 이상 보유하고 있는 회사 등과 거래하는 경우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그 결과 공통의 지배주주를 가지는 계열사 간 거래는 대부분 자기거래가 된다. 개정상법의 시행이 2012 4월이었으므로 먼저 이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의 대리인 비용이 어느 정도로 통제될지 지켜보는 것이 순서다.

  

실제로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순환출자와 단순한 피라미드형 구조를 분리해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① 먼저 순환출자는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중반에 공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부의 소유구조에 순환출자를 가지고 있는 기업집단은 모두 15개지만 실제로 유의미한 순환출자를 가지는 경우는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그룹 정도가 고작이다. 더구나 순환출자가 기업집단의 지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유일하다.(그림 2) 이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중요하지 않는 것을 걱정하는 셈이다. ② 순환출자와 피라미드형 구조는 위와 같이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를 지배권과 분리시킨다는 차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기 때문에 양자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순환출자에서 가장 지분이 적은 고리 하나를 제거하면 피라미드형 구조가 되기 때문에 지배주주의 입장에서는 양자의 차이가 없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집단이 피라미드형 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순환출자보다 오히려 피라미드형 구조에 관한 논의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3. 재계 주장에 대한 비판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대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논리는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지배가족이 존재하는 체제가 분산된 소유구조보다 열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거나 현재의 기업집단은 이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소유구조가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등의 논리가 대표적이다. ‘오너경영이냐 전문경영이냐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는 각국의 독특한 제도적, 역사적 환경에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 적용될 수 없는 단일 모형은 없다는 식의 주장은 신문의 사설이나 논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소유구조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인센티브가 각 사회의 제도적, 역사적 환경을 감안한 효율적 수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재의 지배구조가 기업가치를 가장 극대화하는 효율적인 구조가 아닌 다른 형태로 왜곡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간단한 직관적 모형으로 살펴보자.

 

먼저 기업의 소유구조가 분산소유체제이든, 아니면 지배주주체제이든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자. 주어진 사회적 여건에 따라 어느 경우에는 분산소유체제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회에서는 지배주주체제가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이제 100주의 주식 중에서 50주를 지배주주가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50주는 분산돼 있는 회사를 생각해 보자. 여기서 50주를 가진다는 의미는 기업의 현금흐름의 50%를 가진다는 의미다. 현재의 기업가치를 100원이라고 하고 이를 지배주주 60, 소액주주 40원으로 나누어 가지고 있다고 하자. 여기서 지배주주가 추가적으로 가지는 20원을 소액주주를 배제하고 지배주주만 누리고 있다는 의미에서사적 이익이라고 부른다. 지배주주가 지배권을 포기하고 주식을 완전히 분산시켜서 소유가 분산되면 기업가치가 90원으로 낮아질 수도 있고 110원으로 증가할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가치가 110원으로 증가하는 경우다. 사회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소유구조의 변화로 기업가치가 110원으로 증가한다면 그렇게 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위 상황에서 50% 지배주주는 자신의 주식을 팔 인센티브를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자신의 주식을 매각할 때 완전정보시장을 가정하더라도 110원의 50% 55원까지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60원의 가치를 누리고 있는 지배주주로서는 지배주식을 시장에 매각할 인센티브가 없다. 지배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팔면서 60원 이상 받기 위해서는 기업가치가 120원 이상으로 상승해야 한다. 결국 기업의 가치증가가 100원에서 120원 사이에서 생길 때 이러한 변화는 비록 사회적으로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효과는 수식을 이용한 간단한 모형을 통해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식에 이용하는 숫자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V0 인 경우는 소유구조를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 즉 지배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지배주주의 개인적 인센티브는 어떻게 되겠는가? 처음 지배주주가 누리고 있던 몫은 이다. 주주 전부가 공유하는 주주가치에서는 지배주주가 본인의 몫(현금흐름에 대한 권리)만큼 가져가지만 사적 이익에 있어서는 다른 소액주주와 공유하지 않으므로 전부를 지배주주가 누린다. 완전정보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시장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해 받을 수 있는 몫은 이므로 소유구조 변화의 필요조건은 다음과 같다.

 

 

 

이를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 <그림 3>이다. 이 그림은

지배주주 체제(Concentrated Ownership, CO)와 분산소유 체제(Dispersed Ownership, DO)가 언제 등장할 수 있는지 나타내고 있는데 개인의 인센티브가 사회적 효율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A) 구간에서는 지배주주 체제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며 현실에서도 지배주주 체제가 나타난다. 반대로 (C) 구간에서는 분산소유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현실도 분산소유 형태의 구조를 띨 것이다. 모두 자발적으로 사회적 효율을 달성하고 있으므로 법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B) 부분이다. 숫자 사례에서는 100원에서 120원 사이인데 수식을 보면 그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α B의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분산주주 체제가 지배주주 체제보다 사회적으로 더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지배주주 체제가 나타나는 영역이다. 지배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현금흐름에 대한 권리가 적어지면 소유구조 선택에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물론 사적 이익이 커지는 경우에도 그러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실에서 지배주주 체제가 나타났을 경우 가능성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위의 예시의 경우 분산된 소유구조로 가면 기업가치가 100원 미만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 경우 지배주주 체제는 사회적으로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전문경영진의 대리인 비용이 큰 경우에는 경영진의 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지배주주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다. 반대로 소유구조가 분산되면 기업가치가 100원 이상 120원까지 증가할 수 있음에도 계속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기업집단이 (A), (B), (C) 어느 구간에서 지배주주 체제가 나타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따라서 현재 나타난 지배주주 체제가 효율적인지 비효율적인지도 확실히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없는 것이다. 다만 비효율적인 지배주주 체제가 나타나는 (B) 구간을 줄임으로써 그러한 비효율이 발생할확률만큼은 줄일 수 있다. 그것은 수식에서 명확히 보여주듯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고 사적 이익을 낮추는 것이다. 소유구조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주로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회사법에서 지배주주의 권한을 통제하는 것은 주로 사적 이익의 크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어느 특정한 소유구조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소유구조가 나타날 확률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소유구조에 정답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에서 나타나는 소유구조가 효율의 관점에서 항상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맺음말

경제민주화의 논리 가운데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관한 내용을 간단히 살펴봤다. 앞서 말했듯 기업집단의 소유구조는 효율의 문제다. 주로 경제력 집중의 해소나 사회적 형평성 제고의 측면을 강조하는 경제민주화와는 다소 떨어져 있는 쟁점이다.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이를 분명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분명하게 확정하고 정면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논의가 주변만 겉돌게 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러한 논의의 배경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해법이 아님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 벌어졌던 기업집단의 소유구조에 관한 논쟁도 다소 수정돼야 할 부분이 있다. 특히 순환출자와 같이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부분도 생산적인 논의가 아니라는 점에 있어서는 위 경제민주화 논의와 닮아 있다. 10여 년 전의 논리를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이고 그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출자나 소유에 대한 직접적 규제, 예를 들어, 의결권 제한이나 직접적인 금지 등도 그 규제가 효율적이라는 담보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장에서 형성된 현재의 기업소유구조가 항상 효율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기업집단의 지배주주의 인센티브가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효율적인지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향후 제도적 통제나 사회적인 감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적인 논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로 보일 수 있는 거래는 최대한 공정성을 확보할 것이 요구된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osong@snu.ac.kr

송옥렬 교수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23기로 수료했다. 서울대에서 법학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LLM, SJD 학위를 취득했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2003년부터 서울대에서 회사법을 강의하고 있으며 <상법강의>(3, 2013)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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