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Giving Outsiders a Voice in Your Negotiation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관계자 모두가 환호하는 협상 결과라고 하더라도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지 않았다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애플컴퓨터(Apple Computer)와 미국의 대형 출판사들이 힘들게 깨달은 교훈이다.
때는 바야흐로 2007년, 최초의 전자책 리더기 킨들(Kindle)을 막 출시한 아마존은 베스트셀러의 전자책 버전을 9.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해칫출판그룹(Hachette Book Group)이나 하퍼콜린스(Harper Collins), 맥밀란(Macmillan), 펭귄그룹 미 지부(Penguin Group USA), 사이먼앤슈스터(Simon & Schuster)는 아마존이 일괄적으로 저가에 전자책을 판매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하드 카피 신간 서적의 평균 판매가가 26달러였기 때문에 페이퍼북 판매를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상가상으로 전자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반즈앤노블(Barnes & Noble)과 같은 대형 서점이 저가를 내세운 아마존에 시장을 통째로 내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출판계가 이전부터 고수한 도매 판매 모델로는 뾰족한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출판업체들이 서적을 정가의 50%에 넘기면 실제 소매가격은 판매자가 정하기 나름인 구조였다.
그러나 2010년 1월 애플이 아이패드(iPad) 출시를 준비하면서 출판업체들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전자책 가격 설정에 대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낼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판매 수수료 30%만 내면 출판업체들이 전자책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업체 입장에서는 애플을 판매 채널 삼아 수수료를 지불하는 소위 ‘판매 대행 모델’이 아마존과 맺었던 도매 계약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출판업체들은 애플과의 계약 내용을 빌미로 아마존에 압력을 행사해 계약 조건을 수정할 수 있었다. 1개 이상의 출판업체들이 전자책을 출시하지 않겠다며 아마존에 으름장을 놓았고 아마존은 마지못해 기존 9.99달러 대신 애플과 똑같은 대행 모델로 바꿨다. 책 가격은 다시 업계 평균 14.99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출판업체들과 애플의 계약은 다른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다. 4월12일 법무부는 애플과 출판업체들이 경쟁을 저해하는 은밀한 협상과 공모로 전자책의 가격을 인상했다고 판단하고 이들을 기소했다. 출판업체 중 3곳은 인상된 가격을 뒤집기 위한 계약을 받아들이며 합의에 나섰다. 아마존은 전자책의 가격을 다시 9.99달러로 낮출 계획이다.
애플과의 계약은 출판업체에 아주 긍정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들은 애플과의 계약이 전자책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증진해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협상에 참여한 협상가와 변호사들은 그 계약이 진정으로 소비자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미국의 반독점법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을 소홀히 했다. 협상에 직접 참여한 모두에게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계약을 만드는 데 집중한 나머지 이들은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무시했고 이는 결국 윤리적, 법적 의미의 간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상대방과의 협력이 담합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는 애플과 출판업자들이 담합 및 반경쟁적 행위를 저지른 확실한 근거가 있다고 믿는다.
5개 출판업체 모두 가격 담합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대행 모델 도입이 반즈앤노블을 비롯한 서점들에 아마존이라는 엄청난 상대와 싸울 기회를 주기 때문에 시장 경쟁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했다.
가격 담합 사안은 좀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협상가들은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의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는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맥스 H. 베이저먼(Max H. Bazerman)은 협상에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이익만 생각하고 다른 이해관계자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간과하는 성향을 ‘기생적 가치 창출’이라고 표현했다. 가격 담합은 기생적 가치 창출의 대표적인 예다. 속임수나 절도도 이에 해당한다. 비윤리적 행위는 남들 눈에 쉽게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 과정에서 윤리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를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협상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인간의 비윤리적 행동이 부지불식간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윤리적 기준을 준수한다고 믿으면서도 진실을 가리고 중요한 정보를 숨기거나 협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관계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행동을 저지른다. 목표나 인센티브, 사회 규범 등 일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들 또한 윤리적 문제를 간과하도록 만든다.
협상을 할 때 직접 참여하지 못한 관계자들의 이익을 적절히 고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의 3가지 지침을 따른다.
1. 시야를 넓힌다. 협상 준비 및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과 결과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 경쟁사, 고객, 산업 및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다.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손해를 가져오는 협상은 무조건 끝내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합의 결과가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다.
2. 현명한 자문을 구한다. 법규나 상대방과의 약속에서 어떤 논란도 피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협상을 진행하면서 변호사와 충분히 의사소통하고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이유를 밝힌다. 관련 법규 및 규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구한다. 변호사의 자문이 불충분하거나 애매하다고 느껴지면 또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구한다. 윤리적, 법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협상과 상관없으면서 신뢰할 만한 전문가, 제3자에게 의견을 구해야 한다.
3. 자신이 속한 조직 문화를 살펴본다. 행동이 가져오는 도덕적 파장을 개인이 즉각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비윤리적 행동은 개인보다 조직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관리자라면 보고를 받을 때 협상가들이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면서 기업 및 산업, 직업과 관련된 윤리적 원칙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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