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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운동 잘해도 학점 못 따면 출전 금지 美 대학 스포츠 키운 학업 우선 철학

지성국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1968년 설립된 듀크대 경영대학원은 1980년 사업가 존 브룩스 푸쿠아(J.B Fuqua)의 기부를 기념해 푸쿠아스쿨(Fuqua School of Business)로 명명됐다. ‘남부의 하버드라 불리는 듀크대의 명성, 뛰어난 교수진, 독창적인 커리큘럼 등으로 많은 언론으로부터 미국 내 Top 10 MBA로 꼽히고 있다. ‘Team Fuqua’라는 슬로건으로 뭉친 특유의 끈끈한 동문 네트워크가 장점이다.

 

미국은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다. 세계 최초의 프로 스포츠 리그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야구(MLB)슈퍼볼로 유명한 미식축구 리그(NFL), 프로농구(NBA)와 아이스하키 리그(NHL) 등 소위 ‘4대 리그의 인기가 특히 높다. 미국인들이 프로 스포츠에서 느끼는 자부심은 자국 챔피언 결정전을 World Series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미국 프로 스포츠 산업은 연 50∼70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 거대 산업이다.1 프로 스포츠 산업 이외에 대학 스포츠 등 아마추어 스포츠, 용품 및 장비 시장 등 연관 산업을 합치면 미국 스포츠 산업은 규모 면에서 미국 10대 산업인 동시에 자동차 산업의 2, 영화산업의 10배에 달한다고 한다.2 뿐만 아니라 미국의 스포츠 경기는 세계 곳곳에 방송돼 중계권, 연관 상품, 로열티 수익 등 유형의 경제적 가치 창출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무형 자산 또한 창출하고 있다. 미국의 스포츠 산업이 세계를 지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프로 스포츠 존립의 기반이 되는 하부구조(Ecosystem)인 건전한 학원 스포츠 시스템에 있다. 학원 스포츠의 중심에는 프로 스포츠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대학 스포츠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대학 스포츠는 프로 스포츠에 인재를 공급하는 인력풀인 동시에 하나의 독립 산업으로서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학기에 MBA 교과목 중 유일한 스포츠 관련 수업인 ‘Sports in business’를 수강하고 있다. 수업의 담당교수는 듀크대의 스포츠 관리 처장(Athletic Director)을 맡고 있는 Kevin White 박사다. White 박사는 수업 초반부의 상당 부분을 미국 학원 스포츠와 관련된 역사, 철학, 법규 및 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학원 스포츠에 대한 역사, 문화, 철학적인 이해 없이는 미국 스포츠 산업의 비즈니스적인 면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위주의 학원 스포츠 문화 (Participatory sports culture)

필자가 살고 있는 APT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방과 후 집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없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하다. 한국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을 간다면 미국 아이들은 방과 후 체육 활동을 하러 인근 스포츠 센터나 학교로 간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 아이들은 봄이면 야구, 여름엔 각종 스포츠 캠프, 가을에는 축구, 겨울에는 농구, 아이스하키를 주로 하면서 보낸다.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수영, 육상, 라크로스 등을 추가로 하기 때문에 한 계절에 2가지 이상의 운동을 하는 아이들도 상당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 아이들은 운동과 학업을 동시에 하는 훈련을 받는다. 많은 미국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어릴 적부터 스포츠 활동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이유는 기초 체력 배양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3 이런 생활 습관이 배어 있는 아이들은 중고교때도 계속 선수로 뛰면서 학업을 병행한다. 미국의 학원 스포츠는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필자가 MBA에서 만난 대부분의 미국 학생들은 중고교 시절 적어도 하나 이상의 스포츠 종목에서 학교 선수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었다. 운동을 인격 형성과 신체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로 보고 학업 못지 않게 중요시 여기는 미국인들의 인식은 학원 스포츠의 발달로 이어졌고 이는 스포츠 시장의 규모 자체가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학원 스포츠의 발달은 직접적으로는 학생을 지도할 학교 및 스포츠 센터의 코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운동 용품의 매출 증가를 가져온다. 또한 학생 선수는 비록 향후 프로선수가 되지 못하더라도 사회인 리그에 참여하거나 경기 관람 등을 통해 계속적으로 해당 종목의 가치사슬에 남아 있게 된다. 엘리트 체육 위주의 한국과 생활 체육 위주의 미국의 차이는 인구 대비 선수 수의 차이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고교 야구팀 수 52개의 한국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수천 개의 고교 야구팀을 보유한 미국과 비슷한 성적을 낼 수는 있어도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의 최대 성장 가능치(Full Potential)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여성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Institution)

미국 학원 스포츠를 살펴보면 남성팀이 있는 종목은 어김없이 여성팀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부터 미국 학원 스포츠에 남성팀과 여성팀이 동수로 구성됐던 것은 아니다. 여성의 대학 입학이 상대적으로 어려웠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육체적으로 열등해 스포츠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이 팽배해 있던 1970년대 초만 해도 미국 대학 스포츠팀의 대부분은 남성팀이었다. 지금의 미국은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발하다. 그 중심에는 제도적 장치로서 ‘Title IX(9)’라는 규정이 있다. Title IX 1972 623일 미국 국회를 통과한 교육개정법의 하나로미국의 어떤 누구도 성별에 근거해 교육 프로그램 또는 연방 재정 보조 활동을 받는 혜택에 대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Title IX는 성별에 관계없는 동등한 기회 부여를 통해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던 여성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늘리는 데 획기적 역할을 했다. 특히 이 법의 통과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Title IX가 제정된 지 6년 만에 팀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성 학생의 비율은 4%에서 25% 6배 이상 증가했다.4 이러한 남녀평등을 지향한 교육 환경 조성은 시장 규모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Title IX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남성뿐만이 아닌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스포츠 철학을 법적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여성 스포츠 소비자의 수를 크게 증가시킨 것이다. 이전까지 스포츠 산업에서 수동적 위치에 있었던 여성이 적극적인 의사 결정자로서 스포츠 산업의 가치사슬에 들어옴으로써 산업 규모는 또다시 비약적으로 성장할 기반을 다지게 된다.

 

학업을 우선하는 스포츠 철학

얼마 전 끝난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불리는NCAA남자농구 토너먼트를 앞두고 No.1 시드를 배정받은 유력한 우승후보인 시라큐스(Syracuse)대는 주전 센터인 펩 멜로(Fab Melo)가 토너먼트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학과 NCAA 규정에 의해 불참 사유는 비공개로 부쳐졌으나 언론들은 NCAA의 학점 규정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을 유력한 사유로 보고 있다. 주전 센터가 빠진 시라큐스대는 8강에서 골 밑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다. NCAA 토너먼트 결승전은 미국에서 슈퍼볼 다음으로 큰 스포츠 이벤트로 우승은 학교에 재정 수입뿐 아니라 미 전역에 방송되는 홍보 효과, 동문과 지역 사회로부터의 기부 증가 등 유무형의 엄청난 가치를 창출한다. 시라큐스대가 스스로 우승 기회를 포기하는 조치를 취한 데는 학원 스포츠는 어떤 경우에도 교육의 일부일 뿐이라는 강력한 철학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NCAA는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받아야 대회 출전 자격을 준다. 학점이 안 좋은 선수는 팀 훈련조차 참여할 수 없다. 대학은 교육 기관이므로 스포츠도 교육의 일부라는 분명한 철학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강의실이 운동장보다, 승리보다 배움이 우선한다는 철학을 공유한다. 결국 좋아하는 운동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땀을 흘리고 정규 수업과 과제를 모두 끝낸 후 밤늦게 다시 운동을 하는 자기 희생과 절제가 따른다.비즈니스적으로 볼 때 학업을 중시하는 학원 스포츠 철학은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하는 대부분의 운동 선수들에게 효과적인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제시한다. 한 해 평균 40만 명의 운동선수들이 NCAA 토너먼트에 참여한다. 이 중 10만 명가량이 매년 대학을 졸업하지만 프로 스포츠나 유관 분야로 진출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다른 분야의 프로페셔널로 성장한다. 또한 운동 선수들의 평균 졸업률은 75%로 공부만 하는 학생들의 졸업률보다 오히려 높다.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한 대학 운동선수들의 취업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결국 승리 지상주의의 한국 스포츠 철학이 운동선수들의 직업인으로서의 균형 잡힌 성장을 막아 프로 선수가 되지 못했을 경우 택할 수 있는 대안마저 없애 버린 결과다.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대학 스포츠

미국에서 대학 스포츠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가 재학 중인 듀크대는 2010년 대학 농구팀 중 가장 많은 320억 원의 매출과 17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농구팀 매출의 상당 부분은 미 전역에 방송되는 중계권료와 나이키 등의 스포츠 용품 업체에서 받는 Sponsoring 금액이다. 경기장과 학생 규모가 작은 사립학교인 듀크대가 매출 1위가 된 데에는 스몰 마켓에 만족하지 않고 전미 대륙을 대상으로 꾸준히 펼친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이 있다. White 박사는 농구팀의 성과에 대해 우수한 마케팅 및 브랜딩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서라면 거액의 베팅도 마다 하지 않은 적극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듀크대가 위치한 Durham 지역의 농구팀에 대한 사랑도 뜨겁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Durham시 일대는 경기를 보러 오는 차량들 때문에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Pub은 친구, 가족들과 경기를 함께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대학 스포츠 최고의 라이벌전이라고 불리는 듀크대와 UNC의 경기는 암표의 시작가가 500달러이니 대학 농구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대학 스포츠가 대학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 미국 대학 농구팀 1부 리그 100여 개 팀의 1년 평균 매출액은 100억 원을 넘고, 상위 10개 팀의 매출은 25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입이 크다 보니 대학 차원에서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전용 연습장, 실내 트레이닝 센터 건설을 통해 지역 사회에 재투자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학교의 재정 지원 없이는 독자 운영이 불가능한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독자적인 수익모델(Profit center)로서 존재하는 미국 대학 스포츠의 경쟁력을 잘 알 수 있다.

 

결론

미국 스포츠 산업의 성공은 산업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 이외에 제도적인 측면(Institution)과 스포츠에 관한 문화와 철학이 산업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스포츠를 인간 발달의 중요한 요소로 보는 문화, 운동을 하더라도 학업이 우선한다는 스포츠 철학, 이러한 문화와 철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의 제도적 장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각 운영 주체들의 경영 능력 등이 한데 어우러져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미국 스포츠 산업의 활황을 이끌고 있다.이에 반해 엘리트 체육 위주의 한국 스포츠 산업은 아직도 개발 경제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다가오는 7월에는 런던 올림픽이 열린다. 핸드볼, 하키, 레슬링, 유도 등의 비인기 종목이 효자 종목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며 올림픽마다 반복되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 사랑, 육성론 등이 회자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면 다시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갈 것이다. 현재 한국 스포츠 산업의 구조로는 소위 비인기 종목들은 관련 가치사슬의 극히 일부만을 활용하게 되며 이는 산업적으로 최대 성장 가능치에 크게 미달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책임은 효과적인 정책 수단으로 학교 체육을 활성화시키지 못한 정부, 체육을 공부와 입시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생각하는 국민 문화, 스포츠를 수익사업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스포츠 비즈니스계 모두의 책임이다.

 

 

 

 

 

지성국 듀크대 푸쿠아(Fuqua) 경영대학원 Class of 2012 sk.ji@fuqua.duke.edu

필자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IBM에서 컨설팅 및 성장 전략 수립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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