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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벤처캐피털리스트라면!

배기홍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개인적으로도 괜찮은 아이디어나 기업의 새로운 출발에 투자를 하고 있고 주변에 워낙 VC(Venture Capitalist)들이 많아서 벤처캐피털이라는 업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VC라는 업이 투자보다는 영업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다시 정독한 라는 책에서 Kevin Efrusy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 이 같은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책을 읽었거나 페이스북의 역사를 잘 알고 있다면 실리콘밸리의 Accel이 페이스북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Accel 2006년에 페이스북에 투자한 1270만 달러는 만약 페이스북이 올해 1000억 달러 가치에 상장한다면 자그마치 100억 달러가 되는 금액이다. 쉽게 말해 투자한 1달러가 800달러로 되돌아온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Accel의 스타 파트너 Jim Breyer. 물론 Breyer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를 하는 VC 중 한 명이며 그가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진흙 속에서 발견하고 Accel의 투자를 주도했던 Kevin Efrusy라는 사람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Efrusy 2003 Accel에 입사했다. 입사와 함께 그에게 떨어진 임무는 바로 소셜과 뉴미디어 분야에서 ‘next big thing’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실리콘밸리는 물론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젊은 창업가들과 인터넷 스타트업(StartUp)들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친구를 통해 페이스북을 알게 됐다. 당시 페이스북 유저는 100만 명도 채 되지 않았으며소셜네트워크(Social Network)’라는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Efrusy는 페이스북의 엄청난 마케팅 잠재력을 직감적으로 감지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페이스북에 투자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Mark Zuckerberg Sean Parker에게 계속 e메일을 보냈고 통화를 시도했지만 매번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했다. 한번은 그가 Zuckerberg에게페이스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Accel에서 하늘과 땅까지 움직이겠다(move heaven and earth)”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당시 VC들로부터의 투자를 받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 이미 Peter Thiel로부터 50만 달러를 투자받은 상황이었고 스타트업 운영과 투자와 관련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Sean Parker Zuckerberg 옆에서 코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Efrusy는 페이스북의 사무실 주소를 친구로부터 알아낸 후 사전 연락 없이 직접 방문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가 방문했을 때 페이스북 사무실은 그 전날 파티로 엉망이었다고 한다. 술병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고 어떤 직원은 이마가 깨져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Zuckerberg는 부리토를 먹고 있었는데 Efrusy는 다음 주 월요일 Accel의 투자자 파트너 미팅이 있을 예정이니 그때 꼭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 Zuckerberg는 반바지에 티셔츠를 걸치고 Accel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정확히 5일 후 Accel은 페이스북에 1270만 달러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이 상장해봐야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어쩌면 이 거래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좋고 현명한 투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VC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역사상 최고의 이 거래는 Kevin Efrusy라는 젊고 거침없으며 무모한 초년 VC가 발굴해서 성사시켰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투자자로서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다시 생각해봤다. 주변의 많은 VC들이, 때로는 나조차, ‘의 허상에 사로잡혀 있다. 본인들이 돈을 갖고 있으니 VC가 마치 벼슬인양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VC들은 Efrusy처럼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야 한다. 마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들에게 약을 팔듯 좋은 스타트업들을 상대로 적극 영업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에 돈은 널려 있다.VC들도 널려 있다. 그 많은 VC 중 다른 VC가 아닌 바로 내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투자받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VC를 쫓아다니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VC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쫓아다녀야 한다. 발로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좋은 투자 기회를 발굴할 능력이 없는 VC에게는 페이스북과 같은 대상에 투자할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참고문헌

Mahendra Ramsinghani, “Facebook’s Unsung Heroes”(peHUB, 2012.02.16.)

David Kirkpatrick, “The Facebook Effect”(Simon and Schuster, 2010.06.08.)

 

 

 

배기홍 Oceans Partners Strong Ventures 공동 대표

필자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에서 MBA 휴학 중이다. 미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다양한 기술 관련 회사에서 경험을 갖고 있다. Oceans Partners Strong Ventures의 공동 대표로 여러 벤처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및 투자유치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 또한 TechCrunch40 결승업체인 한국의 사용자 제작 음악 벤처기업 뮤직쉐이크(Musicshake)의 미국 지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저서로 <스타트업 바이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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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기홍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 매니저
    - 현재 사용자 제작 음악 서비스 제공기업인 뮤직쉐이크의 미국 지사 운영
    - 투자 컨설팅 업체인 오션스 인터내셔널의 공동 대표
    -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와 국내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등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도 자문전문
    - 저서 <스타트업 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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