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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관점의 검토사항

HR부서 통찰력이 스마트 혁명 성패 가른다

박형철 | 81호 (2011년 5월 Issue 2)
 

정부와 공공영역, 그리고 일부 통신사를 중심으로 스마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논의가 스마트워크센터(Smart Work Center)나 원격회의, 또는 이와 관련된 IT 솔루션 등 물리적·기술적 인프라 구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하다. 그 배경에는 이미 서구에선 폭넓게 통용되고 있는 유연근무제(Flexible Work Arrangement)를 ICT 기술을 통해 보다 진일보한 개념으로 포장하기 위한 이유가 어느 정도 깔려있다.
 
하지만 스마트워크의 핵심은 근로자가 자신이 원하는 시간(Flexible Work Hours)에 원하는 장소(Flexible Workplace)에서 원하는 방법(Flexible Work Style)으로 업무를 행하는 데서 오는 시간과 장소, 방법의 자율성이다. ICT는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주변 여건일 뿐이다.
 
공식적인 업무를 처리할 때 자율성이 주어진다는 것은 일종의 권한위임(Empowerment)과 같다. 권한위임은 인적자원(HR)관리에서 오래 기간 중요한 화두이자 구성원의 직무 만족도, 조직 몰입도, 업무 성과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동인(動因)이다. 그만큼 실행 전에 면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깊이로 어떤 시기에 시행할지, 새로운 변화로 얻게 될 긍정적 결과는 무엇이고 부정적 요인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서구에서 한다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국가·사회적 캠페인이라고 무작정 도입해야 하는 당위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국가가 스마트워크를 통해 창출하고자 하는 효용이 일반 민간 기업에도 늘 효용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스스로의 목표와 기준을 달성하는 데 스마트워크가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즉, 기업이 추구하는 조직 성과와 기업 내 구성원의 직장생활 만족에 주는 장점과 효용을 스마트워크 도입 전에 명확히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장점과 효용을 도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발생 가능한 부작용도 사전에 함께 검토해야 한다. 만약 효용보다 부작용이 크거나 효용이 크더라도 부작용을 점진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는 당장의 방법이 없다면 도입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
 
스마트워크 도입 전 HR 주요 검토 사항
1) 조직관리와 성과향상 측면
스마트워크를 도입할 때 총무나 관제, IT 부서가 주도하는 사례가 많다. 새로운 스마트워크센터를 만들어야 하고,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적으로 기존 사무 공간을 축소하거나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무와 관제부서가 먼저 진행하는 스마트워크는 실패하거나 향후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할 확률이 높다. 이들 부서의 주요 관심사는 비용 효율성이 높은 사무공간의 구축이다. 따라서 이들 부서가 책상공유(Desk Sharing) 등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업무지원 ICT 환경을 검토할 때 부서 간 협력을 소홀히 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구성원이 원하는 신속한 업무처리(HR 부서)와 외부 근무에 따른 보안(IT 부서) 강화는 동시에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따라서 성급하게 원격 근무체제를 도입하다 신속한 업무 처리와 보안 사이의 균형을 잃게 되면 오히려 도입 전보다 생산성이 낮아지거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워크 도입 전 검토 과정에서 그 어떤 부서보다도 많은 역할을 하면서 관제·IT 부서와 협력해야 하는 부서가 바로 인사부서다.
 
미국의 한 통신판매업체는 직원 대다수가 비전문·비숙련 인력이었지만 소수의 유능한 관리자가 이들을 철저히 관리해 높은 성과와 이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매우 강도 높은 상시적 관리·감독 문화(Supervisory Culture) 역시 정착돼 있었다. 2005년경 이 회사는 비용 절감을 목표로 최고경영자와 일부 전략기획부서의 주도 하에 비전문·비숙련 인력을 대상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했다. 그러나 기존 영업 관리자들이 다수의 비전문·비숙련 인재를 관리해 온 방식을 바꿔야 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참지 못하고 이직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품질 하락과 주요 거래선 이탈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이 업체는 인사부서와 현장 영업관리자가 중심이 돼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구성원 시각에서의 불편이나 불안감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를 바탕으로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워크는 중단하고 대신 영업 관리자들을 스마트워크의 주요 적용 대상으로 전환해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인사부서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현행 조직이 수행하는 업(業)의 특성 및 그에 따른 구성 직무의 특성을 스마트워크 도입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지, 나아가 조직 생산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인사부서야말로 조직 내 어느 부서보다도 조직 내 수행 직무의 내용과 그 수행 방법 및 현행 문제점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체는 사업별, 직무군별, 또는 주요 인구통계학적 변수에 따라 구분된 세부 구성원 집단별로 현재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방식이 과연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후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 나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면 현재의 제도와 관행 중 무엇을 바꾸고 변화시켜 나가야 할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인 스마트워크 도입 성공 사례로 꼽히는 영국 BT도 도입 전 주요 직무군의 업무 특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워크 도입 후 일하는 방식이 될 몇 가지 업무유형(Work Style Segmentation)을 미리 마련해 두고 이후 구성원들이 회사와 협의, 자신들에게 제시된 업무유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가미해 스마트워크를 정착시켰다. (표 1)
 

도입 이후 변화관리 방안과 이를 수행할 역량 및 능력이 과연 자사에 있는지 검토하는 일도 필수적이다. 일부 난관이나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그 궁극적인 효용이 더 크다고 판단돼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면 △도입 전 △도입 및 정착 △도입 후 성과향상이라는 3단계 시점에서 그때 그때 성취해야 할 목표, 내외부 커뮤니케이션·프로모션, 관련 제도 및 관행의 보완, 주요 부작용이나 난관이 발생할 때 대처방안 등에 대해 사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영국 BT도 스마트워크를 도입해 어느 순간 갑자기 효과를 본 게 아니다. 도입 결정 후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보완, 수정해 현재의 성과를 이뤄냈다. BT는 스마트워크 도입 초기 제기된 다양한 불만에 대처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했다. 또 스마트워크 도입과 아울러 지난 10년간 인사관리의 핵심을 MBO(Management by Objective·목표관리)에 두고 모든 구성원이 MBO에 익숙하고 친근해지도록 인사부서와 최고경영진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성과는 목표관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회사에 출근해 상사나 동료 앞에 보이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다(Performance is not driven by management by presence but by objectives)”라는 문화와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스마트워크가 성공할 수 있었다.
 
2) 구성원 효용과 만족 측면
조직 관점에서 필요성을 검증했다면 다음으로는 구성원의 효용과 만족도 증가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이 역시 인사부서의 주요 업무다. 구성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비금전적 보상 요인 중 중요한 하나가 ‘일 처리방식의 자율성’이다. 스마트워크가 비금전적 보상 요인으로 인재의 유지 및 유치에 효과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우선 자사 구성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직무특성 및 일하는 방식의 특성에 따라 보상에 대한 차별화된 기대와 니즈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유연근무제가 이미 보편화된 서유럽 및 북유럽 기업을 살펴보면, 우수 여성인력의 유치 및 유지가 주된 도입 배경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해 주는 대안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및 이미 진출한 여성의 경력중단 방지다. 특히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고객의 감성에 소구하는 데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우수한 능력을 가진 여성 중간관리자와 리더가 절실하다. 따라서 서유럽이나 북유럽 기업은 중간관리자 및 리더후보군 여성인재를 초기 유연근무제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도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상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이미 진출한 여성의 경력이탈 방지다. 따라서 서유럽 및 북유럽 기업이 취한 단계적 변화를 주의 깊게 참고해야 한다.
 
스마트워크와 구성원의 조직몰입도 간 관계도 검토해야 한다.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소속감이 줄어들어 몰입도가 낮아질 수 있다. 현재 자사 구성원들의 조직몰입도는 충분히 강한지, 조직에 몰입하는 주된 이유가 무엇인지, 조직몰입도가 특별히 약하거나 문제가 있는 구성원 내 세부 집단은 누구인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스마트워크를 도입해도 조직몰입도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특히 소수의 핵심인재에 의존하지 않고 다수의 일반인재가 끈끈한 협력과 팀워크로 성과를 내는 문화와 가치를 가진 조직이라면 이런 사전 검토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워크 도입 이후 새로운 업무환경 하에서도 현재의 강한 팀워크 유지가 어렵다면 스마트워크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도 무방하다.
 
구성원의 조직몰입도 관점에서 스마트워크 도입 여부를 판별하기 위해 체크해 볼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전반적으로 구성원 몰입도가 업계 평균 이하거나 지속 하향하고 있는 경우: 스마트워크 도입 시기를 구성원들의 몰입도가 향상된 후로 미루는 편이 바람직하다. 자칫 몰입도가 낮은 상황에서 섣불리 스마트워크를 도입한다면 모래알 조직이 되면서 경쟁사로의 이직이 잦아질 수 있다.
 
(2) 신입 및 팀원들의 몰입도는 높으나 중간관리자(이상)급에서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중간관리자들의 몰입도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경력이 상승해도 여전히 가정을 돌볼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많기 때문이라면 스마트워크를 중간관리자급에 한해 도입해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입 및 팀원들의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들이 물리적으로 자리(presence)를 비운다고 해서 단기간 조직 전체 몰입도의 약화나 성과부진으로 바로 연결되진 않는다. 따라서 중간관리자들은 대면접촉 빈도가 낮아지는 상황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팀원 관리 노하우(글 마지막에 소개할 ‘원격 리더십(Remote Leadership)’ 참조) 및 방안을 개발·적용해 나갈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워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이상)급의 조직몰입도가 낮은 이유가 일과 가정의 균형 파괴가 아니라면 스마트워크 도입을 미룰 필요가 있다. 무리하게 스마트워크를 도입한다면 그나마 몰입도 높은 구성원에 대한 체계적 관리도 느슨해지고, 나아가 중간관리자의 개인적 상황과 목표에 따라 회사 모르게 구성원과 함께 타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3) 몰입하는 직원과 몰입하지 않는 직원이 반반인 경우:몰입도 전체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지만, 몰입하는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 비율로 살펴봤을 때 반반씩 양 극단으로 갈리는 사례가 흔하다. 이때 조직 내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서로 정반대의 관점과 의견을 가진 동수의 집단이 존재하며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갈등이 심하고 결정된 사항의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런 조직에선 새로운 변화나 혁신을 도입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종의 혁신이자 변화인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직 내 새로운 불신과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같은 생각과 방향을 공유하는 대표집단의 크기를 늘리는 게 시급한 과제다.
 
(4) 평균성과자 집단이 크며 이들의 조직몰입도가 높은 경우:일반 인재들의 팀워크와 유기적인 협동체계가 잘 구축돼있는 조직에서 평균 성과자 집단의 크기가 크고 이들의 몰입도가 높은 현상이 나타난다. 또 개인의 역량에 따른 성과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즉 고부가가치 지식 산업 등이 아닌 가격경쟁을 지향하는 레드오션에 있는 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나타난다. 만약 이들 집단이 스마트워크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면 스마트워크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왜냐하면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가격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비용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음은 물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팀워크를 개발해 차세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성과자 집단이 새로운 방식, 특히 대면접촉 시간이 적은 업무형태에 대한 친밀도가 낮고 새로운 업무방식 하에서 과거와 같은 성과를 창출하는 데 많은 시간과 학습이 필요하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워크 도입은 잠시 보류하는 게 좋다. 이러한 조직은 오랜 기간 조직의 가치와 정체성이 일반적인 평균 인재들의 근면함에 의해 유지돼왔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대신 소수의 저성과자나 고성과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해 그 효과를 실험하는 편이 낫다.
 
(5) 각 팀원의 고도로 숙련된 전문성에 근거한 팀워크로 성과를 내는 단위조직이면서 조직 몰입도가 높은 경우:전문성과 자신의 성과에 명확한 인식이 있는 집단은 조직이 굳이 간섭하고 통제하지 않아도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성격의 집단이 조직 몰입도까지 높다면 당연히 이들 집단에 우선적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이들에 대한 평가와 성과급 기준에서 여타 요인을 제거하고 오직 업적의 목표대비 달성도를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권한위임을 중시하고, 자신들의 창의적인 접근방법 하에 타인과 협력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타인의 도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인재들이다. 따라서 스마트워크를 적용하면 이들은 권한위임 수준이 높아졌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검토 결과에 따라 스마트워크를 도입할 시기, 대상(어떤 직급, 직무 또는 인구통계학적으로 구분되는 집단에 도입할지에 대한 판단), 깊이(시간과 장소에 대한 자율성 부여 정도), 접근방법(전면적 또는 단계적 접근방식) 등을 결정해야 한다.
 
주요 핵심직무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스마트워크 도입이 용이한 모 외국계 컨설팅사는 모든 인력에 대해 스마트워크를 전면적으로 도입해 단기적으로는 인력 운영의 효율성이 증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재 이탈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개인의 개별적 이직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위해 한시적으로 구성된 팀 단위 집단의 이직이 잦아졌다. 이는 스마트워크 도입 후에도 팀 단위의 대면접촉 및 공동 업무수행은 유지된 반면, 다른 팀 구성원, 다른 팀 관리자 및 경영진과의 대면접촉 교류기회가 감소함에 따라 몰입이 팀 단위수준에서만 형성됐기 때문이다. 즉, 이직 리스크를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기 어려워지고, 전적으로 개별 팀의 팀장 리더십과 성향에 의존하게 돼 인재유지 리스크가 증가한 것이다.
 
구성원 관점에서 검토해야 할 마지막 요인으로는 구성원의 경력개발비전과 이를 위한 자기개발욕구(Career Vision and Development Needs)에 미칠 영향이다. 스마트워크에 대한 많은 논의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익숙한, 이른바 ‘TGIF(Twitter, Google, I-phone, Facebook)’ 세대가 스마트워크를 선호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이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머서가 전세계 60여 개 스마트워크 또는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에 대해 2010년 행한 심층조사는 이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갖게 한다.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는 조직 중 그 적용대상을 신입이나 경력 3년 미만의 구성원들에게 적용한 기업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구직자들은 과연 어떤 직장이 자신의 경력을 성장시켜 주며 경력의 불확실성을 줄여 줄 수 있는지를 중시한다. 따라서 이들은 스마트워크로 동료 및 상사와의 대면접촉이 줄어들고 물리적으로 본사나 회사에 나갈 계기가 줄어들면서 혹여 제대로 된 업무지도와 교육, 적절한 코칭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이 때문에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스마트워크 프로그램(전통적 업무방식보다 원격 또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비중이 더 높은 프로그램)을 선호하지 않는다.
 
아시아 지역에서 스마트워크로 효과를 보고 있는 기업들이 신참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로는 부모의 기대와 소속감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자신의 현재 지위와 미래 경력에 불확실성을 크게 느끼기 때문에 일단 취업이 되면 일정기간 안정성을 상당히 중시한다. 소속감은 안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아직 전문성이나 조직 내 역할이 확립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정한 공간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하면서 소속감을 형성한다. 또 스마트워크는 부모 세대에는 생소한 개념이다. 따라서 구성원을 세분집단으로 구분한 후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각 세분집단의 경력개발 및 성취욕구에 어떠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효과가 생길지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효과적인 스마트워크 도입 및 정착을 위해 단계적으로 HR이 검토해야 할 주요 사항은 머서가 전세계 60여 개 도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를 통해 정리한 베스트 프랙티스를 참조하기 바란다.(그림 1)
 


스마트워크 도입 주요 기업의 특성
머서의 심층조사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주요 기업들의 도입 특성 간 차이가 나타난다.(그림 2) 특히 이들 차이는 주로 HR 측면의 도입 전 검토결과나 도입 후 HR에 의해 관찰되고 제기된 주요 장애요인과 이의 해소방안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이를 면밀히 관찰해 봄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장차 스마트워크를 도입할 때 인사·조직문화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첫째, 스마트워크의 도입 배경 및 근거의 차이다. 즉 기업마다 구성원에게 왜 자사에 스마트워크가 필요한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근본이 되는 전달 메시지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에선 스마트워크가 국가적으로 에너지 절약, 약자 배려,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주요 당면 사회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실천과제이므로 구성원, 조직 및 사회 모두에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전달 메시지는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스마트워크를 도입한 여러 민간기업 사례에 비춰 볼 때 조직 내 다양성(Diversity) 배려 및 강화, 특정 집단의 효용 및 조직의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접근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여성 인력의 증가와 같은 구성원 자체의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조직 내 다양성 확보를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 형성에 가장 중요한 동인 중 하나라 여기고 이를 강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따라서 향후 국내기업이 스마트워크 도입을 위해 구성원에게 커뮤니케이션하며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가장 무리없이 활용할 수 있는 핵심 메시지는 다양성에 대한 배려와 강화로 판단된다. 최고경영진과 인사부서는 스마트워크 도입 이전, 각종 성공사례 발굴을 통해 조직 내 다양성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구성원의 공감을 얻는 데 주력해야 한다.
 
둘째, 적용대상 및 적용방법의 차이다.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적용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회사가 정한 일부 직무군이나 집단에 한해 적용하는 회사, 그리고 구성원의 자율적 판단 하에 신청을 한 구성원에 한해 적용하는 회사 등으로 구분된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스마트워크를 의무적으로 적용한 회사들은 대개 타 회사에 비해 스마트워크 도입시기가 빨랐으며, 장기간에 걸쳐 적용대상을 확대해 온 경험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구성원 모두에게 스마트워크를 적용하기 위해선 ‘스마트워크가 구성원 모두에 이익을 준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조직 내 성공사례를 축적해 이를 내부적으로 확산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즉, 단기간 구성원 모두에게 전면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의무 적용해 성공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구성원들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 중 구성원의 개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마트워크의 적용 단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사부서는 면밀한 직무특성과 업무성과 창출 유형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일단 실험적으로(Pilot Test) 영업, 중간관리자, 기혼여성 등 일부 특수 집단에 적용한 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유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무엇을 스마트(smart)하게 바꿀 것인가? 즉 ‘무엇을 유연하게(flexible) 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다. 일부 기업들은 재택근무나 스마트워크센터를 활용한 장소의 유연화에 집중하는 반면 또 다른 기업들은 일하는 시간의 탄력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HR 관점에서 통찰력과 검토가 매우 중요하다. 조직과 구성원 관점 모두에서 성과를 유지·향상시키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그러면서도 구성원의 만족도와 효용이 커질 수 있는 자율성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팀워크가 중시되고 상사의 면밀한 관리 감독이 필수적이라면 장소와 시간 모두에서 유연성을 확대하기 어렵다. 다만 개개인의 전문성이 업무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내부보고보다 영업이나 고객관리와 같은 사외활동이 많다면 장소의 유연성 확대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기혼여성과 같이 육아와 가사로 시간상의 탄력성을 큰 보상 요인으로 간주하는 구성원들에게는 시간의 탄력성 강화가 유효할 수 있다. 또한 △보안이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장소의 유연성 확대가 어렵거나 △매일 타 구성원과의 협력이나 팀 활동이 많지 않고 △개인의 전문성에 기초해 월 또는 그 이상의 주기로 성과물을 창출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구성원 △주요 고객의 근무시간 대가 특수한 경우(예: 주로 시차가 다른 해외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경우)도 시간의 탄력성 확대가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도입목표의 차이다. 영국 BT는 내부혁신과 비용절감을 위해 추진한 자사의 스마트워크 경험을 ‘어디서나 일한다(Work Anywhere)’라는 통합 ICT 기반 원격업무 솔루션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데 활용했다. 그 결과 2000년 초반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던 유선통신사업의 비중을 11%로 낮추고 IT 솔루션 사업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며 종합 IT 솔루션 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 통신서비스업만 수행했을 때는 국가별 규제장벽이 높아 해외시장 개척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종합 IT 솔루션 업체로 변신한 후에는 이 또한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매출의 약 40%를 해외에서 올리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BT 사례에서 보듯 일부 IT 기업에선 스마트워크 도입을 통해 비용절감과 내부혁신은 물론 내부 경험 축적을 통한 신규사업 확대라는 뚜렷한 목표가 발견된다. 최근 스마트워크 도입에 적극적인 국내 기업들도 대부분 ICT 사업을 수행하면서 통신인프라와 유휴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런 기업의 인사부서는 신규사업의 개발 및 추진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부서로서 확대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도입 전 검토와 구성원 공감대 형성뿐 아니라 도입 후 다양한 측면의 긍정적 효과 및 부작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사업화 목적 하에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 기업은 우선 인사부서의 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크다.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은 구성원에게 다양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편, 즉 총보상의 관점에서 중요한 비금전적 보상의 하나로 유연근무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유연근무제 도입을 노사관계나 고용조건 등과 관련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사부서는 구성원이 금전적인 급여 외에 어떤 부분을 일의 대가로 기대하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모두 보상의 형태로 묶어 총보상 개념과 구조를 확립, 구성원의 선택폭을 넓힘으로써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구성원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선행기업으로부터의 교훈
도입 전 주요 인사상의 이슈에 대해 충분한 사전검토를 하지 않은 기업들은 실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머서의 심층조사에서 선행 도입 기업들이 겪은 주요 장애요인, 그리고 이에 따라 부각된 해결방안의 개발이 필요한 주요 이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간관리자의 저항과 우려가 스마트워크 도입 이후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전까지 일정기간 지속됐다는 점이다. 특히 한 번에 대부분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시행할 때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이 팀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팀제의 핵심은 바로 팀장, 즉 중간관리자다. 이들은 이미 조직 내 네트워크와 전문성 등을 어느 정도 확보한 상황이고 여전히 육아와 가사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중년 남성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은 경영진으로부터의 지시나 명령을 신속히 파악할 뿐 아니라 경영진과 접촉할 기회도 많다. 하지만 이들이 경영진의 지시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실행상황을 확인하려 할 때는 상황이 다르다.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팀원들과의 대면접촉 기회가 줄어들면 중간관리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는 커진다. 중간관리자 대다수가 원격으로 일하는 업무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팀원들의 보고 결과를 제대로 검토한 후 제때 피드백을 주는 게 쉽지 않다.
 
실제 미국의 대표적인 PC 제조·유통업체는 스마트워크 도입 후 일부 구성원에 업무가 집중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과중한 업무를 부여받은 구성원의 피로와 불만이 증가했고 업무를 부여받지 못한 직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증가했다. 이유는 팀원들이 업무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팀장이나 중간관리자인 상사가 잘못에 대한 시정·보완 방향을 스마트워크 상황에 맞게, 즉 비대면적인 방법으로 제때 충분히 지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중간관리자들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제대로 해오는 일부 팀원에게 e메일로 업무 지시를 내렸고 그 결과 일부 구성원들에게서 과중한 업무 부담이 나타났다.
 
따라서 스마트워크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스마트워크를 적용하더라도 생산성이나 업무효과의 감소가 발생하지 않을 구성원 계층을 명확히 정의하는 게 필요하다. 더 나아가 스마트워크 하에서 중간관리자나 팀장의 원활한 조직관리를 위해 이들의 리더십 개발 방향의 전환도 요구된다. 이른바 미국의 주요 하이테크 기업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원격리더십(Remote Leadership)’에 대한 강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원격리더십이란 전세계적으로 개방형 혁신이나 집단지성을 통한 혁신이 강조되는 경영환경에서 구성원과 지속적인 대면접촉 없이도 구성원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검색엔진 개발 업체인 모질라(Mozilla)는 주요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팀장이 팀원을 1년 내내 한번도 보지 못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업무완결이나 성과창출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 회사 구성원들은 이미 입사 이전부터 다양한 개방형 제품개발 조직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한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협업 스타일에 오랜 기간 노출됨으로써 비록 보지 않더라도 업무에 필요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비록 얼굴은 못 보지만 주요 내·외부 팀원들의 이미지, 별명 또는 아바타 등을 통해 가상 정체성(Virtual Identity)을 구축, 서로간 몰입도를 높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김새, 인종, 국적, 학력 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편견을 갖게 되는 일반적인 현상도 많이 사라져 다시 조직 내 다양성이 증가하는 긍정적 선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신입사원 단계에서부터 타 국가 또는 타 지역 팀과의 가상교류방식(전화회의, 공동 인터넷프로젝트 사이트, e메일 등)으로 3∼6개월간 특정업무를 수행케 하는 액션러닝 방식의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해 일찍부터 원격리더십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선행기업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HR 관점의 시사점은 스마트워크 도입 시점에서 개별 조직의 개인성과 관리체계, 특히 MBO 방식의 정착여부가 스마트워크 성공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사내 정치, 대인관계, 상사와의 관계가 인사 평가에서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스마트워크를 도입해도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연초에 수립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를 중시하는 풍토가 정착돼 있다면 대면접촉의 감소와 사내 정치로부터의 소외를 불리한 요인으로 간주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스마트워크 도입을 통한 비용절감의 효과가 뚜렷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일수록 평가에서 MBO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팀조직 체계의 정착 여부도 중요한 과제다. 진정한 팀은 팀원 각각이 맡은 바 영역에서 전문성을 보유, 업무에 대해 고유의 책임과 역할을 가지며 유기적으로 타 팀원과 협력해 공통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소규모 그룹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팀 조직이 활성화돼 있다면 스마트워크를 도입한다고 해도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나 불안감이 매우 적다. 오히려 더 커진 권한과 일하는 방식, 시간 및 장소의 자율성으로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내 기업에 일반적인 대부대과(大部大課)형 팀제, 즉 형식적으로 팀제를 도입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면 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 급격한 변화가 단기적인 성과하락으로 연결돼 스마트워크 정착이 더뎌질 수 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공동 대표 andy.park@mercer.com
박형철 대표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더슨 컨설팅과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머서의 한국 지사장 겸 공동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 M&A 후 인사통합 및 성과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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