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무섭게 성장한 나라는 몽골제국(원나라)이다. 그러나 놀라운 성장만큼 몰락도 빨랐다. 반란 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원나라는 1355년 사돈 나라인 고려에 원병을 요청했다. 고려군이 큰 활약을 하고 돌아온 뒤 공민왕은 친원 세력을 제거했다. 정치뿐 아니라 사회제도와 관습에까지 원나라의 영향을 제거하는 등 노골적인 반원 정책을 실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1356년의 대숙청과 반전이 공민왕의 민족주의적 의식과 자각의 결과라고 믿고 있지만, 이는 위험한 해석이다. 공민왕의 대담한 행동이 가능했던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에 있었다. 공민왕은 원나라 군대와 함께 싸우면서 원나라 군대의 전투력을 직접 체험했고, 중국 내부의 상황이 용광로처럼 위험하다는 사실도 간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나라가 축출되고 중국에 한족 국가가 다시 성립된다면 고려는 적대 국가가 될 게 분명했다. 종이호랑이가 된 몽골군의 전투력을 확인한 공민왕은 파병군을 원의 지배에 대한 반군으로 전환시켰다. 이들로 압록강에 방벽을 치고, 친원파를 숙청했다. 또 바로 원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미래에 닥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원 정책을 편 것이다.
Vol.48 p.61 [명분 vs. 실리, 공민왕의 첫 해외 파병]·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