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학회와 한국CEO포럼은 4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친환경 경영전략과 조직혁신’ 토론회를 열고 녹색 성장 시대를 이끌어 갈 국가와 기업 차원의 전략 방향을 모색했다. 동아일보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액센츄어의 후원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희집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 에너지부문 대표가 기조 발제자로 나섰다. 전용욱 한국경영학회장(우송대 부총장),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김동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현우 OCI 부회장 등 경영학계와 산업계 임원 8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녹색 기술’이 국내에서만 독자적으로 추진됨으로써 글로벌 표준 선점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경영학계와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또 녹색 성장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된 지원과 기업의 전략적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 초기 단계로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녹색 산업의 발전에는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자사의 강점에만 집중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부와 시장 등 비즈니스 생태계 전반을 조망하는 ‘거시적 그린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가 미래 경제지도 바꾼다
액센츄어 아시아태평양 에너지부문 김희집 대표는 이날 기조발제를 통해 “한국 기업이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국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업의 공격적인 대응과 정부의 일관된 지원을 촉구했다.
영국이 석탄을 활용한 산업혁명으로 강대국이 되고, 미국이 석유의 활용도를 크게 높여 세계 경제를 지배했던 것처럼 대체에너지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경제지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한 해에 159조 원이 넘는 금액이 풍력 발전, 태양광 발전, 바이오 연료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됐다. (표1, 2 참조)
한국에서도 정부의 ‘발전 차액 보상 제도(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와 화석에너지 발전 단가의 차이를 보전해 주는 정책)’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로 최근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04년 각각 12MW(메가와트)와 73MW에 머물던 국내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의 발전 능력은 2008년 350MW와 299MW로 급성장했다.
한국에서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 중 하나가 OCI(옛 동양제철화학)다. 2005년 OCI는 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의 원소재로 쓰이는 폴리실리콘 제조에 뛰어들었다. OCI 신현우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자원이나 환경을 감안할 때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발전이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했다”며 “50년간 운영해 온 화학 사업과 가장 가까운 분야가 폴리실리콘 제조라고 보고 여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OCI는 현재 연간 1만7000t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글로벌 메이저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국내 녹색 기술의 상용화는 부진한 실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한국은 전력망과 전력 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선진국보다 우위에 있지만,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어 공공 주도의 고도화가 용이한 기본 인프라는 앞서 있지만, 운영체계의 상용화에서 선진국보다 다소 뒤처져 있다”고 주장했다. 사업장과 가정의 전기 수요를 통합 관리하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 전력 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는 통합운영 체계가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