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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신문 속 그 거물들이 CBS 강단에…

조인직 | 53호 (2010년 3월 Issue 2)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CBS)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커리큘럼은 재무 및 미디어 경영 분야의 선택 과목들이다. 이 과목들의 가장 큰 특징은 월가의 금융 거물과 다국적 기업의 임원들이 직접 객원 교수로 나선다는 점이다. 단순히 한두 시간 와서 강의만 하고 가는 일일 강사가 아니라, 학생들과 면담 시간을 갖고 성적 평가까지 담당하는 일반 교수 업무를 수행한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인 이런 인물들을 한 학기 동안 교수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조만간 관련 분야로의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엄청난 매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엄청난 이동 거리를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서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뉴욕과 가장 가까운 도시인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오려 해도 네다섯 시간씩 걸리는 게 미국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매주 이런 거물들을 만날 수 있으니 뉴욕에 있는 MBA 스쿨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라 하겠다.
 
객원 교수를 통해 얻는 취업 기회
지난해 2학기에 만들어진 ‘증권 분석(Security Analysis)’ 과목을 보자. 이 과목의 객원 교수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타이거펀드에서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닐 나타니다. 나타니 교수는 엄청나게 바쁜 그의 일정 때문에 학생들과의 면담 시간을 목요일 오후 9시 이후로만 제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조언을 들으려는 학생들은 오후 9시 이후라는 시간에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특히 기말 시험을 치를 때 나타니 교수는 강의실에 타이거펀드의 현직 펀드 매니저 2명을 데려왔다. 학생들은 매니저들 앞에서 기업의 ‘주식 프레젠테이션(Stock Pitch)’을 했다. 매니저들은 즉석에서 발표의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나빴는지를 언급한 후 직접 점수를 매겼다. 이 과정에서 일등을 한 그룹의 학생들은 타이거펀드 본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정식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를 얻었다. 이 중 몇 명은 당시 인상적인 발표를 한 덕분에 타이거펀드로부터 취업 제의까지 받았다.
 
MBA 학생들이 졸업 후 비교적 수월하게 취업 제의를 받는 일반 금융회사나 컨설팅회사와 달리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아무리 좋은 MBA 스쿨을 졸업한 학생이라도 취업하기가 힘들기로 유명하다. 채용 인원 자체가 워낙 소수인데다 채용 절차 또한 인맥을 통한 비밀스럽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을 매주 한 번씩 교수로 만나고, 그 인연을 취업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MBA 과정에 등록하기를 망설일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과목인 ‘재무, 마케팅, 전략 통합 관점에서 본 소매 산업(Retail: Finance Marketing & Strategic Integration)’도 과거 리먼 브러더스 주식 리서치 부문의 부사장이자 여전히 월가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제프리 파이너가 교수를 맡았다. 그 또한 약 20명의 현직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을 불러 수업에 참여시켰다. 미국 최대 주택 자재 유통 업체인 홈디포를 다룬 수업을 보자. 파이너 교수는 처음 두 시간 동안 홈디포의 역사와 현황을 들려줬고, 세 번째 시간에는 현직 홈디포 회장인 프랭크 블레이크를 초청해 학생들로 하여금 홈디포의 향후 전략에 대해 직접 토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의류업체 제이크루의 밀러드 드렉슬러 사장, 완구업체 토이저러스의 제럴드 토치 사장도 초청했다. 드렉슬러 사장과 토치 사장은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에게 제이크루와 토이저러스의 할인 쿠폰까지 나눠줘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파이너 교수의 수업에 참가한 유명 기업의 CEO들은 종종 “유명 MBA가 교재로 쓰고 있는 우리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에는 과장과 왜곡이 섞여 있을 때가 많다” “우리는 이런 이유에서 그 케이스 스터디가 언급한 부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당신들의 생각은 어떠냐?”고 말한다. 그야말로 책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해당 기업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이다. 이는 학생들의 관점에서는 수업과 해당 기업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해당 기업의 관점에서는 홍보와 기업 이미지 제고의 장이 된다는 점에서 윈윈이라 하겠다.
 
파이너 교수는 특히 자신과 친한 기업 CEO들에게 우수 학생들의 이력서를 직접 권해주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매 업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파이너 교수의 수업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고, 더 좋은 성과를 얻으며, 이를 통해 취업 기회까지 얻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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