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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다

제임스 구즈카 | 53호 (2010년 3월 Issue 2)

1번 문 뒤에는 뭐가 있을까
미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몬티 홀이 진행하는 ‘흥정 게임 쇼(Let’s Make a Deal)’가 있다. 사회자 몬티 홀은 참가자에게 1번, 2번, 3번 문 중 어떤 문 뒤에 근사한 상품 가령, 목재로 만들어진 스테이션 왜건 등이 숨겨져 있을지 맞춰보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참가자가 선택하지 않은 문 중 하나를 먼저 열어 보인다. 몬티 홀은 열어젖힌 문 뒤에는 상품이 없다는 걸 보여준 다음 참가자에게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고 말한다.
 
독자 여러분이 이 텔레비전 쇼의 참가자이며 1번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몬티가 열어젖힌 3번 문 뒤에는 자동차가 아닌 염소가 한 마리 놓여 있다. 염소를 발견한 몬티는 다시 선택권을 준다. 즉, 처음 선택한 대로 1번 문을 고수할지, 2번 문으로 마음을 바꿀지 선택을 번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선택을 바꿔 2번 문을 택해야 할까 아니면 1번 문을 고수해야 할까?
 
혹시 바꾸지 않는 쪽을 택했는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 쪽을 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몬티가 열어 보인 3번 문 뒤에 염소가 있는 것을 확인한 후에 1번, 2번, 3번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이 3분의 1 : 3분의 1 : 3분의 1에서 2분의 1 : 2분의 1 : 0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따라서 몬티가 3번 문을 열어 보인 행위는 1번 문에서 2번 문으로 선택을 번복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기존의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많은 사람들의 답변은 틀렸다. 1번에서 2번으로 선택을 바꾸면, 상품을 탈 확률이 2배로 높아진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 문제를 실시간으로 풀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1990년 아이큐 228로 세계에서 지능지수가 가장 높은 사람으로 기네스북에도 실린 천재 마릴린 보스 사반트가 <퍼레이드>에 관련 내용을 기고하면서 이 문제가 널리 알려졌다. 당시 수백 명의 수학자를 포함한 수천 명의 독자들이 퍼레이드에 마릴린이 오답을 발표했다는 비난을 담은 답장을 보냈다. 심지어 저명한 수학자 폴 에르도스도 죽는 순간까지도 몬티 홀의 문제를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몬티 홀의 문제는 단순한 퀴즈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어떤 비즈니스 영역에서든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계속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권자들은 불가피하게 직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한 문제 해결 방식, 정신적인 부담이 적은 방법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몬티 홀의 문제가 명백하게 보여주듯, 아무런 도움 없이 직감에만 의존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의 예상보다 이런 상황은 훨씬 자주, 심각하게 나타난다. 최근 인지과학과 행동경제학에서 나타난 발전 사항은 근시인 사람들이 안경을 필요로 하듯 놀라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통계적 도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의 사고력은 일상적인 비즈니스 상황에서 요구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진화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 결점을 보완하려면 통계적 분석과 예측 모형이 반드시 필요하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봤을 때 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에케 호모(‘이 사람을 보라’는 뜻의 라틴어)
상당수의 경제 이론은 몬티 홀의 문제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제약에 주목하지 않았다. 사실 여러 가지 현대 경제 이론의 핵심 원칙은 인간이 합리적인 예측(rational expectations)하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거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즉,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추측이나 예측은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 도출됐기 때문에 가장 뛰어난 추측이나 예측이라고 가정하는 셈이다. 개인들이 옳지 못한 추측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합리적인 예측을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내놓는 추측은 일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진실에서 멀어져 결국 평균치가 ‘0’이 된다고 설명한다.
 
경제 주체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널리 알려져 있는 관련 정보를 통해서는 이윤을 창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미 다른 누군가가 그 정보를 이용해 이윤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시카고의 한 경제학 교수가 길에 떨어져 있는 20달러 지폐를 줍지 않았다. 왜 그랬냐고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 돈이 진짜라면 이미 다른 사람이 주워갔어야 마땅하다. 아무도 줍지 않았다는 건 이 돈이 가짜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요약해, 인간이 합리적인 예측을 한다는 전제는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시카고대의 리처드 탈러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 교수는 인간의 합리적 예측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밝히기 위해 <넛지(Nudge)>를 공동 집필했다. 이상적인 존재 호모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 정확성이 떨어지는 보통 사람, 즉 호모 사피엔스가 시장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몬티 홀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흥정 게임 쇼’의 제작자들은 바로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게임
비즈니스, 법률, 의약, 교육, 프로 스포츠 등 다양한 부문에서 분석적이고 예측적인 모형의 사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 현상을 다룬 책들도 연이어 등장했다. 마이클 루이스는 2003년에 발표한 저서 <머니볼(Money ball)>에서 메이저리그 야구단이 비즈니스를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이 책에서 메이저리그 하위권 팀이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이 통계적 분석을 활용,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팀을 최상위권 팀으로 끌어올렸는지를 보여줬다.
 
뉴욕 양키스처럼 돈이 많은 구단은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구단의 몇 배에 달하는 막강한 연봉 예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보다 훨씬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빈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많은 구단이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비합리적인 생각, 잘 맞지도 않는 감, 전문가의 판단 등에 의존했다. 그러나 빈은 객관적인 접근법을 활용하면 부자 구단이 외면하는 뛰어난 선수를 발굴하고, 낮은 연봉으로도 이들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로 끌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빈의 통찰력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빈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 대표 야구 선수로 활동했다. 당시 많은 스카우트 담당자들이 빈을 미래에 대성할 선수로 지목했었다.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판단을 내릴 때 주로 외모와 직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을 뿐이다. 그들은 야구에 관한 통계를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빈을 평가할 때 체격 조건이 우수하며, 발이 빠르고, 강타자라는 점을 높이 샀다. 다시 말해, 훌륭한 야구선수에게 요구되는 ‘일부’ 조건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스카우트 담당자들은 통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빈이 최고의 야구선수가 갖춰야 할 모든 자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자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카우트 담당자들의 판단은 틀렸다. 빌리 빈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로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선수 생활을 접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스카우트 담당자가 됐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이 되자, 빈은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발탁했던 스카우트 전문가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빈은 좀 더 과학적인 방식으로 선수들을 평가하기 위해 야구 통계 전문가 빌 제임스가 집필한 자료를 참고했다.
 
제임스는 타자의 출루율을 근거로 득점 수를 예측하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제임스의 공식에서 힌트를 얻은 빈은 선수들의 실적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폴 데포데스타를 고용했다. 분석 결과, 빈과 데포데스타는 고교 시절 기용된 선수들보다 대학 선수들의 성적이 더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빈은 부자 구단들이 고교 유망주를 뽑게 내버려뒀다. 대신 데포데스타와 함께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다른 스카우트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훌륭한 대학 선수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한마디로 빈은 메이저리그라는 시장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셈이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아니라 직관에 의지해 결정을 내리는 스카우트 전문가들이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의학 전문가의 표현을 빌자면, 빈은 선수를 선택할 때 ‘근거 기반’의 접근 방식을 사용했다. 바로 이 방식 덕분에 빈은 돈이 많은 부자 구단보다 적은 비용으로도 훨씬 우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분석론 분석
빌 제임스가 이처럼 간단한 공식 하나로 야구선수 스카우트 전문가들이 오랜 경험을 쌓고도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예측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선스타인과 탈러는 저서 <머니볼>에서 루이스가 제시한 실마리들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머니볼>에서 발췌한 내용을 살펴보자.
 
전문 야구 경영인, 심지어 평생을 야구에 바친 전문가들이 이토록 거대한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들은 높은 연봉을 받는 전문가들이다. 인재를 제대로 평가할 만한 능력과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왜 자주 큰 실수를 저지를까. 루이스는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3개의 단서를 제공했다. 첫째, 직접 경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인 경험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루이스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둘째, 전문가들은 최근 성적에 지나치게 많은 신경을 쓰지만, 사실 최근의 성과가 항상 전체 성적을 대표한다고 볼 수 는 없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두 눈으로 본 것, 혹은 봤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선입견을 갖는다.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사람의 마음이란 때로 속임수를 부리기도 한다. 특히 야구 경기를 볼 때 실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많다.
선스타인과 탈러는 루이스가 설명하는 내용이 인지 심리학에서 발견한 핵심 내용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즉,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가용성 발견법(availability heuristic)’이라고 알려진 방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사람들이 몬티 홀이 내놓는 문제를 틀리는 이유도 같다. 동전 던지기, 주사위 던지기, 룰렛 돌리기 등 ‘완전한 무지’가 ‘균등한 확률’을 의미한다는 점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몬티 홀이 진행하는 텔레비전 쇼에 출연한 수많은 참가자이나 매릴린 보스 사반트의 글을 읽은 많은 독자들은 ‘동전 던지기 게임’과 ‘1번과 2번 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임’의 원리가 결국 같다는 잘못된 판단 때문에 헷갈렸던 듯하다.
 
선스타인과 탈러가 지적했듯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문가들이 어리석거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즉 전문가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결정을 내릴 때 정확하지 않은 직감, 심리적인 발견 방법,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에 의존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지적하듯 문제는 고착화, 가용성 발견법, 집단 행동 등 인간의 인지 활동에서 나타나는 체계적인 편견이 시장의 효율성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선스타인과 탈러는 “위험이 높다고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건 아니다. 단순히 직감을 따르는 태도를 버리고 근거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태도를 습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루이스의 저서 <머니볼>은 행동경제학의 발전에도 커다란 기여를 한 사례 연구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었고 많은 액수의 돈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빌리 빈 이전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심리적 발견과 주먹구구식의 접근 방식에 의존해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효율적인 시장을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론적 이상(理想)에서 점차 멀어지는 현실을 슬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용주의자들은 비합리적이며 비효율적인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
 
<머니볼>에서부터 인력 관리 정보까지
빌리 빈이 저평가된 야구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통계적 분석 방법을 활용한 사례는 다른 여러 산업 부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빌리 빈의 사례를 접목시켰을 때 가장 큰 도움을 얻을 분야는 인재 쟁탈전이다. 비단 야구에서만 능력 있는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일이 중요한 건 아니다.
 
다음 사실을 생각해보자. 1)대부분의 기업은 전체 운영 비용 중 40∼70% 정도를 급여, 직원 복지 및 기타 직원 관련 비용으로 지출한다. 2)여러 업계의 현실을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직원 1명을 교체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해당 직원이 받는 연봉보다 1.5배 많다. 3)기업이 발행하는 사보에는 인구 고령화로 능력 있는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가득 실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면접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에 치중한다. 여전히 주관적이며 노동 집약적인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고용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무시하고, 주관적이고 일관성이 없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평가하는 기업들이 많다.
 
즉, 인재 시장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재 시장이 점차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해나가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장기적이고 현명한 안목을 갖춘 기업들은 빌리 빈이 10년 전 기회를 발견했듯 오히려 지금 당장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머니볼>은 우리가 ‘인력 관리 정보’라 표현하는 대상을 다룬 초기 사례였던 셈이다. ‘인력 관리 정보’란 인력 관련 데이터 자료와 그 자료를 접목해야 할 비즈니스 문제의 격차를 메우기 위해 통계적 분석을 사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인사 담당자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예측 모형을 구축한다고 가정해보자. 예측 모형 구축에는 회사의 전현직 직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다음 실적이 우수한 직원을 따로 표시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이후 예측 변수를 포함해 성과가 우수한 직원의 선행 지수를 최적으로 조합해 예측 모형을 만든다. 모형을 만든 후에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여 모형의 유효성을 검증한 다음, 이 모형을 이용해 입사 지원자의 원서를 평가한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지원자의 이력서를 신속하게 선별하는 ‘채점 수단’으로 예측 모형을 활용할 수 있다. 예측 모형의 선별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인사 담당자들은 예측 모형이 우수 인재로 뽑은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이 모형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대신하는 게 아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이 100%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최적의 조합을 근거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떤 직원들이 자진해서 퇴사할 확률이 가장 높은지를 계산하는 모형도 만들 수 있다. 지나치게 먼 통근 거리, 잦은 주말 근무, 근무 평가 기록이 저조한 관리자 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 등은 능력 있는 직원이 퇴사를 결정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사람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릴 때와 달리, 예측 모형을 이용하면 이 요소들과 기타 요인을 최적으로 조합해 직원의 퇴사 확률을 효율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와 달리, 예측 모형은 점심 식사 전이든 후든 항상 같은 결정을 내린다.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매우 짧다. 뿐만 아니라, 예측 모형은 편견, 상식, 기존의 생각, 인지적인 선입견의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예측 모형은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에서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좀 더 가까워지도록 도와준다. 빌리 빈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는 인재를 선택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조직 내 핵심 전략으로 정착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슈퍼크런처
<머니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력 관리 정보가 갖고 있는 전략적인 잠재력이다. 실제 이 책은 한층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추출 및 예측 모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필자들은 의사결정권자들이 여러 부문에서 분석을 진행하고 예측 알고리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들은 <머니볼>의 내용과 유사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인사 관련 고객 및 다른 분야의 고객들에게도 <머니볼>을 추천해왔다.
 
필자들은 미국의 한 대형 보험 회사가 보험 예측 모형을 구축하도록 도와준 적이 있다. 당시 해당 보험 회사의 임원은 동료들이 보험 예측 모형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위해 <머니볼>에 수록된 내용을 들려줬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에서 법과 경제학을 가르치는 이언 에어즈 교수는 최근 발표한 저서 <슈퍼 크런처(Super Crunchers)>에서 이 주제를 다룬 바 있다. 에어즈 교수는 여러 상이한 분야에서 예측 분석론을 응용한 사례를 언급하여 루이스, 선스타인, 탈러의 연구 내용을 이어나갔다. ‘슈퍼크런칭’은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 추출 기법, 예측 모형 및 계량 경제적, 통계학적, 보험 통계학적 분석 등을 통칭하기 위해 에어즈 교수가 고안한 용어다. 에어즈 교수는 놀라울 만큼 다양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예측 분석론을 접목해온 필자들의 경험과도 일치한다.
 
에어즈 교수의 사례는 사람들이 예측 분석론을 응용하기 위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택담보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않을 위험을 평가할 때 대출 담당자의 판단보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참고하는 편이 정확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 사례들을 고려해보자. 에어즈 교수의 동료이자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인 오를리 아쉔펠터는 우수한 빈티지의 보르도 와인을 선별할 때 와인 전문가보다 더욱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회귀 모형을 만들었다. 영화 대본의 특징을 바탕으로 개봉 영화의 수익성을 예상하기 위해 신경망 모형을 만든 사례도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전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 칼 로브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소비자 분류 및 목표 마케팅 기법을 활용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로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블링크(Blink)>를 들 수 있다. 쿡 카운티 병원은 응급실 벽에 의사결정 트리 알고리즘 그림을 붙여둔다. 이 병원의 의사들은 심장 마비가 발생할 확률을 근거로 흉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분류하기 위해 트리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너무나 간단함에도 불구하고, 또는 너무나 간단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트리 알고리즘은 직감이나 짧은 순간의 전문적 판단에만 의지하는 의사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사실 이 일화는 직관적인 순간의 판단이나 본능이 신중한 추론보다 더욱 믿을 만하다는 글래드웰의 주장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에어즈 교수는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분석론을 사용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 목록에 필자들이 연구를 통해 찾아낸 몇 가지 사례를 추가하고자 한다.
 
1)보험 사업 및 가격 책정:필자들과 동료들은 수많은 보험 전문가들이 다양한 변수를 측정하기 위한 모형을 구축하여 보험 위험을 보다 잘 선택하고 적절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이 모형들은 기존 위험 평가 방법이 갖고 있는 결함을 찾아내 보험업체들이 유사하거나 동일해 보이는 위험 요인을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머니볼>과 <슈퍼크런처>의 저자들은 ‘전문가와 등식(等式) 간의 대결 구도’를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활용할 도구를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앞서 설명했듯 분석론적 방법을 도입하자 기존 야구 선수 스카우트 방식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우수한 성과가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필자들은 예측 모형을 도입한 후 보험 전문가들의 위험 선별 능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했다.
 
2)인재 관리:필자들은 고용주들이 심리 측정 데이터를 사용하여 직원의 실적을 더욱 잘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한 연구를 통해 필자들은 특정한 조합의 행동 특징을 지닌 직원들은 승진 확률이 2배가량 높음을 알았다. 반면 다른 조합의 행동 특징을 갖고 있지 않은 직원들은 사실상 승진 기회가 없었다. 이런 정보는 인재 채용 및 관리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3)의료 과실 예측:필자들은 일반 개업의, 전문의 등 의사들이 의료 과실로 소송을 당할 확률을 좀 더 잘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모형 구축을 지원해왔다. 인재 관리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때도 행동 요인이 확률을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리 측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예측 모형을 활용하면 선별적으로 원하는 의사를 찾아낼 수 있다. 결국 의료 과실로 인한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4)가입자 유지:필자들은 병원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 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 수혜자 중 어떤 사람들이 의료 보험 자격을 박탈당할 위험이 가장 높은지 예측하는 모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예측 모형을 활용한 결과, 병원의 복지 담당 인력들은 메이케이드 수혜자들이 자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할애할 수 있었다.
 
5)소비자 비즈니스:필자들은 기업들이 분석론을 활용하여 고객 및 판매 패턴을 한층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물론, 고객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고객을 분류하고, 올바른 고객층을 목표로 공략하며, 교차 판매를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상당수 기업들이 오직 경영 성과 지표 구축을 위해서만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지루한 경영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인력 관리 시장에서도 놀라울 만큼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즉, 관련 데이터가 존재하긴 하지만 사람들이 이를 직관, 심리적 발견법 등을 바탕으로 하는 의사결정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활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보완하려면 분석론과 예측 모형을 활용해야만 한다.
 
6)주택담보대출 분류:필자들은 주택담보대출업체들이 예측 모형을 활용하여 채무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연체하거나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기 이전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대출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시기에는 대응적이고 주관적인 기존의 대출 관리 방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필자들은 주택담보대출업체들이 예측 분석론을 도입해 선제적인 대출 전략, 신용 한도 포트폴리오 관리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채무자들이 불이행 상태에 빠지기 전에 전략적으로 손실 완화 전략을 제안하면, 빌려준 돈을 날리지 않을 수 있다. 즉, 채무자의 집이 남아 있는 한 주택담보대출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7)보상 청구 및 환자 관리:직원 보상 및 업무 중 발생한 장애와 관련한 환자 관리는 지금껏 의료 사건으로 여겨져왔다. 따라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부상을 입은 근로자가 미리 정해진 치료 과정을 거쳐 업무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손상 정도가 심각하거나 치료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필자들은 기업들이 의료적, 전기적, 인구 통계학적, 성격 분석적 정보를 종합하는 모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그 결과, 기업들은 어떤 환자들이 질환의 심각성 및 치료 기간의 측면에서 업계 표준을 초과하게 될 가능성이 큰지 좀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다. 우수한 환자 관리 도구가 탄생한 덕에 근로자들의 업무 복귀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환자 관리 시스템 자체를 남용하는 근로자들을 적발해내는 일도 한층 수월해졌다.
 
8)의료 보험 고객 관계:필자들은 복잡한 치료 문제를 갖고 있으며 치료 승인 및 손해 보상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의료 보험 고객들을 좀 더 쉽게 찾아내기 위해 건강보험 센터와 협력하여 의료 기반 분석론과 새로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결합시켰다.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런 고객들을 따로 분류하고 이들의 요구를 전문 서비스 팀에 전달했다. 전문 서비스 팀 구성원들은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 내용을 전달하고 치료 및 손해보상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지침도 알려줬다. 고도의 분석론을 접목하여 고객 경험을 개선시키자 고객 만족도가 한층 높아지고 의료비용 및 손해보상 비용도 대폭 줄었다.
 
에어즈 교수도 말했듯 지난 50여 년 동안 심리학계에서는 전문가를 돕는 등식의 놀라운 능력을 주제로 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주제를 처음으로 다룬 책은 1954년 심리학자 폴 미일이 발표한 <임상 예측 대(對) 통계 예측(Clinical Versus Statistical Prediction)>이었다. 미일 스스로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책’이라고 표현하는 이 저서에는 전문가의 예측 내용과 단순한 보험 통계 모형의 예측을 비교한 20건이 넘는 실증 연구 사례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전기 충격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예측’ ‘죄수가 가석방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한 예측’에 이르는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다. 미일은 20건의 사례 중 전문가가 통계 모형보다 정확한 답을 내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에어즈 교수는 이 문제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한 두 명의 인지심리학자를 인용했다. “인간은 최적화된 회귀 등식보다 판단력이 떨어진다. 그뿐인가? 최적화되지 않은 거의 모든 회귀 등식과 비교했을 때조차 인간의 판단력이 떨어진다” 기업들은 이 문장이 상당히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미일, 카너먼, 토버스키 등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의 인지력에 근본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예측 분석론이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고 설명한다. 즉 분석적 방법이 지금보다 향후 훨씬 많은 분야에서 관심을 끌 것이다. 리처드 탈러, 댄 애리얼리와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은 기업, 병원, 정부 및 기타 다양한 조직들이 행동 모형을 구축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잘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직관적인 의사결정으로 인해 생긴 비효율성을 보완하려면 분석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예측 분석론의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인지과학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행동경제학은 시장의 비효율성을 공략하기 위해 예측 분석론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예측 분석론 전략을 구축하고 실행하는 일은 길에 떨어진 20달러 지폐를 줍는 일처럼 간단하지 않다. 예측 모형을 만들고 운용하는 일은 매우 복잡하며, 다양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 예측 분석론이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도 된다.

분석론 종합
예측 분석론이 발전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인지과학과 행동경제학 분야의 연구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측 분석론의 발전에 기여한 두 번째 요인은 최근 급속히 확산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저렴한 전산 능력, 데이터 시각화, 응용 통계학, 기기를 이용한 학습 분야의 발전 등을 들 수 있다.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의사결정권자가 다양한 요인을 반복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측 분석론을 도입하면,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한층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체의 보험 사업, 친근한 이미지의 의욕적인 직원을 채용하기 위한 레스토랑 업체의 인사 업무 등 회사의 핵심 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예측 모형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단순히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분석론과 예측 모형은 기업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공략하여 경쟁에서 이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분석론을 기반으로 경쟁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은 아직 보편적이지 않다. 심지어 세계 일류 기업에서조차 분석론 이용 수준이 놀라울 만큼 저조할 때가 많다. 분석론을 활용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고, 그 진가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적다는 사실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 분석론을 활용하는 일은 쉽지 않고, 까다로운 진입 장벽도 존재한다. 게다가 분석론은 다양한 부문과 얽혀 있으며, 그 경계가 학계나 언론의 논의에서 항상 명확하게 정의되지도 않는다.
 
분석 모형을 전면적으로 이용하려면 비즈니스 전략, 경험 및 지식, 프로젝트 관리, 통계 및 기기를 이용한 학습 기법에 대한 지식, 프로그래밍, 기술적인 실행 방안, 비즈니스 측면의 실행 방안, 조직 변화 관리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복잡성을 피해야 하며 남아 있는 복잡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는 숙련된 예측 모형 전문가도 필요하다. 즉, 분석 모형을 구축하는 일은 상당한 양의 시간과 투자, 다양한 분야의 전문 기술을 필요로 하는 팀 활동이다.
 
필자들은 연구를 진행하던 중 분석론 모형 프로젝트나 예측 모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이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분석론에 대한 긍정적인 언론의 보도에 영향을 받은 탓일까. 많은 관리자들은 분석 모형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 및 투자 수준을 종종 과소평가한다. 정보기술(IT) 관리자들조차 분석 모형을 구축하는 일을 단순히 마우스로 찍고 클릭하는 정도의 간단한 분석 도구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통계학자들도 프로젝트의 여러 부분 중 전적으로 기술 부문에만 관심을 쏟고 프로젝트의 다른 부분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다른 기술을 과소평가한다. 보험 계리인은 모형 프로젝트를 단순한 보험 통계 프로젝트로 여기며, 비즈니스 분석 전문가는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분석을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직 전체에서 분석 모형 구축 프로젝트의 결실을 낳기를 원한다면 경영진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분석 프로젝트의 결실을 퍼뜨리는 일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실행 초기에 분석론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 자체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거나 적대감을 보일 때도 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분석지향적 팀으로 변화시키는 동안 빌리 빈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조직 문화를 서서히 바꾸어나가는 일은 빈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물론 보험 회사나 대형 유통업체처럼 산업의 특성상 분석론 기반 전략을 한층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조직도 있다. 이때 분석 모형의 최종 사용자를 향후 그가 사용할 분석 도구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 어떤 조직에서건 분석 프로젝트가 단순히 후선 부서에서 사용하는 도구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를 원한다면 경영진이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미국 밥슨대의 토마스 데이븐포트 교수와 잔느 해리스는 저서 <분석학 경쟁(Competing on Analytics)>에서 이 주제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저서에는 “우리는 신을 믿는다. 신이 아니라면 누구든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는 품질 관리 분야의 석학인 에드워드 데밍의 격언을 책상 위에 적어둔 한 최고경영자(CEO)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필자는 이 CEO가 앞으로 회사를 매우 잘 이끌어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후기
지금까지도 몬티 홀 문제를 머리에서 떨쳐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우선 게임의 규칙을 명확하게 정리해보자. 몬티는 어떤 문 뒤에 자동차가 숨겨져 있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몬티는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야만 한다. 만일, 자동차가 여러분이 선택한 1번 문 뒤에 있다면, 몬티는 2번이나 3번 문을 열어야 하며 2번과 3번 문의 확률은 동일하다. 게임을 시작할 때는 자동차가 1번, 2번, 혹은 3번 문 뒤에 있을 확률이 똑같다.
 
이를 달리 설명하면, 자동차가 1번 문 뒤에 있을 확률은 3분의 1이다. 2번 문이나 3번 문 뒤에 있을 확률은 3분의 2다. 몬티가 3번 문을 열어 자동차가 아닌 염소가 3번 문 뒤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후에도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3번 문을 확인했기 때문에 3번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0이다. 즉, 2번 문 뒤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이 3분의 2다.
 
직접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싶은 분은 <뉴욕 타임스>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쌍방향 특집 기사(http://www.nytimes.com/2008/04/08/science/08monty.html#)에 접속해보기 바란다. 영화 ‘21’에는 MIT대 교수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의 제자들이 몬티 홀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 속 설명이 실제 MIT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지는 미지수다.
 
편집자주 이 글은 컨설팅회사 딜로이트가 발행하는 경영 전문지 <딜로이트리뷰> 2009년 하반기호에 실린 딜로이트 컨설팅 LLP의 수석 책임자 제임스 구즈카, 딜로이트 컨설팅 LLP의 회장 존 럭커의 글 ‘Irrational Expectations: How Statistical Thinking Can Lead Us to Better Decision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제임스 구즈카 | 딜로이트 컨설팅 LLP의 수석 책임자
    미국 손해보험 계리사협회 정회원
    미국 보험계리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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