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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로 차별화하기

민시오 | 47호 (2009년 12월 Issue 2)
많은 기업들이 ‘고객 상담 번호’라고 부르는 전화 핫라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전화로 쉽게 제품·서비스 관련 상담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이지요. 이런 핫라인은 흔히 자동 응답 시스템(ARS) 형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고객 상담 전화임에도, 고객이 실제로 상담원과 연결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많은 고객이 상담원과 통화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치다 지쳐 포기하기까지 합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다 ‘이제는 연결되는 일만 남았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현재 통화량이 많아 다시 걸어달라”는 메시지가 나온 후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기기도 합니다.
 
복잡한 경로와 수많은 선택 버튼을 강요하는 ARS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장치입니다. 좀 더 편리한 서비스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도 안 되겠다’며 쉽게 단념해버리게 만드는 학습된 무기력을 낳습니다. 기계 문명에 익숙한 젊은 세대도 ARS를 이용할 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물며 연세가 드신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직접 13자리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필요한 상담을 받기까지 끊임없이 선택 번호를 눌러야 하는 데다, 통화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음악과 회사 홍보 멘트를 반복해서 들어야 합니다. 이러니 천신만고 끝에 상담원과 연결이 됐을 때는 불만부터 토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아악! 전화 연결이 왜 이렇게 힘들어∼!”
 
상담원과의 연결 경로 최소화해야
ARS로 불편을 느끼는 고객이 많다는 사실을 반대로 해석하면, 이 부문의 차별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ARS 민원 중 가장 많은 것이 ‘임시라도 좋으니 상담원에게 직통 번호를 부여하라’입니다. 한 번 통화로 일이 처리되지 않았을 때 고객은 한 번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상담원과 통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거친 후 다른 상담원과 연결되면 처음부터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편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직통 전화 번호를 알려주거나, 같은 고객에게 잇따라 전화가 걸려올 때 직전 상담자에게 우선 연결토록 하는 시스템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 고객들이 상담원과 연결되는 경로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택 버튼을 없앨 수도 있습니다. ARS 서비스 내용을 들어보면 OO문의는 1번, △△ 문의는 2번 식으로 마치 그 문의에 대한 ‘전문 상담원’이 따로 있는 것처럼 안내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상담원은 질문 유형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과감하게 없애야 합니다.
 
다소 비용이 들겠지만 ARS를 폐지하고 직접 사람이 받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 한 소비자는 “최근 한 회사에 민원 전화를 했는데 곧바로 사람이 받아서 너무나 놀랐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기업들이 ARS를 도입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고객 신상 정보를 미리 파악해 상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굳이 고객이 주민번호를 누르지 않더라도 미리 고객의 휴대전화나 유선전화 번호를 입력해놓으면 얼마든지 고객의 최근 거래 내역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가장 빨리 상담원과 연결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www.gethuman.com)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AT&T의 한 고객 상담 전화의 평균 대기 시간이 18.6분이며, ‘진짜 사람’과 통화하려면 메시지가 나올 때마다 그것을 무시하고 0번을 누르라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까지 합니다.
 
남들이 기존 관행을 고치지 않을 때, 진정 고객을 위한 ARS를 만들면 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LG파워콤(상담원 직접 연결 서비스)과 SK텔레콤(상담원과 통화하지 못한 고객에게 상담원이 회신 전화) 같은 기업들은 ARS 서비스를 개선해 큰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기업이라면 ARS 민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필자는 ‘단순한 정보지식이 아닌, 지혜를 나누는 블로그’를 모토로 소비트렌드와 커뮤니케이션, 웹비즈니스, 1인 브랜드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피플잇커뮤니케이션-소비자2.0 지식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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