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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자동차도 만들 수 있다

김영한 | 34호 (2009년 6월 Issue 1)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라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뉴욕타임스가 안타까운 상황을 그냥 놔두기 어렵다고 한 수 거들었다.
 
“스티브 잡스(애플 CEO)를 GM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데려와야 한다. 그가 오면 아이카(iCAR)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해 GM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왜 현재의 CEO가 있으면 GM이 회생할 수 없고, 스티브 잡스가 오면 살아날 수 있다고 했을까? 그 이유는 리더의 창의력 차이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타인과 다르다.
 
화제를 바꿔보자. 스티브 잡스가 GM으로 가지 않고, 아예 애플이 자동차를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필자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이미 자신들의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창의적인 제품을 여러 차례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컴퓨터 회사였음에도 음향 가전 제품인 MP3 플레이어(아이팟)를 만들어 전 세계 시장을 석권했으며, 신개념 휴대전화(아이폰)로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애플 아이팟이 직면한 모순
이제 PC 제조회사였던 애플이 음향 기기인 MP3 플레이어를 어떻게 개발하고 생산했는지 트리즈 관점에서 해석해보자.
 
1990년대 후반, 10여 년의 방황 끝에 애플로 귀환한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는 PC 제조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보고, MP3 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잡스와 애플은 MP3 플레이어 같은 가전 사업에는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MP3 플레이어 시장은 이미 한국의 레인콤이나 삼성전자 같은 선발 회사들이 선점한 상태였다.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서 기회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인 디지털 음원 시장과 MP3 플레이어, 소프트웨어를 망라하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했다.
 
하지만 정작 제품 생산에 들어가려고 하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잡스가 처음 부딪힌 문제는 작은 제품에 대용량 음악 파일을 담는 일이었다. 즉 ‘저장 용량은 커야 하지만 기기의 크기는 작아야 한다’는 모순을 해결해야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MP3 플레이어에 고작 몇십 곡 정도를 담아 다니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몇천 곡의 음악을 담으려면 저장 용량이 커야 하는데, MP3 플레이어의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기의 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이 모순을 MP3 플레이어의 두께를 줄여(기기를 납작하게 만들어) 해결했다. 기존 MP3 플레이어는 대부분 구입·교환이 편한 일반 건전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건전지 두께보다 얇게 만들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아이팟은 과감히 두꺼운 건전지를 빼내고 얇은 충전용 배터리를 내장했다. 충전은 MP3 파일을 받을 때 PC에서 받는 방식이었다.
 
잡스는 애초에 제품 개발의 콘셉트와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 지금까지 나와 있는 MP3 플레이어는 잊어버려라.
 
- 음악 애호가들이 진정으로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콘이 될 만한 제품을 만들자.
 
- 많은 용량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음악의 바다’를 만들자.
 
- 두께는 얇게, 디스플레이 화면은 최대화하자.
 
- 넓은 화면에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강화해 사용자 편의를 도모하자.
 
-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직관적 인터페이스(이후 ‘휠 마우스[wheel mouse]’로 확정)를 도입하자.
 
트리즈로 풀어보는 아이팟 모순
스티브 잡스가 직면한 두 번째 모순은 ‘MP3 플레이어를 대량 생산해야 하는데 생산 시설이 없다’는 점이었다. 애플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를 개발해본 적은 있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물건을 수백만 대씩 생산해본 적은 없었다.
 
잡스와 애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문제 자체를 분석했다. 문제의 핵심은 당시 애플의 역량으로는 가장 큰 대목인 크리스마스 시즌 수요에 맞춰 적정 수량의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무리를 해서 생산을 강행하면 품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이 상황의 문제점을 비즈니스 트리즈의 변수(parameter)로 바꾸면 ‘21번-고객 수요’와 ‘9번-생산 리스크’가 나온다. 고객 수요와 생산 리스크를 트리즈 매트릭스에 대입하면 <그림1>과 같은 해결 원리가 나온다.(www.wikimanagement.kr에서 ‘트리즈 매트릭스’ 메뉴 이용)

애플이 취한 대응책을 트리즈 원리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애플은 실제로 트리즈와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했다.(DBR TIP ‘애플의 아이팟 C&D 생산’ 참조)
 
[DBR TIP] 애플의 아이팟 C&D 생산
 
애플은 아이팟 생산과 관련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제품 콘셉트를 만들고, 개발 및 생산은 외부 전문기업에 맡기는 C&D(Connect & Development)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방식은 부품 개발과 생산을 단기간에 끝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물론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이라는 원래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다.
 
C&D는 애플이 부문별로 세계 최고의 파트너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아이팟의 주요 부품은 일본과 한국의 최고 기업들(자기 헤드: TDK, 배터리: 소니, 케이스: 고바야시, 하드디스크: 도시바, 메모리: 삼성)이 공급했으며, 조립 생산 역시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대만의 홍하이가 맡았다. 홍하이는 아이팟 전용 공장을 세워 애플의 공급 부족 우려를 말끔히 씻어줬다.
 
한편 애플은 하드웨어 못지않게 중요한 소프트웨어도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는 픽소라는 회사에 용역을 주어 시간과 경비를 절감했다. 애플은 이 같은 문제 해결 방식을 휴대전화 ‘아이폰’을 개발할 때도 똑같이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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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한

    김영한

    - (현) 창조경영 아카데미 대표
    - (현) 한국 트리즈 협회 이사
    -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이사
    -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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