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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기술 시대, ‘문송’은 틀렸다

김현진 | 446호 (2026년 8월 Issue 1)

“문과라 죄송합니다(문송합니다).”

오랜 시간 취업 시장에서 잔인한 자조처럼 회자되던 이 한마디가 무색해졌습니다. AI 시대의 최전선에서 ‘철학의 반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 ‘클로드’의 행동 원칙을 설계한 앤스로픽의 아만다 애스켈을 비롯해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까지 잇달아 철학과 윤리 연구자를 핵심 인력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기술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철학이 아이러니하게도 첨단 AI 기업들이 가장 절실히 찾는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의 추론 능력과 윤리적 판단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철학자들의 역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 통계에 따르면 미국 대학 졸업자 가운데 철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컴퓨터공학 전공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에서 철학자들이 하는 일은 역설적이게도 기술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AI가 어디까지 답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와 원칙을 따라야 하는지, 언제 답을 멈춰야 하는지 등 행동의 기준과 방향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성능 경쟁을 넘어 AI가 신뢰받을 수 있는 판단의 원칙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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