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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시대 중국 상인 이야기

‘운하열’ 상인들의 슬기로운 기부 생활

조영헌 | 350호 (2022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명과 청 시대 중국 대운하는 유지 보수비가 막대하고 예측이 불가능했다. 전근대 시대 운하를 준설하고 보수하려면 인력과 재원이 동원돼야 했는데 당국은 이때마다 민간 사회의 자발적 협력을 기대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도시사회에서 영향력을 보유했던 지역 상인계층은 기부라는 사회 참여를 통해 공적 문제에 개입하며 지역사회의 좋은 평판을 이끌어 내는 데 활용했다.



빅테크의 기부 행렬과 ‘애국 기업’ 마케팅

2021년 7월 중국 허난성(河南省) 일대에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호우가 쏟아져 300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넘는 수재민이 발생했다. 피해는 인구 1300만 명에 달하는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鄭州)에 집중됐다. 정저우는 역사적으로 수재(水災)가 끊임없이 발생했던 황하(黃河)가 경유하는 도시였다. 이번엔 황하 범람이 아니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피해가 생겼다는 차이가 있을 뿐, 사실 정저우에 물난리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수재 이후 이어진 기업들의 기부 행렬은 이례적인 참여라 할 만큼 특이했다. 마윈이 수장으로 있는 알리바바그룹이 총 2억5000만 위안(약 464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기부금을 내놓았고, 텐센트(騰訊), 바이트댄스(ByteDance), 디디추싱(滴滴出行), 메이퇀(美团), 핀둬둬(拼多多)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1억 위안(약 186억 원)씩 내놨다. 스웨덴의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H&M 역시 허난성 수재민들을 위해 현금과 물품을 포함하여 3억 원대의 기부를 해서 눈길을 끌었다. H&M은 2020년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내 위구르족 소수민족의 강제 노역을 통해 제품을 생산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의 면사 기업인 화푸(華服) 패션과의 관계를 단절했다고 선언했다가 2021년 주요 인터넷 플랫폼에서 거래가 사라지는 등 중국 소비자들의 거센 불매 운동에 직면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기부 행렬에 대한 언론의 해석은 예리했다. 테크노드(TechNode)는 “규제 당국의 압박과 사회적 비판 속에 회사 이미지 개선을 기대한 움직임”이라고 평했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도 “사회적 책임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윤 추구를 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ESG라는 경영 가치 중 하나인 사회적 책임과도 관련된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허난성의 수재에 구호 물품을 쾌척함으로 폐업 직전 회사가 기사회생했던 기적 같은 스토리가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중국의 토종 스포츠용품(운동화)을 판매하는 훙싱얼커(鴻星爾克)이라는 기업이다. 홍싱얼커는 허난성의 대홍수 소식에 어려운 경영 실적에도 불구하고 5000만 위안(약 97억 원)어치의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기부금에는 미치지 못하는 액수였지만 훙싱얼커의 규모나 재정 상황에 비춰 볼 때는 무리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부 소식이 전해지자 라이브 생방송 플랫폼 하루 방문 고객이 졸지에 800만 명으로 늘어나고 덩달아 판매액도 52배나 폭증했다. 초특급 재난 속에서 홍싱얼커는 졸지에 ‘애국 기업’으로 추앙받으며 기사회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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