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부터 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1대1 코치을 진행하는 ‘이그제큐티브 코칭’이 인기를 끌었다. 회사의 존립을 결정할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조직원들을 통솔하기 위해 탁월성을 보여야 하고, 그 와중에 스스로의 정신적 어려움까지 챙겨야 하는 리더에게 전문가들의 코칭은 이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코칭은 대기업 리더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도 필수다. 다수의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이 스스로의 커리어에 첫 시작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회생활 경험도, 조직에서 타인과 함께 일해본 경험도 적다. 더군다나 누군가 롤모델을 보며 교육을 받고 성장하지 못한 채 ‘눈 떠 보니 CEO’인 경우도 많다. 실제로 종종 나이도 어린 스타트업 CEO들은 사업이 잘될수록, 회사가 커질수록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과 부담을 경험한다. 많은 스타트업 CEO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스타트업 CEO에게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을 다스리고 최상의 상태를 만드는 방식을 도와줄 수 있는 코칭이 필요하다.
이제는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생전에 자기애성 성격장애와 반사회적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GE의 창업가이자 발명의 아이콘인 토머스 에디슨은 학창 시절 심각한 학습 장애로 인해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버진그룹의 창업자이며 혁신적 사업가로 유명한 리처드 브랜슨은 난독증이 있었다. 정신장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처럼 많은 창업가가 정신적 문제를 경험했다. 특히 우울증이나 번아웃은 경쟁이 치열하고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한 벤처 업계에서 자주 목격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2020년, 잘나가던 핀테크 스타트업인 언업(Earnup)의 대표가 스트레스를 이유로 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그는 회사를 빠르게 성장시키며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지만 밤낮으로 목표 달성에 매달리다 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병원에 입원했고 그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고 털어놓으며 스스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스타트업 대표들이 과로로 돌연사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있었다. 특히 올해 초 국내 1세대 게임개발자 출신인 한 성공한 창업가의 안타까운 소식 역시 창업자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김현정hyun8980@gmail.com
aSSIST 글로벌 리더십 센터장
필자는 미 컬럼비아대에서 조직과 리더십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미네소타대에서 상담심리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 경영학부 조교수, INSEAD 글로벌리더십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삼성전자 리더십 개발센터 등에서 근무했다. 심리학과 경영학, 성인교육학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연구하며 상담 및 코칭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