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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상환전환우선주, 부채냐 자본이냐. 경영권 분쟁 과정 끝없는 이슈로

최종학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2년 STX그룹은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계열사 중 가장 탄탄한 사업 구조를 갖춘 STX에너지 지분을 일본 오릭스에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 이에 2012년 말, 오릭스는 STX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던 STX에너지의 주식을 1210억 원에 인수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940억 원의 신주를 인수했다. 이때 유상증자액 1940억 원 중 970억 원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우선주였으며 나머지 970억 원은 상환전환우선주였다. 이 과정에서 상환전환우선주와 전환권조정 조항이 STX그룹이 STX에너지를 오릭스에 매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편집자주

최종학 서울대 교수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회계학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회계를 받아들이고 비즈니스에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STX에너지는 2002년 구미열병합발전소와 반월열병합발전소를 합친 산단열병합발전㈜를 STX그룹이 인수해서 탄생한 회사다. 이 회사는 구미와 반월 공단에 독점적으로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지역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산업의 특성상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업 지역이 제한돼 있으므로 회사가 크게 성장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자 STX에너지는 다방면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2008년에는 구 타이거오일을 합병해 유류 유통사업에 진출했고, 2011년도에는 강원도 동해시에 북평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민자 발전소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또한 자회사들을 설립해서 해외 자원개발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도 투자했는데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STX솔라가 대표적인 예다.

STX그룹은 조선-해운업에 집중하면서 2000년대 초중반에 걸쳐 급성장한 그룹이다. STX그룹을 이끌던 강덕수 회장은 월급쟁이로 경력을 시작해 대규모 그룹을 만드는 데 성공한 덕에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한 후 그룹을 이끄는 두 축인 조선-해운업의 업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STX그룹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2012년이 되자 STX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돼 부도가 발생하기 일보 직전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STX조선해양은 2011년에 약 168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2년에는 무려 7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TX팬오션은 2011년 420억 원 적자와 2012년 690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지주회사 ㈜STX는 2011년 2200억 원 흑자에서 2012년 4900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STX에너지는 STX그룹의 계열사들 중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유지하고 있었다. 2011년과 2012년에 STX에너지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476억 원과 557억 원이었으며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5%와 4%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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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에너지의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그룹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상황에 처하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그룹에 자구안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에 2012년 5월, STX그룹은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하고 STX중공업 상장, STX팬오션 매각, STX유럽의 계열사 매각 등 자구 노력을 지속한다. 그러나 STX그룹의 기대와 다르게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STX그룹은 계열사 중 비교적 우량한 STX에너지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운다. 이때 STX 측이 접촉한 재무적 투자자가 바로 일본의 종합금융회사 오릭스그룹이다.

오릭스는 과거 STX그룹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다. STX엔파코(현 STX중공업)는 STX그룹이 구 쌍용중공업(현 STX조선)을 인수한 뒤 쌍용중공업의 소재와 부품, 조선기자재 부문을 분할해서 설립한 회사다. 2007년 들어 이 회사의 재무구조가 위험해지자 STX그룹은 오릭스의 자본을 일부 유치한다. 2년 후인 2009년 STX그룹이 상황이 개선된 STX엔파코를 상장시킬 때 오릭스는 보유하던 STX엔파코의 주식을 매각해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이 투자를 통해 STX와 오릭스가 서로 윈윈할 수 있었던 것이다.

STX그룹은 처음에 국내 몇몇 사모펀드들에게 STX에너지의 지분을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STX에너지의 가치를 둘러싸고 서로의 이견이 상당했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협상이 결렬된다. 그러자 STX는 오릭스와 접촉해 투자를 권유한다. 2012년 말, 오릭스는 STX조선해양이 보유하고 있던 STX에너지의 주식을 1210억원에 인수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940억 원의 신주를 인수했다. 이때 유상증자액 1940억 원 중 970억 원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우선주(convertible preferred stock·CPS)였으며 나머지 970억 원은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RCPS)였다.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해서는 오릭스가 우선주의 상환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상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오릭스는 STX에너지가 발행한 회사채 450억 원을 추가로 인수해 STX그룹이 필요로 한 자금을 지원했다. 이 회사채는 표시이자율 3%, 만기이자율 6%, 8년 만기에 원리금 만기일시상환 조건을 가진 교환사채(exchangeable bond)였으며 STX그룹에 콜옵션(call option)이 부가돼 있었다. 이렇듯 우선주와 사채에 부여된 특수한 조건들은 이후 STX그룹과 오릭스의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조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전환우선주, 상환전환우선주와 교환사채의 인수를 포함한 오릭스의 총투자액은 3600억 원으로 상당한 규모였다. 따라서 오릭스 입장에서도 STX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STX그룹에 대한 투자의 결과 오릭스는 STX에너지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총 43.13%의 지분을 확보한다. ㈜STX가 50.0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경영권은 계속해서 STX그룹이 행사했다. 나머지 지분 6.4%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STX에너지는 비상장사로서 소액주주들이 일반 주주가 아닌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구성돼 이들 역시 STX의 우호세력으로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지분구조로만 보면 오릭스는 경영권을 가질 수 없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였다. 다만 오릭스 측에서 총 8인의 이사진 중 3인을 지명했으므로 경영에 대해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었다.

오릭스의 투자 덕분에 STX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일차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STX조선해양은 오릭스에 STX에너지의 주식을 매각한 대금 1210억 원으로 만기가 돌아온 급박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었다. 또한 유상증자를 통해 STX에너지로 유입된 1940억 원은 STX에너지의 부채를 갚고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측은 지난번 오릭스의 STX엔파코에 대한 투자처럼 서로 윈윈하는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전환권조정 조항의 역할

앞서 언급했듯 오릭스는 STX에너지의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를 보유하게 됐다. 우선주는 보통주와는 달리 의결권은 없지만 기업이 배당을 지급할 때, 또는 기업이 해산할 경우 잔여재산의 분배 등에서 보통주보다 우선권을 갖는 주식을 말한다. 우선주에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종종 부가적인 속성이 부여되는데 전환우선주와 상환우선주가 대표적인 예다. 전환우선주란 다른 종류의 주식(주로 보통주)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우선주를 말한다. 상환우선주란 일정 기간 동안은 우선주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발행사에서 이를 되사도록 한(즉,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발행사로부터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상환전환우선주란 전환우선주와 상환우선주를 결합한 것이다.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환하는 대신 발행사로부터 상환받을 수도 있는 우선주를 말한다.

오릭스가 인수한 전환우선주 및 상환전환우선주의 기본 전환비율은 1대1로서 전환권이 행사될 때 우선주 1주가 보통주 1주로 교환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러나 또한 계약조건에는 전환권조정(refixing·리픽싱)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즉, 다음과 같은 사유가 발생할 때는 전환비율이 조정되도록 규정돼 있었다.



전환권 조정사유: 전환가격은 회사가 STX솔라 주식회사, STX건설 주식회사, STX Energy Canada Inc., STX Ireland Limited, Shanxi Huineng Meiye Co., Ltd., Kor-Uz Chemaical Investment Ltd. 및 STX RHL Pty Ltd.와 관련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부채의 기준장부가액과 실제 가치의 차액을 전환우선주식의 전환에 따라 발행돼야 하는 보통주식의 수에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 발행일로부터 3년6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발행일 후 6개월이 경과하는 각 일자에 조정된다.

위 조항에서 언급된 회사는 STX에너지의 자회사이거나 STX에너지가 상당수의 주식을 보유한 회사들이다. 전환권조정 조항에 따르면 이 회사들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즉,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주보다 더 많은 보통주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1 오릭스 입장에서는 투자결정 당시 STX그룹의 미래 경영성과뿐 아니라 생존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으므로 투자한 지분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따라서 주당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보통주를 받아 지분율을 늘림으로써 투자한 지분의 총가치를 유지하고자 이 조항을 포함한 것이다.2 이런 전환권조정은 사모펀드 업계에서 투자를 할 때 종종 사용하는 조건이다.

반면 STX그룹 입장에서 이 조항은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을 열어두게 한다. 만약 STX에너지의 경영성과가 크게 하락해서 전환권조정 사유가 발생한다면 오릭스가 조정된 비율로 우선주의 전환권을 행사해 현재의 43.1%보다 더 높은 지분비율을 보유하게 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오릭스가 인수한 교환사채도 향후 오릭스의 지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환사채란 일정 기간 보유 후 해당 채권을 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교환 가능한 사채를 말한다.3 해당 교환사채를 전액 보통주로 교환하면 오릭스는 6.9%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지분율이 50.05%가 돼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단 이 교환사채에는 콜옵션이 부여돼 있었는데 STX그룹이 원한다면 콜옵션을 행사해서 교환사채를 상환할 수 있었다. 오릭스가 교환권을 행사하기 전에 STX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해 교환사채를 상환한다면 경영권을 계속 STX그룹이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STX솔라와 관련된 STX그룹과 오릭스의 갈등

오릭스는 투자 시점부터 당시 큰 적자를 보고 있던 자회사인 STX솔라의 청산을 STX그룹에 꾸준히 요구한다. 태양광 산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없으며 경쟁력도 없다는 이유였다. 한때 석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가 넘을 정도로 치솟던 때에는 태양광 산업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각광을 받았으나 2010년 이후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태양광 산업의 발전 단가는 석유나 석탄 발전의 몇 배가 되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세계경제 위기 여파로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에 주던 보조금을 철폐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축소되고 업황이 악화됐던 것이다. 이러한 탓에 STX솔라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176억 원과 217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다. 오릭스는 투자계약서에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STX솔라를 청산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2년 이후 계속해서 STX솔라의 청산을 주장했다.

그러나 STX그룹은 오릭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STX그룹은 태양광 업계의 불황이 일시적일 뿐이며 잠시의 위기 상황을 넘기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STX솔라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기 때문에 돈을 더 투입해서 회사를 계속 운영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STX솔라를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지속되자 STX 측에서는 오릭스가 다른 이유에서 STX솔라의 청산을 주장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STX솔라를 청산하면 손실이 한꺼번에 STX에너지의 회계장부에 반영돼 전환우선주 및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비율이 조정될 것이므로 오릭스가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의도로 청산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릭스 측 주장은 전혀 달랐다. STX솔라가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있으므로 STX에너지의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STX솔라를 청산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또한 STX솔라를 청산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대규모 적자가 STX에너지의 회계장부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1∼2년만 지나면 청산과는 무관하게 전환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들만을 놓고 보면 어느 쪽 주장이 더 옳은지는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태양광 산업의 미래에 대한 양측의 전망이 서로 크게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STX그룹에는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런 갈등이 벌어지던 2013년 초 당시 STX그룹은 그룹 전체가 해체될 수도 있는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어 보유 현금이 부족해 STX솔라의 파산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또한 오릭스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STX에너지의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하지 않는다면 STX솔라를 청산해야 했기에 오릭스 측 인사 3인이 이사회에 포함돼 있는 상황에서는 법적으로도 STX솔라의 청산을 막을 수 없었다.



한편, STX그룹과 오릭스는 다른 문제에서도 갈등을 겪고 있었다. 2012년 당시 STX그룹 계열사 중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는 계열사는 STX에너지가 거의 유일했고, 다른 계열사들은 대부분 유동성 위기에 처해 부도가 나기 직전이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STX그룹은 STX에너지에 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단기사채(commercial paper·CP)를 구입해 달라고 요청한다. 계열사들이 STX에너지의 자금을 빌려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 다른 부채를 갚아 부도를 회피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런 요청에 대해 오릭스는 강하게 반발한다. 받을 수 없는 것이 거의 명백한 돈을 계열사들에게 빌려준다는 것은 고의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는 배임행위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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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의 STX에너지 경영권 인수

오릭스와의 갈등이 지속되자 STX그룹은 오릭스 측에 ‘투자 원금에 이자를 붙여줄 테니 계약을 무효로 하고 회사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오릭스는 이 제안을 거부한다. 그러자 STX그룹은 STX에너지의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정관을 개정하고 전환비율 조정과 관련한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경영상황에 따라 전환비율이 조정된다는 조항을 없애고 우선주와 보통주의 1대1 교환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4 이에 대응해 오릭스도 행동에 나선다. 전환우선주와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권과 교환사채의 교환권을 행사한 것이다. 오릭스가 권리 행사로 보통주를 취득하면 총 50.0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며 이에 따라 전환권조정 없이도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양측 모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이러는 사이 STX는 보유한 STX에너지의 지분을 일부 구매해 줄 제3의 투자자를 물색하다가 국내 대표적인 사모펀드들 중 하나인 한앤컴퍼니와 협상을 시작한다. 동시에 STX는 오릭스 측이 보유한 교환사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STX가 6.9%의 지분을 오릭스로부터 되사서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게 된다. 제3의 투자자로부터 마련한 돈으로 콜옵션을 행사하고 경영권을 찾아오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STX와 한앤컴퍼니의 협상은 쉽지 않았다. STX에너지의 적정가치에 대한 서로의 견해차가 컸던 것이다.5 2013년 4월 협상이 시작됐으나 5월이 지나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STX는 조급해졌다. 시간을 벌기 위해 STX에너지 비상임 감사의 이름으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STX솔라의 청산을 막고자 했다. STX솔라를 청산하는 것은 고의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이므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적극적으로 언론에 STX 측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결과 ‘일본 회사가 알짜 한국 기업을 헐값에 빼앗으려 한다’는 내용을 담은 애국심에 호소하는 기사가 언론에 다수 보도됐다.

6월이 되자 이런 분쟁을 지켜보던 채권단이 중재에 나선다. STX에너지에는 7월 중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800억 원 있었는데, 이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부도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만약 양측이 타협하지 않으면 회사채를 차환(refinancing, 채권이 만기가 될 경우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상환하는 것)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STX에너지가 부도에 직면하면 채권단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 채권단은 양측이 타협하지 않는다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결국 채권단의 압박 또는 조정에 의해 양자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협상에서 수세에 몰릴 것은 STX 측이었다. 법적으로 보면 전환권 조정을 할 수 있는 상황(STX솔라의 경영성과 악화)이 이미 발생하고 있으므로 오릭스가 보유한 우선주를 더 많은 수의 보통주로 교환하게 되면 STX의 지분비율은 더욱 감소할 수 있었다. STX에너지도 2012년까지는 흑자였지만 2013년 들어서는 상당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금이 부족했다. 또한 STX그룹 전체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으므로 STX 측은 그룹 계열사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빨리 받아야 했다. 결국 2013년 7월, STX그룹은 2700억 원을 받고 STX에너지에 대한 잔여 지분 전액을 오릭스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한앤컴퍼니에 지분을 파는 것보다 더 많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지분을 오릭스에 넘기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결국 오릭스는 모든 분쟁을 해결하고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됐다. 총 6500억 원을 투자해 STX에너지의 새 주인이 된 것.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지만 만약 법적 다툼이 벌어졌더라도 오릭스가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승리할 때까지 몇 년의 시간이 지체됐을 것이므로 오릭스는 빠른 인수를 택한 셈이다. STX 입장에서도 그룹 전체의 존망이 걸린 위기 상황이었으므로 법적 다툼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GS그룹의 STX에너지 인수: GS이앤알의 탄생

재무적 투자자인 오릭스는 STX에너지를 계속해서 경영할 의사가 없었다. STX 측과 분쟁을 벌이다 보니 STX에너지를 인수하는 데까지 이른 것뿐이었다. 경영권 인수 후 오릭스는 바로 STX에너지를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입찰을 거쳐 2013년 12월, GS에너지와 LG상사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릭스로부터 STX에너지를 인수한다. 2014년 2월, 지분 71.9%를 인수하는 대금 6000억 원이 오릭스에 지급됐다. 매입가격은 주당 6만2463원으로서 매입 결과 GS그룹이 64.4%, LG상사가 7.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오릭스는 거래 이후에도 계속 25%의 지분을 보유했다. 인수 후 GS그룹은 STX에너지의 사명을 GS이앤알(E&R)로 바꾼다. 영문 E는 Electricity, Energy, and Environment를, 영문 R은 Resources and Renewable을 의미한다고 한다. STX에너지가 ㈜GS의 자회사인 GS이앤알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 거래의 결과 6500억 원을 투자해서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인수했던 오릭스는 투자액의 대부분인 6000억 원을 회수했다. 또한 남겨둔 25%의 지분에 대해서는 풋옵션을 부여받았다. 해당 풋옵션은 GS이앤알이 6년 이내에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는다면 GS그룹에 해당 지분을 현 계약의 주당 매매가격과 동일한 6만2463원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다. 만약 GS이앤알의 경영성과가 좋아져 GS그룹이 GS이앤알을 6년 이내에 상장시킨다면 오릭스는 상장 후 주식 시장에서 보유지분을 6만2463원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해 이익을 올릴 수 있고 상장시키지 못하더라도 최소 6만2463원에 매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오릭스에 최소 2400억 원의 추가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으로써 오릭스는 결과적으로 풋옵션 조건 만료 시점인 6년 뒤에는 최초 투자액 6500억 원에 대해 최소 약 5%의 연환산 수익률을 얻게 된다. 물론 GS이앤알의 성과가 개선돼 높은 주가로 상장이 이뤄진다면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거래조건은 GS그룹에도 유리한 내용이다. 만약 오릭스가 나머지 25% 지분을 모두 넘길테니 인수 총액 8900억 원을 전액 지금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면 GS그룹은 추가로 2400억 원을 일시에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이 자금을 당장 마련하지 않아도 되니 인수자금을 조달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잔액 2400억 원은 6년 동안 여유 있게 마련할 수 있게 됐으며 만약 그전에 GS이앤알의 상장에 성공한다면 이 자금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니 서로 윈윈 하는 계약조건인 셈이다.6



상환전환우선주는 부채인가, 자본인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STX와 오릭스의 타협에는 상환전환우선주의 계약조건에 포함된 전환권조정 조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STX 측에서는 전환권조정이 이뤄지면 보유하고 있는 STX에너지 지분비율이 더 줄어들기 때문에 전환권조정이 이뤄지기 전에 협상을 종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한편 상환전환우선주와 관련해서는 경제적인 관점뿐 아니라 회계적인 관점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발생한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전환우선주처럼 사전에 약정된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주식이지만 동시에 주식에 대한 상환청구권이 부여되는 주식이다. 이때 상환청구권은 투자자 또는 발행사에 주어질 수 있다. 투자자가 상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자는 사전에 정해진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 일정 기간 이내에 상환전환우선주의 상환을 발행사에 청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발행사는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발행사가 상환청구권을 보유한 경우에는 발행사가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돌려주고 상환전환우선주를 회수할 수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현재는 우선주이지만 전환권이 행사되면 보통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자본의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상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발행사가 상환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부채의 특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렇게 상환전환우선주처럼 부채와 자본의 성격이 혼합돼 있는 종합금융상품을 전문 용어로 ‘하이브리드 증권(hybrid securities)’이라고 하며 신종자본증권이나 변종자본증권이라고 번역한다.

한국에서 기업들이 회계처리를 할 때 적용하는 회계기준에는 K-GAAP(기업회계기준)와 K-IFRS(한국적용국제회계기준)의 두 가지가 있다. 2011년 이전에는 모든 기업이 K-GAAP에 따라 회계처리를 했으며, 2011년 K-IFRS가 도입되면서 상장기업들에는 K-IFRS 적용이 의무화됐다. 다만 중소기업은 2011년 이후에도 K-GAAP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한 회계처리는 K-GAAP와 K-IFRS가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다. K-GAAP하에서는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K-GAAP가 법적 형태를 중요시해 상환전환우선주가 법적으로 주식 형태로 발행된다는 것에 기반한 것이다. 반면 K-IFRS는 법적 형태보다는 경제적 실질이 무엇이냐를 회계처리의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개별 상환전환우선주의 경제적 실질이 자본과 부채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진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K-IFRS상에서 부채의 정의의 핵심은 ‘상환의무의 존재 여부’다.7 따라서 상환의무가 없는 금융상품은 자본으로 분류해야 한다. 상환우선주의 상환청구권을 주주들(즉 투자자들)이 보유한다면, 주주들이 회사에 상환을 요청할 때 회사는 상환을 해줄 의무가 생긴다. 따라서 이 경우 상환우선주는 부채로 분류된다. 반면 발행사가 상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발행사에 상환의도가 없는 한 상환할 필요가 없으므로 상환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자본으로 분류된다. 즉 상환우선주는 상환청구권을 누가 보유하느냐에 따라 회계 처리가 달라진다.

또한 K-IFRS에 의하면 자기지분증권(즉 자본)으로 결제되는 파생상품은 ‘확정대확정 조건’을 기준으로 부채와 자본으로 분류한다. 확정대확정 조건이란 ‘우선주 1주를 보통주 3주와 교환한다’는 것처럼 지분상품(주식) 1주에 대해 교환되는 현금 또는 금융자산의 가치나 수량이 확정돼 있는 조건을 말하며, 확정대확정을 만족하는 경우 자본으로 분류한다. 전환권조정 조항이 있다면 우선주 1주와 교환되는 보통주의 수량이 변할 수 있으므로 확정대확정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8  즉 전환우선주의 경우 확정대확정의 기준을 충족시키느냐의 여부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진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상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를 결합한 것이다. 따라서 상환우선주와 전환우선주의 부채와 자본 구별 기준이 동시에 적용된다. 즉 위에서 설명한 두 가지 기준으로 볼 때 모두 자본으로 분류가 가능한 경우에만 자본으로 분류하고, 한 가지 기준에서도 자본으로 분류할 수 없다면 부채로 분류하는 것이다. STX에너지는 비상장기업으로서 K-GAAP를 적용받아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했다. 만일 STX에너지가 K-IFRS의 적용을 받았다면 해당 상환전환우선주는 부채로 분류됐을 것이다.



자본시장은 효율적인가?

상환전환우선주를 부채 또는 자본으로 분류하는 문제가 왜 중요할까? 회계정보에 기초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다양한 회계지표들 중 부채비율은 가장 널리 사용되며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표이다. 부채비율은 부채를 자본으로 나누어(부채/자본) 계산하는데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200∼300%을 기준으로 재무상태가 위험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분하곤 한다.9 ::C 재무상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비율들은 이외에도 많은데 그중에서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부정확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계산하기 쉽고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다.::/C::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하느냐 또는 부채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부채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하는 경우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부채로 분류하는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만약 회계정보의 이용자들이 각 항목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면 상환전환우선주의 단순한 분류 차이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의 분류는 회계처리의 차이일 뿐 기업의 영업력이나 현금창출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10 그러나 회계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똑같은 경제적 실질을 가진 거래정보일지라도 재무제표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에 따라 정보이용자들의 판단이 크게 변한다. 회계정보의 이용자들이 회계 숫자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부채비율과 같은 단순 지표를 의사결정에 이용해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정보이용자들이 재무제표에 보고된 숫자의 본질을 무시하고 기계적으로 부채의 양이나 부채비율, 보고된 이익 수치 등에 따라 반응하는 것을 ‘숫자에 기능적으로 고착화(functionally fixed)됐다’고 전문용어로 표현한다.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면 상환전환우선주가 부채나 자본 중 무엇으로 분류되는지에 따라 부채비율이 달라지고 정보이용자들은 그 달라진 부채비율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11 그렇기 때문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발행사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하고 싶어 한다. 부채비율 등 여러 재무비율이 더 좋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보이용자들이 회계정보에 기반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계기준에서 자본과 부채의 분류에 대한 조건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12 그래서 기업이 시장에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가한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상장기업이라면 K-GAAP를 적용받아 상환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K-IFRS를 적용하는 회사라면 상환청구권을 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자본으로 기록할 수 있다. 상환청구권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면 부채로 분류한다. 또한 전환권조정 조항이 있다면 상환청구권의 유무에 관계없이 전부 부채로 기록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의 상환전환우선주 사용 사례

상환전환우선주를 사용한 기업들의 사례는 또 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실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 같은 재무적 투자자들이 소규모 스타트업(start-up) 기업에 투자할 때 종종 사용된다. 일례로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위메프, 쿠팡 등의 벤처기업들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는 발행 시점 기준 4년 후부터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자자가 상환권을 행사하면 발행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원금에 연 8%의 복리이자를 가산해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당시 우아한형제들이 매년 수백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위험이 높다고 판단돼 이자율이 일반적인 대출이자율보다 월등히 높은 8%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전환권은 발행 시점 기준 12년까지의 기간 중 행사할 수 있으며 12년이 되면 자동으로 우선주 1주가 보통주 1주로 전환된다. 우아한형제들은 비상장기업으로서 K-GAAP를 적용받으므로 이 전환우선상환주를 자본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만약 우아한형제들이 상장기업이었다면 상환청구권을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으므로 K-IFRS에 따라 부채로 분류했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만약 우아한형제들이 향후 크게 성공해 주식시장에 상장된다면 투자자들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후 이를 주식시장에서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우아한형제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상장을 기다리는 것보다 8%의 복리이자와 함께 투자금을 돌려받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므로 상환전환우선주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매력적인 방법이 된다.

카페베네도 2014년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서 223억 원을 조달했다. 이 상환전환우선주도 투자자가 상환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만약 투자자가 상환을 신청하면 3년까지는 연 8.5%의 이자, 3∼5년은 연 10%의 이자, 5년 이후로는 연 18%의 이자를 복리로 가산한 금액을 카페베네가 지급해야 한다. 카페베네가 상당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재무상태가 위험하기 때문에 상환 시 이자율이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하는 비율이 EBITDA에 따라 조정될 수 있어 확정대확정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카페베네는 이 상환전환우선주를 2014년 3분기 재무제표에 자본으로 기록했고,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약 300%대가 됐다. 만약 K-IFRS를 사용했다면 해당 상환전환우선주는 부채로 기록됐어야 하며, 이 경우 부채비율은 800%대로 급증할 것이다. 상환전환우선주의 분류에 따라 회사의 부채비율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예다.

이 상환전환우선주는 케이쓰리제오호(K3제5호)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투자 1년 만인 2015년 12월 들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서 카페베네의 제1주주로 올라섰다. 전환의 결과 기존 카페베네의 대주주였던 김선권 회장은 경영권을 잃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STX에너지의 경우와 유사하게 전환권 행사를 통해 대주주가 바뀐 사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상환전환우선주는 자금조달 목적으로 종종 사용된다. SM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인 SM어뮤즈먼트의 자금조달을 위해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바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라이벌 회사인 YG도 계열사 YG Plus의 자금조달을 위해 2016년 초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이 상환전환우선주는 YG 소속 아이돌 그룹인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과 태양이 인수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상환전환우선주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의 수단으로서, 동시에 투자자들의 투자의 수단으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의 먹거리가 될 신사업 발굴을 위한 벤처 투자나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가 강조되는 요즘 분위기를 보면 이런 다양한 장점들을 가진 상환전환우선주는 앞으로 더욱 빈번히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환전환우선주에 관련해 앞서 설명한 실무적, 회계적 이슈를 자세히 알아두는 것이 향후 다양한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 최종학 최종학 |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 동시 수상
    - 홍콩과기대 교수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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