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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decision making

기회비용 줄이고 기회 수익 늘릴 선택은

박세영 | 349호 (2022년 07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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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Investment, Consumption, and Hedging under Incomplete Markets”(2007) by J. Miao and N. Wang i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86: 608-642.

무엇을, 왜 연구했나?

경제학에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다른 기회의 최대 가치”로 ‘결정의 비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1 사실 기회비용은 지금도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있는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아주 흔하게 발생한다. 하나를 결정하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포기해야 한다. 이때 ‘포기한’ 결정의 가치가 이미 ‘결정한’ 선택의 기회비용인 것이다. 따라서 희생해야 하는 결정의 가치가 큰 경우 우리가 선택한 결정의 가치 또한 기회비용에 비례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를 기회 수익(Opportunity Profit)이라 부르겠다.

기회비용은 우리가 통장 잔고를 통해 수입과 지출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개념이 아니다. 기회비용은 매 순간의 삶에서 ‘결정의 비용’ 또는 ‘희생의 비용’으로 우리 선택의 가치를 좌우한다. 예를 들어 현재 직장에 매우 만족하는 어떤 사람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사람이 현재 직장에 머물기로 선택했다면 이에 대한 기회비용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한 가치다. 그렇다고 현재 직장에서 연봉이 인상된 것도 아니고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똑같은 직장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수 있었던 기회, 그것도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한 결정이다. 스스로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의 가치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현재 직장에 머무르는 결정을 내린 이 사람은 지금 당장에는 이직의 기회를 날려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직장에서의 원만한 대인관계, 익숙한 업무 환경, 만족스러운 복지 등을 디딤돌 삼아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면 이 사람에게는 이직에 대한 기회비용은 작고 오히려 먼 미래에 잠재돼 있는 자신의 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려 기회 수익을 창출하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미래에 현재 직장으로부터 아니면 또 다른 직장으로부터 지금보다 몇 배의 더 좋은 제안(승진, 연봉 인상 등)을 받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미국의 보스턴대와 중국의 홍콩과학기술대, 미국의 컬럼비아대 공동 연구진은 실물 옵션(Real Option)을 통해 위에서 설명한 기회비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사업가(Entrepreneur)의 소비•투자 등의 금융 의사결정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전통적인 기업 재무(Corporate Finance)는 사업가의 다양한 금융 의사결정에 대한 사업성을 평가할 때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방법론을 활용해왔다. 여기서 순현재가치란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과 비용을 적절한 할인율에 따라 현재가치로 환산하고 이익의 현재가치에서 비용의 현재가치를 차감한 값을 의미한다. 보통 어떤 사업의 순현재가치가 0보다 클 것으로 판단되면 그 사업은 채택 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순현재가치 방법론이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은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이익과 비용을 계산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순현재가치에 기반해 채택된 어떤 사업에 착수하게 되면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고 정반대로 매우 큰 금전적인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사모펀드(Private Equity)의 투자 의사결정 등이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을 우리의 금융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본 연구에서는 R&D 투자, 여러 단계에 걸쳐서 진행되는 투자, 신시장 개척 또는 인수합병(M&A)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물 옵션을 활용해 기회비용을 고려할 수 있는 금융 의사결정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실물 옵션은 금융에서 옵션(Option)이라는 금융 상품으로부터 파생된 개념이다. 여기서 옵션은 금융시장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기초 자산(Underlying Asset)으로 하여 만들어진다. 대표적으로 금융시장의 주가를 기초 자산으로 하여 탄생한 옵션은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의 경우를 콜옵션(Call Option), 팔 수 있는 권리의 경우를 풋옵션(Put Option)이라고 부른다. 즉, 금융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권리에 가격을 부여한 개념이 옵션이다.

한편 실물 옵션은 금융에서의 옵션과는 유사한 측면이 많지만 금융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실제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선택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지 말지에 대한 기회(Opportunity)에 ‘가격이 아닌’ 가치를 부여한다. 구체적으로 실물 옵션 방법론은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 65세라는 정년 이전에 은퇴할 수 있는 기회, 현재 사업을 종료하거나 또는 더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기회 등 선택과 관련한 다양한 의사결정에 가치를 부여하고 금융에서의 옵션처럼 주어진 기회를 언제 최적으로 행사할지(Exercise)에 대한 가치 평가(Valuation)를 수행한다. 따라서 실물옵션 방법론을 따르면 지금은 어떤 사업의 순현재가치가 0보다 작다고 할지라도 그 사업이 내포하고 있는 잠재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는 순현재가치가 0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사업을 채택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지금 당장의 정적인(Static) 선택이 아니라 시간을 따라 학습해 미래에 결정하는 동적인(Dynamic) 선택이다.

반면 어떤 사업의 순현재가치가 0보다 크다고 할지라도 그 사업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기회비용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업의 순현재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경우 사업을 채택할지 말지에 대한 최적의 시점은 지금이다. 가령 금전적인 관점에서만 살펴본다면 은퇴의 경우 정년이 될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기회비용을 고려한 실물 옵션의 관점에서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과 노후 계획 등 은퇴 이후 다양한 선택지가 줄 수 있는 삶의 가치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은퇴가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라는 시에 다음의 구절이 있다: “…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어쩌면 우리의 인생을 이렇게 가지 않은 길에 비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학 문제의 해답처럼 미리 정해져 있는 인생이란 없다. 인생은 수많은 갈림길에서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며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인생에서만큼은 어떤 선택이 더 좋고 나쁜 것은 없다는 뜻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1억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아파트값이 10억 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100억 원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어떠한 고민이나 망설임도 없이 지금 11억5000만 원짜리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구매했다고 상상해보자. 이 사람에게 신규 주택 구매라는 의사결정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단순히 11억5000만 원이다. 통장 잔고를 확인해보면 100억 원의 자산이 있었고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11억5000만 원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6월16일에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소득•지역•집값과 무관하게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2억3000만 원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수많은 고민 끝에 11억5000만 원의 80%, 즉 9억2000만 원을 대출해 서울 아파트 한 채를 구매했다고 생각해보자. 실물 옵션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람은 2억3000만 원으로 할 수 있었던 다른 모든 대안을 포기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주택 구매에 희생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앞서 100억 원을 가지고 같은 아파트를 구매했던 사람과 비교했을 때 이 사람의 신규 주택 구매라는 의사결정의 가치는 자신의 전 재산이 창출할 수 있었던 모든 기회비용의 미래 가치를 다 합한 값이다.

여기서 기회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실물 옵션이 갖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의사결정의 대가(Payoff)가 불확실성에 대해 오목(Convex)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100억 원을 보유한 사람에게 11억5000만 원의 주택 구매는 불확실성이 적은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이고 이에 대한 실물 옵션의 가치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2억3000만 원을 보유한 사람에게 똑같은 주택 구매는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이고 이에 비례해 주택 구매라는 실물 옵션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우리가 삶에서 고민해 결정하는 선택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순간이다.


박세영 노팅엄경영대 재무 부교수 seyoung.park@nottingham.ac.uk
필자는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투자, 위험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신금융협회 조사역으로 재직한 후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거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 러프버러경영대에서 재무 조교수로 재직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중심으로 한 투자/위험관리와 은퇴, 보험, 연금 등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자산 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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