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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실질 지배력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최종학 | 351호 (2022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모회사가 자회사에 유의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기준이 구체화돼 있기는 하지만 여러 정황이나 주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등 전문가적 재량이 포함된다는 문제점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도 실질 지배력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보니 특정 의도가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을 연결하거나 연결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관련 사안을 다루는 감독 기관 역시 스스로 결정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22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HD현대로 바꾸고 새 대표로 정기선 씨를 선임했다. 이로써 정주영-정몽준-정기선으로 이어지는 3세대 경영이 시작됐다. HD현대의 주력 회사는 흔히 ‘현대조선’이라고 이름이 잘못 알려진 현대중공업을 비롯해서 현대일렉트릭, 현대제뉴인, 현대오일뱅크 등이다. 이런 큰 변화가 의결된 주주총회에서는 안건에 대한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 아주 조용히 주주총회가 이뤄져서 회사명이 바뀌었다는 것도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을 정도다. 승계 과정에서 큰 논란이 벌어졌던 몇몇 기업의 경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HD현대의 자회사들 중 현대오일뱅크는 원래 1964년 창립된 극동석유(극동정유)를 모체로 하며 석유화학공업과 석유 및 윤활유 제조 및 판매가 주 사업 분야다. 1993년 현대그룹이 경영 위기에 빠진 극동정유를 인수해 사명을 현대정유로 바꿨다. 2002년 현 사명으로 바꾼 후 2010년 들어 현대중공업그룹이 경영권을 인수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유소 업계로만 따지면 국내에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 다음이다.

2021년 말부터 현대오일뱅크는 거래소 시장 상장을 준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상장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상장 3수생이라고도 불렸다. 이번 세 번째 상장 시도 당시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의 이슈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하면 45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알려주도록 돼 있는데 2021년 12월에 회사가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지만 6월이 돼서야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현대오일뱅크가 속한 현대중공업그룹은 보유 지분의 일부를 외부에 매각해 약 1조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6월에 상장 허가가 내려졌지만 2022년 들어 주식시장이 몹시 침체가 돼 있는 상황이라 2022년 7월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계획 취소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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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가 2012년 상장을 추진하다가 자발적으로 보류한 이유는 당시 회사의 실적이 악화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하는 가격에 공모를 할 수 없겠다고 판단되자 상장을 자발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2022년의 경우는 회사 실적은 좋지만 주식시장 자체가 침체기라 원하는 가격에 공모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끝에 상장을 취소했을 것이다. 이처럼 2012년과 2022년의 상장 취소 이유는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데 2018년의 상장 취소 이유는 좀 다르다. 당시 세계 금융위기 발발 이후 지속된 조선업계의 심각한 불황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위기에 처한 2018년,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기 현대중공업그룹은 다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 상장 시 주식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중공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꾸려고 계획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는 생각지도 못하던 회계 이슈 때문에 상장 계획이 좌절됐다. 회계상 지배력의 평가와 관련된 이슈다. 그 자세한 내막을 살펴본다.

실질 지배력의 보유 여부 판단 기준은?

현재 한국 상장 기업에 적용하는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서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더라도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다면 유의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간주해 지분법으로 회계 처리한다. 즉, 실질 지배력이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회계 처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대상이 되는 자회사를 종속회사라고 부르며 이와는 달리 지분법 적용 대상이 되는 자회사를 관계회사라고 부른다. 종속회사나 관계회사로 분류된 자회사의 경우 주가 변동에 대해서는 모회사가 회계 처리하지 않는다. 즉, 자회사의 주가가 아니라 회계장부에 나타나는 장부 가치의 변동을 기준으로 모회사가 회계 처리를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모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 비율이 20% 미만이라면 주식의 시가대로 평가한다. 즉, 모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주식 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느냐에 따라 발생한 평가손익을 모회사의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회계나 자본시장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라면 모회사 A와 자회사 B를 연결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거나 지분법 회계 처리를 한다는 차이점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회계 처리의 차이 때문에 재무제표상에 표시되는 회사의 규모나 이익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가 B의 지분 50%를 보유한 경우 실질 지배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서 연결재무상태표를 작성한다면 B의 자산, 부채, 자본 모두가 A의 자산, 부채, 자본에 더해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손익계산서를 작성할 때도 B의 수익과 비용 모두가 A의 수익과 비용에 더해지는 것이다.1 그런데 만약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질 지배력이 없어 지분법 회계 처리를 한다면 B의 자본(=자산-부채) 중 A가 보유한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50%만큼만 A 회사의 재무제표상 수치에 더해지게 된다. 따라서 두 방법으로 작성한 재무제표상에는 상당히 큰 수치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지분 비율이 20%에 미달해 시가에 따라 회계 처리하는 경우도 큰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재무 상황이나 경영 성과가 좋지 않지만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제약ㆍ바이오 업종이나 자동차 배터리 관련 업종의 경우 재무제표상으로는 적자가 발생하는 기업도 주가가 매우 높을 수 있다. 따라서 재무제표에 표시되는 수치(장부 가치)와 주가 사이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질 지배력에 따라 판단하라는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는 과연 어떤 상황일 때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지분 비율이 50%가 넘더라도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 반대로 지분 비율이 50% 미만이라도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K-IFRS 제1110호에서는 실질 지배력의 개념을 정의한 후 실질 지배력 보유 여부에 따른 원칙적인 연결 범위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2 실질 지배력은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대한 관여로 변동 이익에 노출되거나 그에 관한 권리가 있고, 투자자의 힘으로 그러한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으로 정의됐다. 이는 기존에 사용되던 지분율 등 양적인 판단 기준보다는 투자자가 피투자자에 관해 행사할 수 있는 경제적인 실질에 근거해 지배력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라는 의미다. 이처럼 기준이 일부 구체화돼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지배력에 관한 경제적 실질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여러 정황이나 주관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등 전문가적 판단과 재량이 포함된다는 문제점은 계속해서 존재한다. 따라서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도 회사에 따라 실질 지배력이 있는지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3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의도가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을 연결 또는 연결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큰돈을 버는 우량한 계열사라면 되도록이면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보아 연결하려고 할 수 있다. 그래야 모회사가 더 크고 수익성이 좋은 것처럼 재무제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재무 상태도 나쁘고 적자가 나는 계열사라면 되도록이면 지배력이 없다고 보아 연결을 하지 않고 지분법 회계 처리를 하려고 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셸의 합작사 설립 조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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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쉘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정유기업 쉘이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2012년 현대오일뱅크는 당시 사업 포트폴리오가 원유 정제에 편중돼 있어 유가 변동에 따라 마진이 널뛰기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윤활기유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한다.5 그래서 글로벌 정유사인 쉘과 합작으로 윤활기유 생산회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한 것이다. 쉘에서 원재료를 공급받아 윤활기유를 생산한 후 현대오일뱅크와 쉘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른 판매처에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설립 당시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이사회 5인 중 현대오일뱅크 측이 3인, 쉘 측이 2인을 임명했다. 지분 비율이 60대40이므로 이사회도 지분 비율에 따라 임명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설립 시점부터 지분 60%만 보유했음에도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해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서 현대쉘베이스오일 이익 100%를 모두 자사 이익으로 반영해왔다. 이사들 중 과반수 이상을 임명할 수 있으므로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과반수의 의결권을 확보하면 실질 지배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K-IFRS 제111호 B35).

그렇지만 두 회사 간에 체결한 합작계약서를 보면 과연 현대쉘베이스오일이 실질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해 보이는 여러 계약 내용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사회에서 의견이 대립된다면 이사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이사 중 과반수 찬성 원칙에 따라 각 안건에 대해 의결을 한다. 그런데 이 합작사의 경우 이사가 5인이므로 이사의 과반수는 3명이 된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 측이 임명한 이사 3인만으로 이사회를 열어서 일반 결의에 해당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또한 이 회사의 경우 75% 이상의 이사가 찬성해야만 특별 결의 항목으로 규정된 항목의 안건이 통과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즉, 이사 5인 중 4인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므로 양측이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면 특별 결의를 할 수 없다.

합작계약서에 특별 결의 사항으로 규정된 내용들이 다른 회사들과 달리 좀 독특하다. 회사 업무 규칙, 내부 규정의 제정, 사업 계획과 재무 실행 계획 승인, 파견직원 고용 및 해임, 자본적 지출 승인, 예산 승인 등이다. 이런 내용들은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서 수시 또는 매년 일어나는 일들로서 대부분의 다른 회사에서는 특별 결의가 아니라 일반 결의 사항에 해당된다. 이 회사에서 일반 결의 사항에 해당하는 일들로 규정된 것들은 정말 사소한 일들로서 자본적 지출 예산 내의 100억 원 초과 지출, 운영 경비 예산 내의 10억 원 초과 지출, 설비 보험 가입, 서울 사무소 이전 등의 일이다. 100억 원(10억 원)이 얼마나 큰돈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겠지만 회사의 매출액이 발생한 시점인 설립 2년 차가 됐을 때의 자산과 자본 규모가 각각 4200억 원과 1800억 원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보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쉘베이스오일에 대한
회계 처리를 둘러싼 논란

이상의 계약 내용들에 대한 설명을 보면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아주 사소한 일들만 일반 결의 사항으로 규정돼 있으며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서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대부분의 사항은 두 합작 당사자의 동의가 모두 필요한 특별 결의 사항으로 규정돼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측이 이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에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회사 설립 시점부터 현대오일뱅크 측은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지배한다고 판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왔다. 즉, 지분 비율에 따라 60%만 기록하는 지분법 회계 처리를 했을 경우와 비교할 때 100%를 연결하면 현대오일뱅크의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수치가 더 크게 기록된 것이다.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는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2018년 상장을 위해 현대오일뱅크는 지정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게 됐다. 지정 회계법인은 감사를 실시하던 중 이 회계 처리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회사는 특별 결의 사항으로 지정된 항목들은 소수 지분을 보유한 쉘의 이익이 현대오일뱅크 측의 부당한 의사결정 때문에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권 차원의 규정일 뿐이며 경영권은 현대오일뱅크 측이 보유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회계법인 측은 회사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이런 회계법인 측의 견해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의견이 대립되자 둘은 어떤 해석이 맞는지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질의했다. 그 결과 열린 질의회신연석회의에서 회의 참가자들은 회계법인의 의견이 옳다는 결론을 내린다. 방어권 차원의 규정이 아니라고 본 이유는 방어권이란 ‘근본적’이고 ‘예외적’인 변화와 관련된 사항에 적용되는 내용인 데 반해 이 건의 경우 특별 결의 사항으로 규정된 내용들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일상적인 경영 활동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 측과 쉘이 공동으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질의회신연석회의 판단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재무제표를 모두 수정하게 됐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중지하고 지분법 회계 처리로 바꾼 것이다. 상당히 큰 수치의 재무제표 수정을 한 결과 현대오일뱅크는 자동적으로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대상 기업이 됐다. 따라서 감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장을 할 수 없었다. 규정상 감리 결과에 따라 경고나 주의보다 높은 단계의 징계를 받으면 상장 절차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월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기업인 아람코에 지분 중 17%를 1조4000억 원에 매각했다. 회계법인이 바뀐 후 거의 1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이다. 현금을 마련해 모회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위기를 넘겨야 하는 급박한 상황인데 언제 내려질지 모르는 감리 결과를 계속해서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의 결과 현대오일뱅크를 당장 상장할 필요성은 줄어들었다. 그 결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금융위원회가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할 수 있는 수준인 경징계 결정을 내린 시점과 상장 계획을 철회한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그 후 2년의 시간이 흐른 후 2021년 업황이 크게 개선되자 2022년 들어 다시 상장 계획을 꺼내 놓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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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와 유사한 당진에코파워㈜의 사례

이와 연관된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18년까지 SK가스는 당진에코파워㈜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종속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2019년 들어 당진에코파워를 울산지피에스, 음성천연가스복합발전, 당진에코파워의 세 회사로 분할한다. 원래 존재하던 당진에코파워와 새로 설립된 당진에코파워를 구분하기 위해 원래 회사를 구에코, 새로 설립된 회사를 신에코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SK가스는 세 자회사 중 울산지피에스에 대해서는 51%, 음성천연가스복합발전에 대해서는 9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계속해서 두 회사를 종속 기업으로 분류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 그런데 신에코의 경우는 지분율이 51%로 울산지피에스에 대한 지분율과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신에코를 종속 기업이 아닌 관계 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 회계 처리를 했다. 더군다나 신에코의 경우 산업은행이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지분에 대해서도 의결권은 SK가스가 행사하고 있었다. 즉, 산업은행 보유 지분을 합치면 총 66%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 지배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신에코는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운영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지분율은 SK가스 51%, 한국동서발전 34%, 한국산업은행 15%다. 따라서 일상적인 경영권은 당연히 SK가스가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특별 결의는 주주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발행 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회사의 경우는 신규 추진 예정인 태양광발전소 사업 관련한 의사결정 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합작 계약이 맺어져 있었다. 전체 주식 중 3분의 2란 66.67%에 해당하므로 SK가스의 경우 직접 보유한 지분 51%와 산업은행이 보유했지만 의결권을 확보한 추가 지분 15%를 모두 합해도 66%에 불과하다. 따라서 특별 결의 사항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경우 특별 결의 사항까지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6 앞의 현대오일뱅크 사례에서 설명한 것처럼 K-IFRS 제1110호에서는 일반 결의를 할 수 있는 정도인 과반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런 회계 처리가 이뤄졌을까?

신에코는 회사의 주 사업 목적이 태양광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이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소에 대한 의사결정이 특별 결의 사항으로 지정돼 있으므로 이 회사는 주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34%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동서발전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주 사업 목적을 실행하는데도 SK가스의 뜻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SK가스가 실질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즉, 이 사례의 경우도 정상적이라면 일반 결의 항목에 해당하는 것을 특별 결의 항목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에 어느 한 편이 독단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두 회사의 공동 지배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방어권인가, 경영권인가?

지금부터는 앞에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간 방어권에 대해 설명한다. K-IFRS 제1110호 문단 B26과 27에 규정된 방어권이란 ‘이 권리의 보유자에게 기업을 지배하는 힘을 부여하지 않지만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들’을 말한다. 여러 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의 경우, 지배주주가 다른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되지만 자신에게는 이익이 되는 의사결정을 함부로 하지 않도록 중요한 항목들에 대해서는 비지배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방어권은 ‘피투자자의 활동에 미치는 근본적인 변화와 관련되거나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일상적으로 늘 일어나는 의사결정에 대한 내용은 방어권이 대상이 아니며 이런 일도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회계적으로는 지배주주도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지배주주와 다른 주주들이 공동 경영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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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는 15대85의 비율로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단, 바이오젠이 보유한 옵션을 행사하면 지분 비율이 50대50으로 변하게 돼 양측은 단독으로는 회사를 지배할 수 없으므로 공동 지배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 회사는 6개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며 이사회는 바이오젠이 임명한 1인과 로직스가 임명한 4인으로 구성됐다. 이 경우 로직스는 주주총회에서 일반 결의와 특별 결의 사항을 모두 통과시킬 수 있을 만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10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바이오젠이 동의를 해야만 할 수 있다고 합작 계약을 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이 10가지 사항은 다른 합작회사들의 합작 계약뿐만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를 받거나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린 회사들이 맺는 주주 간 계약이나 채무 약정에도 대부분 등장하는 것이다. 로직스는 에피스를 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

2017년 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대해 감리(1차 감리)를 시작한 금융감독원은 로직스가 고의적으로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린다. 2015년 당시 아직 사업에 성공하지도 않은 상황인데 바이오젠이 보유한 옵션을 앞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무리하게 가정해서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중지하는 회계 처리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옵션을 실제로 행사해야만 경영권을 잃었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볼 때 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되면 경영권을 잃었다고 보고 회계 처리를 해야 한다. 이 주장에 더해 금융감독원은 ‘미래 가치가 불분명해서 신뢰성 있는 가치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인데 회사의 가치를 약 6조 원으로 평가해서 막대한 평가이익을 적는 회계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측의 주장에 대해 삼성 측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양측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그러던 중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삼성 측에 통보한다. 옵션의 행사가 가능한 기간의 만기가 다가오자 옵션을 행사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즉, 사업의 성공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서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금융감독원의 주장이 틀리고, 앞으로 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봤다는 로직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바이오젠은 옵션 행사의 결과 큰돈을 벌게 됐다. 금감원의 주장과는 달리 개발된 신약이 해외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받고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당시 로직스의 시가총액이 30조 원 가까이 상승한 상태였다. 즉, 6조 원이라는 이전의 평가가 과대평가가 아니라 정반대로 과소평가였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방어권을 둘러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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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황이 바뀌자 금융감독원은 감리를 다시 실시하고(2차 감리), 그 후 분식회계가 저질러진 시기, 이유, 그리고 금액을 모두 바꾼 새로운 결론을 내린다. 회사 설립 시점부터 로직스가 에피스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공동 경영이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이었는데 그런 판단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이유는 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약품은 개발하기 쉽기 때문에 회사 설립 시점부터 사업에 성공할 것이 예측 가능하고 신뢰성 있는 가치 평가도 가능했고 가치가 매우 높았으므로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7 둘째 이유는 바이오젠과 로직스가 맺은 10가지 바이오젠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 중 2가지가 방어권이 아니라 경영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 두 항목 때문에 2012년부터 로직스는 에피스에 대한 경영권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문제 삼은 두 항목은 ‘지적재산권과 제품 관련 자산 전부 또는 대부분의 매각 및 양도’와 ‘회사 사업에 새로운 제품 추가’였다.8 나중에 삼성과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여부를 둘러싸고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되는데 이때는 첫 번째 항목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고 두 번째 항목인 ‘회사 사업에 새로운 제품 추가’만 남는다.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경영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사전에 양측이 동의한 6개 제품의 개발이 완료되면 회사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추가로 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경우 바이오젠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바이오젠이 단순한 방어권이 아니라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을 들어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앞에서 소개한 신에코의 경우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결정할 때 제2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SK가스의 단독 지배가 아니라 공동 지배라고 분류한 것과 비슷한다.

그렇지만 이 주장이 옳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에피스는 로직스와 바이오젠이 6개 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약품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1개 제품(약품)을 개발하는 데 대략 1500억∼2000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런 막대한 비용을 소모한다고 하더라도 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9 그렇다면 합의된 6개 약품 외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회사의 사업 목적을 변경하는 것이며 동시에 엄청난 돈이 소요되는 일이다. 이런 특수한 일이 발생할 때 합작 파트너의 동의를 받는 것이므로 방어권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회계 기준에 방어권은 ‘피투자자의 활동에 미치는 근본적인 변화와 관련되거나 예외적인 상황에 적용’된다고 하고 있는데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회사의 사업 목적인 6개 약품 개발 계획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이며 회사를 일상적으로 운영하며 6개 약품을 개발하는 상황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드물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1500억∼2000억 원 정도 투자해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일상적인 경영 활동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이므로 근본적인 변화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10 이처럼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바란다.11

카카오의 질의에 대한
전기오류수정협의회의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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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금감원은 이 조항은 동의권이 아니라 경영권에 해당된다고 해석했다. 그렇지만 만약 금감원의 해석만이 옳다고 인정한다면 앞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합작투자를 한 기업,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 금융사와 부채 약정을 맺은 기업들 중에서 계약서를 살펴보면 위에서 설명한 조항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거의 틀림없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들의 대부분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12

이와 관련된 다른 사례를 소개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가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카카오페이를 설립할 때 중국 앤트그룹(알리페이)이 2대 주주로서 참여했다. 당연히 카카오와 알리페이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지배한다고 판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했다. 그러던 중 2021년 카카오를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교체된다. 새로 교체된 회계법인이 회계 처리를 살펴보다가 ‘카카오가 카카오페이를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해당 회계법인은 로직스가 바이오젠과 맺은 합작 계약보다 더 강하게 카카오의 행위를 제약하는 조항들이 주주 간 계 약에 포함돼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금감원의 로직스에 대한 주장이 옳다면 카카오페이를 지배하고 있다는 카카오의 회계 처리는 당연히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왜 그런 판단을 신규로 감사를 맡게 된 회계법인이 내렸는지 필자도 알지 못한다. 카카오와 투자자들이 맺은 주주 간 계약 내용이 명확하게 공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13 금감원이 로직스 측에 대해 주장하는 이야기를 카카오의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해보자. 카카오가 회사의 크기나 성과를 과장해서 표시하기 위해, 즉 지배력이 없는 카카오페이를 마치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카카오에 연결해서 재무제표에 표시하기 위해서 자회사의 계약 내용을 고의적으로 외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계약 내용 모두를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사항만 공시하면 되는데 카카오는 이 계약 내용이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주주가 둘 뿐인 비상장회사에 대해 두 주주 사이에 맺은 계약인데 그 내용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것이라고 볼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전기 회계법인과 회사 측이 카카오가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새 회계법인은 어떤 회계 처리가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내용을 전기오류수정협의회에 질의했을 것이다. 이 협의회는 감사인 교체 후 전기 감사인과 신규 감사인 사이에 회계 처리에 대한 의견이 달라서 갈등이 생길 경우,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옳은 답을 도출하자는 의도에서 감독기관의 권고(또는 지시)에 따라 공인회계사회 주관으로 2020년 설립된 모임이다. 질의에 대해 협의회에서 여러 전문가가 모여 회의한 결과, 카카오에 경영권이 있다고도 볼 수 있으며 없다고도 볼 수 있다는 판정을 내린다. 즉, 두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이 결론의 결과, 카카오는 기존 회계 처리를 수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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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결론은?

협의회가 통계나 내용을 발표하지 않아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최근 2년간 이 경우와 거의 동일한 동의권과 관련된 질의가 다수 협의회에 제기된 듯하다. 그런 질의에 대해 협의회는 거의 대부분 두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전해진다.14 즉, 동일한 사항에 대해서 기업이나 회계법인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로직스의 회계 처리 문제로 돌아가 보자. 카카오의 회계 처리가 옳다면 로직스의 회계 처리는 어떤 것인가? 정확한 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즉, 필자는 카카오의 경우처럼 로직스도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고 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한 가지만 옳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한 가지 답을 꼭 골라야 한다면 필자는 로직스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는 원래 로직스의 판단 쪽을 지지한다. 카카오의 회계 처리가 둘 다 가능한데 똑같은 논리로 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있어선 금감원이 주장하는 방법만 옳다고 보기는 힘들다. 필자가 정확한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 사례가 더 강한 제약 조건이 있는 계약이라고 전해 들었기 때문에 이런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복잡한 사항에 대해 내 해석만 옳고 다른 사람의 해석은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금감원의 해석이 옳다면 카카오페이를 비롯해서 유사한 회계 처리에 대해 질문했던 다수 기업의 질문에 대해 협의회에서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하고 판단해서 답변한 내용도 틀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국내 거의 대부분의 기업은 동의권을 방어권이라고 해석하고 있지 경영권이라고 해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하겠다. 만약 금감원의 해석만이 옳다면 합작투자를 한 기업, 재무적 투자자와 주주 간 계약을 맺은 기업, 금융사로부터 차입을 하고 부채 약정을 맺은 기업들 대다수도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수를 모두 센다면 상장 기업으로만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최소 수백 개는 될 것이다. 이런 기업들의 해당 회계 처리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과거 한 번도 이 회계 처리가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다. 로직스 사건을 기점으로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변한 것이라면 그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건 이후에는 다른 기업의 회계 처리를 문제 삼아야 할 텐데 이후에도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금융감독원은 로직스 사건과 관련해서 왜 이런 판단을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 또한 앞으로 기업들이나 회계법인은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도 혼란스럽다. 감독기관의 역할이 시장에 질서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초래하는 것인가. 어떻게 보면 전문가들에게는 논란거리가 아니라 상식에 가까운 내용을 설명하는 글을 필자가 써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 동시 수상
    - 홍콩과기대 교수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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