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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를 통해 본 세상

소수 지분으로 주총 의결권 잠깐 빌린다?

최종학 | 348호 (2022년 0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조산업 오너 일가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사조 계열사 중 사조 산업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에 3%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을 넘겼다. 주주 1인의 투표권이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감사위원 선임 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함이다. 상법 개정안이 입법 취지와는 달리 얼마든지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 문제는 법 개정보다는 처벌을 강화하고 소액주주들이 공론화에 나서며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하는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방지해야 할 것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있었다. 이때 삼성물산의 주식 중 7.12%를 취득하고 합병 반대를 주도했던 엘리엇 펀드가 보유한 지분들 중 일부를 총수익스와프(Total Return Swap, TRS) 거래를 통해 확보한 것이 사후에 알려졌다. 즉, 메릴린치 등 다른 외국계 금융사로 하여금 보유기간 동안의 수익이나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계약을 맺고 이들이 삼성물산의 주식을 취득하도록 한 후 나중에 이 주식을 해당 금융사로부터 구입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공시에 대한 규정 위반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증거불충분으로 수사를 종결했다.1

그런데 여기서 금융당국이 엘리엇을 고발한 이유는 TRS 거래가 불법이라는 점이 아니다. TRS 거래를 통해 주식을 확보한 것을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2015년 5월5일 삼성이 합병 계획을 발표하자 6월2일 엘리엇은 공시를 통해 삼성물산 지분 4.95%를 보유한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단 이틀이 지난 6월4일에 지분이 7.12%로 늘어났다고 공시한다. 즉, 이틀 만에 2.16%의 지분이 늘어났다는 것인데 당시 거래량을 보면 이틀간 거래되는 모든 주식 물량을 엘리엇이 다 매수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사전에 TRS 계약을 몇몇 금융사와 맺어 주식을 매수하게 한 후, 6월3일이나 4일에 이 지분을 엘리엇이 인수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금융당국은 이 거래가 공시에 대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봤다. 자본시장법상 5% 이상의 상장사 지분을 보유했거나 보유 이후 1% 이상의 지분 변동이 있는 주주는 5일 안에 보유 현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즉,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것을 삼성 측에서 사전에 알았다면 더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따라서 보유 여부를 외부에 숨기기 위해 TRS 거래를 행한 것으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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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사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린 금융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엘리엇의 변호인은 TRS 계약을 통해 금융사가 주식을 매수한 것은 엘리엇이 주식을 매수한 것이 아니므로 공시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런 반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필자는 DBR 305호(2020년 9월 2호)에 기고한 ‘합병을 원하는 자, 소액주주의 마음을 얻어라’라는 글에서 이런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밝혀진 2.16% 이외에도 이보다 훨씬 많은, 두 자리 숫자의 퍼센티지에 이르는 주식을 엘리엇이 TRS 거래를 통해 잠깐 동안만 확보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결정하는 주주총회 때 의결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는 주식을 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주식에 대해 수수료를 주고 잠깐 동안 의결권만 빌려서 주주총회에 참가했던 것이다.

불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2016년 2월 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2020년 5월 들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주식 거래가 해외에서 벌어진 일이고 증거가 국내에 없으므로 수사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 검찰이 밝힌 이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외국 회사 관련자들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나 아무도 입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주가가 조작됐다고 판단해 삼성과 이재용 회장을 기소한 검찰이 엘리엇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자세히 조사를 진행해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공시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는 크지 않다. 형사처벌은 없으며 당시 규정은 벌금의 최대한도도 시가총액의 10만분의 1이다. 그러니 벌금이 수백만 원 정도밖에 안 될 것이므로 엘리엇 같은 거대 펀드 입장에서 보면 형식적인 처벌일 뿐이다. 다만 엘리엇이 삼성그룹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합병을 했다고 주장하는 여론전을 하면서 마치 ‘소액주주를 위해 싸우는 정의의 사도’ 같은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건은 엘리엇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법도 손쉽게 어길 수 있다는 사실, 즉 엘리엇의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TRS 거래의 일반적인 구조

위에서 엘리엇이 TRS 거래를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TRS 거래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TRS 거래의 일반적인 구조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4년 롯데그룹은 KT렌탈을 인수해 롯데렌탈로 사명을 바꾼다. 총 인수 대금은 약 1조200억 원인데 인수 대금 중 약 50%는 롯데그룹의 5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매입했다. 계열사들 중에서는 약 20%의 주식을 취득한 롯데호텔이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했다. 나머지 지분 중 약 20%는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모펀드가 롯데렌탈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매입했다. 잔여 지분 약 30%에 대해서는 롯데그룹이 여러 재무적 투자자(금융사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페이퍼 컴퍼니)들)와 TRS 계약을 맺었다.2

이 계약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들은 각자의 자금으로 KT렌탈 주식을 취득했다. 이 계약의 대가로 롯데그룹은 매년 기초자산 매입 대금의 2.78%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지급한다. 일종의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지만 회계적으로는 이자 비용이 아니라 수수료로 기록됐다. 즉, 롯데그룹은 30%에 해당하는 주식이 회계적으로 볼 때 롯데가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롯데의 자산으로 적지 않은 것이다.3 2.78%의 수수료를 받은 대가로 재무적 투자자들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과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롯데그룹에 양도한다. 즉, 주가 변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이나 위험을 모두 롯데그룹이 부담하는 것이다.

즉, 주식의 보유를 통해 발생하는 보상의 전부(의결권+주가 변동+배당금)가 아니라 일부(의결권+주가 변동)만 롯데그룹에 양도되는 것이다. 계약 기간은 5년(2015년 5월∼2020년 6월)이다. 계약 기간이 종료하면 롯데그룹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이런 내용은 [그림 1]에 요약돼 있다. [그림 1]에 등장하는 트리플에스가 재무적 투자자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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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래에서 재무적 투자자들은 거의 고정된 손익(2.78%+배당금)을 올리는 반면 호텔롯데는 주가 변동에 따른 변동 손익을 얻는다. 두 계약 당사자가 고정 손익과 변동 손익을 교환하므로 Return(손익) Swap(교환)라고 부르는 것인다. 그런데 이 거래는 TRS 거래의 특수한 예로서 해당 글에 소개된 많은 사례 중 계약을 통해 의결권이 거래된 사례는 롯데그룹의 이 사례가 유일했다. 의결권 거래가 TRS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 거래가 논란거리가 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리고 롯데그룹은 2020년 이후 만기가 돌아온 이 TRS 계약에 정해진 대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재무적 투자자들이 보유하던 롯데렌탈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후 2021년 상장을 통해 이 주식을 일부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5

엘리엇도 호텔롯데의 TRS 거래와 비슷한 계약을 다른 금융사들과 맺어 삼성물산의 주식 2.16%를 확보한 후 6월3일이나 4일에 이 주식을 넘겨받았다. 또한 이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주식은 주식을 넘겨받지도 않고 주주명부기준일(주주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날) 전후 잠깐 동안의 의결권만을 빌렸던 것으로 추측된다.

맥쿼리인프라펀드를 둘러싼 대결

엘리엇의 공시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일부 기업 관계자는 우려를 표했다. 앞으로 외국의 헤지펀드들이 TRS 거래를 이용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의결권을 다수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이런 방식으로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일이 자주 벌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주주총회에 참가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며칠 동안만 의결권을 확보하면 되므로 주식을 직접 사는 것에 비해 돈도 훨씬 덜 든다. 즉, 주식을 직접 사는 것 대비 수천분의 1에 불과한 돈만 있어도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권 공격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고 이런 방식으로 한국 기업의 주권을 해외에 뺏길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우려가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와는 달리 해외 헤지펀드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TRS 거래를 이용해 의결권을 확보하고 주주총회 때 이용하는 사례가 그 후 두 차례 일어났다. 그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사례는 맥쿼리인프라펀드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표 대결 사건이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주로 하는 호주계 회사다. 이 회사가 한국에 진출해 만든 펀드가 맥쿼리인프라펀드다. 이 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은 후, 주로 도로, 교량, 터널, 항만 등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한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나 용인-서울 고속도로, 우면산터널, 인천대교, 부산항 신항 등이 맥쿼리인프라펀드가 투자한 사회간접 시설들이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의 경우 인천공항 건설 당시 정부가 돈이 충분했다면 직접 도로를 건설했을 것이지만 돈이 부족하므로 민간 자금인 맥쿼리 인프라 펀드의 돈을 유치해서 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이다. 펀드는 고속도로 이용자들로부터 이용료를 받아 생긴 이익금을 펀드의 투자자들에게 분배한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맥쿼리인프라펀드가 국내에 설립된 후의 평균 수익률은 9.4%로 동 기간 동안 국내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 6%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내 상장 기업들 중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알려져 있다.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주주 비중은 국내 기관 48%, 국내 개인 31%, 외국인 20% 정도다. 따라서 이익금의 대다수는 국내에 남는다. 맥쿼리가 투자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지금은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다수의 토종 펀드나 기업들이 생겼다. 그러나 국내에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던 2002년에 맥쿼리가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여러 좋은 투자물을 선점했으므로 지금도 이런 펀드나 기업들 중 맥쿼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이 가장 시장성이 높은 자산들로 평가된다.

그런데 2018년 들어 국내 신생 자산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가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지분 3.17%를 확보한 후 표 대결을 선언했다. 펀드의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받는 운용보수 연 1.25%가 지나치게 높아서 운용을 국내 운용사인 코람코자산운용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운용보수를 0.2% 정도로 대폭 내릴 수 있으므로 주주들에게 더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렇게 플랫폼파트너스가 약 8%의 지분을 TRS 거래를 통해 빌려서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TRS 거래를 위해 총 6개의 다른 회사가 동원됐는데 그중 가장 많은 TRS 거래를 수행한 곳은 부국증권이었다. 부국증권은 약 560만 주(시가총액 약 500억 원)의 의결권을 하루 빌리는 데 400만 원대의 자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계좌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하는 대다수의 소액주주의 경우,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 때 대차거래 요구가 있으면 정해진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겠다는 사전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개인이 소유한 주식들을 상당히 자유롭게 대차거래에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맥쿼리펀드의 최대 주주인 영국계 뉴튼인베스트먼트가 가진 지분 비율이 8.2%이므로 플랫폼파트너스가 보유한 3.17%의 주식 이외에 추가적으로 TRS 거래를 통해 확보한 것으로 보도된 8%의 의결권까지 더한다면 1대 주주에 올라서는 셈이다.6

법원이 TRS 거래를 인정한 판단 이유

이런 일이 사전에 알려지자 맥쿼리자산운용이 법원에 TRS 거래를 통해 확보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동안 맥쿼리 쪽에서는 수수료율을 일부 인하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8년 9월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69대31로 맥쿼리 측이 승리하며 싸움은 종료됐다. 맥쿼리 측이 승리하긴 했지만 맥쿼리 측이 수수료율을 일부 낮춘 탓에 이 사건으로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주 가치 제고라는 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31%라는 상당한 숫자의 주주들이 플랫폼파트너스의 의견에 동의한 것을 보면 이 기회를 계기로 맥쿼리가 받는 수수료율이 좀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맥쿼리의 주장을 기각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법원은 “상법, 자본시장법에서는 주식의 대차 계약과 이를 통해 취득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자본시장법 제326조 제2항에서는 증권 대차 업무를 증권금융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결권도 주식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로서 주식이 지니는 재산적 가치 중 일부”라며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행사할지는 기본적으로 주주의 자유”라고 말했다. 이런 판결 내용을 요약하면 의결권을 빌려서 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주식의 의결권을 빌려주는 것은 개별 주주의 자유라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엘리엇펀드의 TRS 거래에 대해서 금융위원회가 공시를 안 한 것만 문제 삼았을 뿐 TRS 거래 자체를 문제 삼지 않았던 것도 각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판결 이유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 일부 법학자나 정치인들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 필자는 앞에서 소개한 ‘롯데의 KT렌탈 인수에서 주목 끈 TRS, 철저한 정보 공시로 위험 피하라’7 라는 글에서 이들의 주장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이들은 ‘1주 1표’ 정신에 입각해 의결권 거래 자체와 ‘1주 1표’에 위반되는 다른 제도(예를 들면 복수의결권 주식)의 도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많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금지되고 있지 않은 거래를 국내에서만 금지한다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맞지도 않으며 불필요한 규제로 보일 수 있다. 또한 ‘1주 1표’에 맞지 않게 특정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 의결권에 제한을 주는 제도들이 이미 국내에 여럿 존재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만 ‘1주 1표’라는 존재하지도 않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높지도 않다.

그렇지만 TRS 거래가 일부 주주가 소액의 자금만을 사용해 의결권 다수를 확보함으로써 그 결과 다수 주주의 이익에 어긋나는 결정이 주주총회에서 내려질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법원도 이 TRS 거래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결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대차거래에서 차입자는 소액의 수수료만 부담하고 대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문제점이 있어 “이로 인해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게 의결권이 행사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언급했다. 즉, 법이 없어서 금지를 할 수 없지만 앞으로 법을 개정해서 의결권의 대차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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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가 표 대결에서 승리한 이유는?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수수료율을 10분의 1 정도까지 낮출 수 있다는 플랫폼파트너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맥쿼리 측이 승리한 이유는 뭘까? 10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는 좀 과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당시 정황을 보면 맥쿼리의 수수료율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언론도 속 시원하게 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플랫폼파트너스의 공격에 대해 맥쿼리 측은 수익률 비교 대상으로 선정된 펀드군의 선정이 잘못됐다고만 언급할 뿐 언론을 통해 왜 자신들이 계속해서 펀드를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정확하게 밝힌 적이 없다. 보통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분쟁 당사자들은 주주나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이 경우 맥쿼리는 오히려 더 몸을 낮추는 이상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처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 두려워 쉬쉬하지만 그 배경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사회간접 시설들은 선거 때만 되면 이슈가 된다. “…를 국유화해서 시민들이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겠다”거나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이야기는 정치인들이 수시로 꺼내는 이야기다. 실제로 2021년 들어 국민연금이 운영권을 보유한 모 교량을 어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이 강제로 수용해 무료화한다고 발표했던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반대한다는 소리 자체를 크게 하지 못했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의 비위에 거슬렸다가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정치인은 해당 시설의 가치를 평가해서 사후적으로 보상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결국 법원의 판결로 이 주장은 저지됐지만 이 정치인은 시민들을 위하는 정책을 펼치는 올바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무료화의 영향을 직접 받는 교량을 사용하던 소수의 시민은 좋은 정책이라고 기뻐하고 그 정치인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국민연금이 입게 되는 손해는 국민연금의 수혜자인 국민들 입장에서는 너무 먼 간접적인 무엇이기에 대부분 관심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2021년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8년, 맥쿼리인프라펀드를 둘러싼 갈등이 일어났다. 그런데 맥쿼리는 표 대결에서 외국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이에 반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플랫폼 파트너스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개인투자자들은 수수료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 투자자와 국내 기관투자가 대다수가 운용 보수를 더 낮출 수 있음에도 맥쿼리자산운용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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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2021년 사건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이 맥쿼리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맥쿼리가 운용하고 있는 고속도로나 터널을 지방자지단체나 국가가 강제로 수용해 버린다면 국제적인 분쟁이 벌어지게 된다. 따라서 외교관계를 고려하면 맥쿼리 보유 자산을 강제로 뺏어 버릴 수 없다. 또한 외교 관계를 무시하고 강제로 수용한다고 해도 이 사건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올라가면 한국이 패소할 것이 명백하다. 2021년 사건의 경우도 외국 회사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이 교량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정치인이 강제 수용까지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맥쿼리는 국내 정치인들을 화나게 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과 해외투자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은밀히 설명했고, 그런 강제 수용의 가능성을 막는 것이 수수료를 약간 아끼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이들 투자자가 판단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선진국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을 설득의 이유다. 이런 내용들을 생각해보면 합리성과 계약이나 약속보다는 정치나 표 계산이 더 우선시되는 국내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쨌든 2021년에 실제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을 투자자들이 목격했으므로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은 맥쿼리를 교체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조산업을 둘러싼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갈등

2020년 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할 때는 주주들이 가진 지분 수에 관계없이 주주당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실행됐다. 즉, A라는 주주가 25%라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을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때는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8 대주주가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사적 효익을 추구하는 행동을 막고 소액주주들이 사외이사들 중 1인만이라도 임명할 가능성을 높이고자 이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이런 이상한 제도라도 마련해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을 이사회에 진입시켜야 일부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마련된 것으로 이해한다.9

2021년 들어 주식의 의결권을 거래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사조산업을 둘러싸고 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던 때다. 2021년 초 사조그룹은 상장사인 사조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인 캐슬렉스 서울과 별도의 독립회사인 캐슬렉스 제주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적자 회사인 캐슬렉스 제주를 서울과 합병해서 제주의 부실을 서울로 떠넘기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캐슬렉스 제주는 사조산업의 자회사가 아니라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아들이 대주주인 개인 회사이기 때문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아들에게 유리하도록 두 회사를 불합리한 비율로 합병하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내용들이 대대적으로 언론에 보도돼 사조그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되면서 소액주주들이 소송을 걸 움직임을 보이자 회사 측은 합병 계획을 철회한다.

그 후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연대를 결성하고 주 회장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싸움에 나선다. 소위 ‘오너 리스크’ 때문에 사조산업의 주가가 낮아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므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을 하는 주 회장을 해임하고 앞으로 경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위원 1인을 선임하겠다는 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사조산업의 지분 중 주 회장 및 기타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56%라서 주 회장을 해임하겠다는 첫 번째 안건에 대해 다른 모든 주주가 동의를 하더라도 표 대결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었다. 따라서 이 주장은 주 회장이 문제가 많아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한, 즉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상징적인 의미에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10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측의 대응과
씁쓸할 결말

그러나 두 번째 안건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임명에 대한 안건은 앞에서 설명한 상법에 따라 주주 1인의 투표권이 최대 3%에 불과하므로 그에 따라 계산하면 주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 비율은 총 18%뿐이었다. 따라서 표 대결이 벌어진다면 소액주주연대 측이 승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도전에 대해 주 회장 측은 쉽게 상상하지 못할 방법으로 대응했다. 사조 계열사들 중 사조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사들에 3%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중 3%를 초과하는 지분을 넘겨 각 계열사가 3%씩만 지분을 보유하도록 한 것이다. 즉,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 총수는 변하지 않는데 주식의 보유량을 3%로 쪼개어 회사들에 나눠줌으로써 감사위원 선임 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 수를 늘린 것이다. 국내에서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었던 일이다. 물론 계열사 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시가대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므로 특정 회사에 손해가 되는 거래가 아니지만 이런 주식 거래가 발생한 이유가 회사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 때문이 아니라 대주주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씁쓸한 느낌이 든다.11 그리고 큰돈은 아니지만 거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거래 비용만큼은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본 셈이다.

또한 주 회장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14%의 지분 중 6%를 주주총회 직전 지인 2명에게 각각 3%씩 넘겨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 후 주주명부 기준일이 지나자마자 돌려받았다. 믿을 만한 가까운 사이인 개인 간에 행해진 거래이니 정식 계약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앞에서 소개한 TRS 거래를 통해 잠시 남에게 주식을 넘겼다가 다시 돌려받은 것이다. 그 결과 2021년 9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벌어진 표 대결에서 주 회장 측은 75대25의 비율로 예상보다 손쉽게 승리했다. 소액주주연대 측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사례”라고 반발했지만 결과를 뒤집을 방법은 없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맥쿼리 사건 때 이미 법원이 TRS 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판결한 바 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해도 패할 것이 분명했다.

이런 묘수 또는 꼼수의 결과 주 회장이 승리했지만 이 사례는 상법 개정안이 입법 취지와는 달리 얼마든지 손쉽게 우회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당시 많은 인사가 이런 일들을 벌인 주 회장에 대해 따끔한 비평을 했다. 이 일은 앞으로도 주 회장 일가나 사조그룹의 명성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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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제도적 보완이 가능할까?

필자는 앞에서 맥쿼리 건에 대한 소송에 대해 언급할 때 TRS 거래로 인해 “주주들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고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게 의결권이 행사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규제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법원이 판결문안에 언급했다는 것을 소개했다. 즉, 법이 없어서 TRS 거래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법을 개정해서 의결권의 대차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견해다. 필자도 이런 견해에 동감한다. 주식의 대차거래를 전부 막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의결권의 대차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해 주주총회에서 투표에 참여하는 행위는 막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과 소수의 지분만을 가지고도 다수 주식의 의결권을 잠깐 빌려 경영권을 장악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은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린다면 ‘법의 허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조산업의 사례를 보고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다면 공격 측과 수비 측 모두 의결권을 빌리기 위해 경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일부 인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의결권을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상법을 개정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TRS 거래들 중 의결권이 포함돼 있는 거래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12 그렇지만 이런 개정안은 국내 회사나 개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다. 외국인이 외국에서 TRS 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표 대결을 벌였던 엘리엇펀드의 경우 앞에서 두 자릿수 퍼센트의 의결권을 TRS 거래를 통해 잠시 확보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을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정확한 거래 내역을 국내에서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막거나 처벌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 법률을 외국인에게 적용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러므로 상법을 개정해 의결권 거래를 내국인에게만 금지한다면 외국인들이 손쉽게 한국 기업의 사냥에 나서게 될 것이다. 공격하는 측과 수비하는 측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못하게 하고 외국 기업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또한 외국인들은 3% 규정을 우회하는 것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SK그룹의 경영권을 공격했던 헤지펀드 소버린의 경우 5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이 페이퍼컴퍼니들이 SK㈜의 주식을 각각 3%씩 취득하는 방식으로 총 15%의 주식을 매집했다. 각 페이퍼컴퍼니 입장에서 보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것이 아니므로 주식 보유에 대한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됐다. 이러니 경영권을 공격받은 SK 측에서는 소버린의 공격 여부를 공격이 실제로 시작될 때까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13 소버린이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는 것도 사후적으로 알게 된 것뿐이며 만약 외국계 펀드가 앞으로 이런 방식을 다시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방법을 이용했다는 것 자체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는 독립적인 회사들이 연합해서 경영권을 공격한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버린이 한 것처럼 뒤에서 페이퍼컴퍼니들을 조종할 것이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이런 내용을 보면 법률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정된 법을 실제로 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법 개정보다는 다른 방법을 통해 방지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엄밀한 법 집행을 통해 다른 주주들에게는 손해가 되지만 대주주에게는 이익이 되는 행위를 고의적으로 행한다면 처벌해야 한다.14 사조 계열사들이 벌인 주식 거래에서 발생한 거래 비용이 개인 주주들 입장에서는 워낙 미미한 돈이라서 만약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간다고 해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일을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것을 다른 기업들에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는 있을 것이다.

둘째, 주주들과 언론이 적극 나서야 한다. 소액주주들과 언론이 적극적으로 이슈화하면서 반대 여론이 폭발하자 사조산업이 캐슬렉스 서울과 캐슬렉스 부산의 합병을 포기한 것이나 남양유업의 회장이 물러난 사례가 그 예가 될 것이다. 두 사건 모두 2021년에 일어났다.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주주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내가 내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서 ‘남이 나를 위해 대신 일해 줄 것이다’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한쪽이 TRS 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다수 확보해 주주총회에서 이용한다면 이런 행위가 부당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서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독립성을 가지고 회사의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이 사외이사의 제일 중요한 임무다. 회사에 대한 조언을 하는 역할은 2차적인 역할인데 제일 중요한 임무가 무엇인지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전문성이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사외이사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소액주주들이 적극 나서서 이를 이슈화해야 한다.15 필자도 사외이사 역할을 맡고 있지만 필자의 명예 때문에라도 항상 관련 서류를 열심히 살펴보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을 사외이사에 임명하도록 하거나 사외이사들이 소액주주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이를 이슈화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사외이사를 바로 물러나게 하기는 힘들겠지만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슈화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널리 알려진다면 사외이사들 스스로가 앞으로 행동을 조심하게 될 것이다. 최근 들어 판례를 보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을 때 사외이사들도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며 사외이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도 내려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필자가 언급한 이런 해결책들은 모두 간접적인 것들이라서 효과를 바로 관찰할 수 없다. 그만큼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부 학자나 정치인들이 칼을 뽑아 들고 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마치 칼로 무 썰 듯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해보겠다고 주장하지만 필자의 주장만 다시 짚어봐도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을 일부 학자나 정치인들이 벌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서 앞으로 의결권을 사고파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조산업과 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면 이런 일을 막기 위해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강하게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의결권 거래를 금지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외국인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국내 기업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또 하나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필자는 앞에서 소개한 맥쿼리인프라펀드를 둘러싼 재판에서 법원이 TRS 거래를 통해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의결권만 확보해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이 판결은 또 다른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주식을 ‘소유’한다는 법적 개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법을 잘 모르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수도 있지만 필자는 의결권을 보유한 것이 주식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의결권을 남에게 넘기고도 주식을 법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이 정의에 따르면 ‘주식을 누구 이름으로 구입하거나 보유하느냐’가 주식의 법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판단과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주식의 실질적 보유보다는 형식적 보유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회계적으로는 법적 소유권과 경제적 실질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 소유권을 가진 것으로 본다. 주식 보유 시의 경제적 실질이란 주가 변동에 따른 효익(주가 상승 시)이나 위험(주가 하락 시)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라고 회계 기준에 정의돼 있다. 앞에서 소개한 호텔롯데의 TRS 계약의 경우 경제적 실질(주가 변동으로 인한 효익이나 위험)은 롯데가 가지는 것이 명백하지만 법적 소유권은 누가 가졌는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형식적인 소유권은 페이퍼컴퍼니가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권은 의결권이 있는 롯데호텔이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며 앞서 소개한 법원 판결에 따른다면 형식적인 소유권이 더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호텔롯데는 해당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 이에 해당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회계 처리하지 않고 매년 지급하는 수수료만 회계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이 해석이 옳다면 헤지펀드 엘리엇이 TRS 거래에 대해 확보한 지분이나 의결권에 대해 공시하지 않은 것도 현재의 공시 규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당시 실질적으로는 5%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이미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으로는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리엇의 변호인이 금융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TRS 거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것은 주식을 직접 보유한 것이 아니므로 공시의무가 없다’고 한 것은 옳은 주장이 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주식의 보유’가 아니라 ‘의결권의 보유’로 공시 규정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규정이 변경되더라도 외국에서 의결권 거래가 벌어지는 것을 신고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제도는 명확하게 갖춰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을 보면 앞으로 의결권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결권 거래를 하더라도 명확히 거래 여부를 밝힌 후 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들도 이 거래 내역을 관계 당국에 신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은밀하게 일어나는 부정직한 거래를 일부라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최종학 최종학 | - (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 동시 수상
    - 홍콩과기대 교수
    acchoi@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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