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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연구회 × DBR 공동 기획 - 기업지배구조와 자본시장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목표는 일반 투자자 보호다

김우진 | 339호 (2022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목표는 상장 기업의 일반 투자자 보호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자본시장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1. 물적 분할 후 복수 상장으로 인해 모회사 주주 가치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 공모주 청약권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2. 현재 아무런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는 기업 내부자들의 장내 매도는 미국 사례에 준해 정책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해야 한다.
3. 지배권 M&A가 피인수 기업 주주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피인수 기업 주주에게 ‘시장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주식매수청구권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




편집자주

경영학, 법학, 경제학, 정치학 전공 교수 및 연구원들로 구성된 ESG연구회가 ESG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합니다. ESG연구회는 2013년 여름부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격월간 세미나를 지속하며 ESG의 개념과 한국 기업 환경에서의 함의를 고민하고 토론해왔습니다. DBR와 ESG연구회가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는 기사를 통해 ESG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최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 캠프에서는 다양한 자본시장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많은 논의에도 기업지배구조 제도 개선과 자본시장 정책은 서로 별개인 것처럼 논의돼 왔다. 예컨대 상법상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사익 편취 금지는 기업지배구조 정책의 일환으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 등 증권범죄는 자본시장 정책으로 이해되는 식이다. 이와 같이 양자를 분리해서 이해하는 경향은 ‘기업지배구조’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가 아닌 지배주주를 포함한 내부자들의 통제(control)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원래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의 목표는 다름 아닌 상장 기업의 일반 투자자 보호에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지배구조 정책과 자본시장 정책은 분리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즉, 지배구조 정책은 넓은 의미에서 자본시장 정책의 일부로 봐야 한다.

이런 이원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동학개미운동과 대선을 매개로 지배구조와 자본시장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목표를 가진 정책이라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아가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이다. 기업지배구조 관련 이슈들이 바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민감한 동학개미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대선을 앞두고 표에 민감한 각 캠프에서는 동학개미들의 문제 제기를 적극 수용할 수밖에 없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재계에 우호적이었던 경제신문마저 동학개미의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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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물적 분할 및 뒤이은 주가 하락, 그리고 카카오페이의 CEO가 상장 직후 스톡옵션을 행사하자마자 장내(시간외 매매)에서 대량 매도해 주가 하락을 야기한 것이다. 한편 한샘 지배주주 일가가 자신들만 고가의 프리미엄을 받고 지배지분을 매각하려 하자 프리미엄을 받지 못하는 2대 주주 테톤캐피탈이 문제를 제기한 사례도 있다. 과거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던 사안들이 그나마 최근에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어 다행이다.

이하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됐던 (1) 물적분할, 더 일반적으로는 복수 상장의 문제점 (2) 스톡옵션 행사와 장내 무제한 매도의 문제점 (3) 지배권 거래 시 매각 지배주주에게만 지급되는 프리미엄의 문제점을 차례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 출범할 정부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물적분할과 복수 상장

물적분할은 기존 주식회사의 사업부를 별도의 법인으로 떼어내어 100%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분할 신설 법인의 모든 손익은 전부 모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물적분할 자체로는 원칙적으로 모회사 주주에게 영향이 없다. 따라서 대다수의 의결권 자문사도 물적분할 안건에 대해 그 자체만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 현재 구글은 모회사 알파벳의 100% 자회사이고, 최근 물적분할을 단행한 포스코(철강사업부)도 포스코지주의 100% 자회사이다. 만약 포스코가 상장을 하지 않고 구글처럼 향후에도 계속 모회사의 100% 자회사로 존속한다면 지배구조상 문제는 없다. 포스코/구글의 모든 손익은 모회사인 포스코지주/알파벳에 귀속되고 모회사 주가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물적분할된 회사의 상당수가 향후 상장을 추진한다는 데 있다. 상장을 추진하는 경우는 대개 분할 사업부가 핵심 사업인 경우가 많다. 배터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분할된 사업부가 별도로 상장되는 경우 분할 사업부의 실적은 1차적으로 상장된 신설 분할 기업의 주가에 반영된다. 모회사 주주들은 모회사의 분할 기업에 대한 지분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이익분배권을 갖는다. 이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분할된 핵심 사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소위 저가 책정(underpricing, 공모가가 상장 첫날 종가보다 낮게 책정)이 발생하는데 저가 책정에 따른 투자 이익은 궁극적으로 공모주 청약으로 주식을 배정받은 신규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이 이익은 원래 모회사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부분이므로 그 금액만큼 모회사 주주로부터 자회사 신규 주주로 부의 이전이 일어난다. 현실적으로 성공적인 IPO에서는 대개 저가 책정이 발생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공모가와 첫날 종가가 동일하게 정확한 주식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이 경우는 이론적으로 모회사 주주에 영향이 없는데 이는 자회사의 이익이 항상 배당 또는 자본 이득(자회사 주가 상승) 형태로 비례적으로 모회사에 돌아가고 모회사는 자회사 주식 매각을 통해 자본 이득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의 모회사들은 자회사 주식을 자유롭게 매각할 수 없다. 지배권 유지를 위해 자회사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회사 주가가 자회사 지분 가치를 반영한 이론가보다 낮게 형성될 수 있는데 이게 두 번째 문제이다. 극단적으로는 모회사 주가가 너무 낮아서 보유 중인 자회사 지분의 시가 합계가 모회사 시가 총액(+ 부채 총액)보다 큰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모회사 주가가 저평가돼 있을 경우 이론적으로는 차익 거래(arbitrage)가 가능하다. 모회사 주식 전체를 장내에서 매입해 보유 중인 자회사 지분을 장내에서 전부 매각하고 남는 돈으로 모회사 부채를 갚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익 거래가 국내에서 불가능한 이유는 모회사의 지배주주(일가)가 절대로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따라서 그 누구도 시장에서 모회사 주식 전부를 매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회사의 할인 또는 지주회사의 할인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자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해 모회사 주주가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다행히 지난 공정경제3법 개정 시 50% 이상 자회사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모회사 주주가 다툴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돼 이 문제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사회를 거치지 않는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회사 주주에 불리한 결정(예컨대 유망 신산업에 모회사 대신 자회사가 진출 등)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더 일반적으로는 한 기업 집단 내 여러 회사가 상장 기업으로 존재하는 복수 상장과 관련이 있다. 앞서 언급한 구글의 경우 상장 회사는 알파벳 하나, GE도 상장 기업은 GE 하나, 미국의 대표적 가족 기업인 월마트의 경우도 상장은 월마트 하나이다. 알파벳은 구글 이외에도 유튜브를 비롯한 수많은 자회사,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은 모두 비상장이며 GE의 대표적인 대형 자회사인 GE캐피털도 비상장이다. 월마트가 운영하는 샘스클럽(Sam’s Club) 역시 비상장이며 이들은 대부분 100% 자회사이다.

미국 기업들이 이런 형태를 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복수 상장에 따른 이해 상충 및 관련된 민사법적 문제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유튜브를 상장한다고 하면 알파벳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모든 사업부 또는 자회사의 실적은 단일 상장 모회사의 주가에 반영된다.

주주 보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자본시장에서는 핵심 사업을 떼어서 별도로 상장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미국에서도 물적분할 후 상장시키는 카브아웃(carve-out) 형태의 IPO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카브아웃은 대개 비핵심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복수 상장은 일시적이며, 추후 대다수는 완전 매각돼 지분 관계가 정리되고 복수 상장은 해소된다.

최근 일본에서도 복수 상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상장 모자회사 간 합병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SK, 카카오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복수 상장이 추진되고 물적분할,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멀쩡한 상장 회사를 두 개로 쪼개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니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일부 대선 캠프에서는 물적분할 후 상장 금지가 공약으로 나오기도 했으나 이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입법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원 모회사의 주주 가치가 침해되는 것이므로 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법, 자회사 상장 시 원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청약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을 각 대선 캠프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톡옵션 행사와 장내 매도

카카오페이가 상장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CEO가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을 장내(시간외 매매)에서 대량 매도해 투자자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이후 카카오 측에서는 다양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으나 성난 투자자 심리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비단 스톡옵션만의 문제는 아니고 더 넓게는 상장 기업의 내부자(지배주주, 최고경영진 등)들이 장내에서 주식을 아무런 제한 없이 매각할 수 있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테마주의 경우 법적으로 미공개 정보나 시세 조종 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내부자들이 고점에서 대량으로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국의 경우 공모를 통해 시장에 나온 주식을 제외한 모든 주식은 제한주식(restricted stock) 또는 지배주식(control stock)으로 분류해 원칙적으로 장내 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내부자들의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정보 우위에 있고 대량으로 장내에서 매도할 경우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주식을 장내에서 매각하려면 증권신고서 제출 등 유상증자에 준하는 사전 공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예외적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1%, 또는 지난 4주간 주간 거래량의 평균 중 큰 수치의 범위 내에서는 위 절차 없이 장내에서 매각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도 미국 사례에 준해 현재 아무런 제한 없이 이뤄지고 있는 내부자들의 장내 매도에 대해 일정 부분 제한을 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배권 프리미엄에 대한 재고

그간 상장 기업을 피인수 기업으로 하는 국내 M&A는 대부분 피인수 기업 지배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구주를 인수 기업이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형 M&A의 경우 피인수 기업이 재무적으로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구 지배주주가 보유한 구주 매각 이외에 신주를 추가로 발행해 피인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도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 구주와 아시아나가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동시에 인수하는 구조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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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부분 지분 인수 방식의 M&A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피인수 기업 주주가 해당 M&A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부분 지분 인수는 본질상 회사 간 거래가 아니고 주주 간 지분 거래이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 나머지 주주들은 당해 주주 간 거래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신주 발행이 수반되는 M&A의 경우는 신주 발행을 위한 피인수 기업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주 발행이 없는 순수한 구주 매각의 경우는 피인수 기업의 이사회조차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거래 구조는 남아 있는 피인수 기업 주주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인수 기업이 고가의 프리미엄을 주고 피인수 기업의 지배 지분을 인수했으므로 그 프리미엄을 넘어서는 사적인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가 대한통운 지분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되던 날 대한통운 주가가 -15% 하한가를 기록한 적이 있다. CJ가 대한통운의 지배주주인 아시아나에 고가의 프리미엄을 지급하면서 지분을 인수했지만 나머지 주주들은 그 프리미엄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슈가 된 한샘 지배지분 매각에서도 2대 주주인 테톤캐피탈이 이 지배권 프리미엄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부분 지분 인수는 주주 간 거래이기 때문에 피인수 기업이 기업 인수에 필수적인 실사 절차에도 협조할 의무가 없다. 국내 기업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외국 기업들이 실사는 어떻게, 무슨 근거로 하는지 물어본다고 하는데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한샘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매각, 남양유업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 매각 등을 국내에서는 너무도 태연하게 한샘 매각, 남양 매각이라고 지칭한다. 그런데 이런 관행은 회사와 지배주주를 동일하게 보고, 나머지 주주들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매우 전근대적인 시각이다. 미국에서는 100% 매각인 경우에만 해당 회사의 매각이라고 부른다. 지분 일부만 매각된 경우는 ‘acquisition of majority interest in 해당 회사’로 지칭해 회사 자체의 매각과 구분한다. 차제에 M&A를 지칭하는 방식도 한샘 매각이 아닌 한샘 지배 지분 매각 또는 한샘 지배권 매각으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영권이라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지배권이라는 표현이 이에 수반하는 지분 개념을 더 분명하게 반영한다고 본다.

이러한 부분 지분 인수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소위 의무공개매수(mandatory tender offer)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에서는 일정 비율(영국의 경우 30%) 이상의 지분을 매입하고자 하는 매수자는 잔여 주주에게 동일한 조건(가격)으로 매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즉 30% 지분에 대해 40% 프리미엄을 지급하기로 했다면 나머지 주주에게도 40%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에 의무적으로 공개 매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이러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지만 인수 기업은 알아서 피인수 기업 지분 100%를 취득한다. 역시 일부 지분 취득에 따른 법적인 문제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MS의 게임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가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총 687억 달러(82조 원)에 달하는 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이전 기록인 링크트인(LinkedIn) 인수 규모 대비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주당 인수 가격은 인수 발표 직전 주가에 45%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다. 신기한 것은 MS가 액티비티 블리자드의 지분 몇 %를 인수하는지 언급한 국내 기사가 없다는 점이었다. 2022년 1월28일 기준 액티비전블리자드의 시가총액은 616억 달러이다. 어떻게 인수 대금이 시가총액보다 클 수 있는가? 부분 지분 인수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MS가 지분 100%를 인수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당연히 피인수 기업 주주총회를 거친 사안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인수 발표 직전 65달러였는데 발표 직후 82달러로 26% 수직 상승했다. 이는 프리미엄 4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나 -15%를 기록했던 대한통운 사례에 비하면 부러운 수준이다. 국내 일부에서는 한국의 지배권 프리미엄과 미국의 합병 프리미엄을 비슷한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지배권 프리미엄은 지분을 매각하는 구 지배주주에게만 지급되고 미국의 합병 프리미엄은 피인수 기업 주주 전부에게 지급되므로 전혀 다른 함의를 가진다. 미국에서는 높은 합병 프리미엄이 피인수 기업 주주 가치에 기여하지만 한국에서 높은 지배권 프리미엄은 대한통운 사례에서 보듯 피인수 기업 주주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의무공개매수가 투자자 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피인수 기업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 반면 현재 국내 M&A 시장이 대부분 부분 지분 인수로만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M&A 시장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론적으로도 인수기업에 지나친 부담을 야기해 가치 창출형 M&A마저도 배제시킬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반영해 절충안으로 피인수 기업 주주에게 ‘시장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한통운 사례로 보면 -15% 하한가의 직전 가격으로 인수 기업에 매수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 주주 보호와 M&A 시장 활성화라는 상충될 수 있는 목표를 나름 합리적으로 절충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재계는 상장 기업의 일반 주주를 ‘외부 세력’으로 인식해 왔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의 이익 보호는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일부 전문가들만이 다루는 영역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동학개미운동을 통해 천만 투자자 시대를 맞게 됐으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이들의 관심사가 공약에 반영되기에 이르렀다. 기업지배구조 이슈는 나와는 멀리 떨어진 회장님들과 2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내 주식, 내 포트폴리오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각 캠프에서 내세운 공약이 정책에 반영돼 일반 주주들이 기업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시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woojinkim@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재무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자원부 사무관(행시 40회),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고려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업 재무 및 지배구조이며 공정위 경쟁정책 자문위원 및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 위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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