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BaaS(서비스로서의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는 과거 클라우드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MS는 기존 애저 클라우드 플랫폼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오픈 소스 기반으로 블록체인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며 블록체인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발 빠르게 블록체인 토큰의 표준을 정립하고 각 분야에 필요한 토큰을 발행하는 인프라를 갖춘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타 기업의 토큰과도 상호 호환하도록 신경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편집자주 한때 ‘투기’나 ‘사기’ 정도로 취급받던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경영계의 관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습니다. IT 전문 기자로 오랜 시간 활동하고 최근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에서 현장 취재와 연구를 하고 있는 김지윤 기자가 ’Blockchain & Business’를 연재합니다. |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BaaS’가 화두다. 서비스로서의 블록체인(Blockchain as a Service)이라는 뜻으로 누군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서비스를 시작하려 할 때 그 기업에 필요할 법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전략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온라인 협업 툴 등이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시대를 열면서 블록체인 업계 역시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9년 BaaS 행보를 본격화했다.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중심으로 폐쇄형 분산원장(컨소시엄 블록체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업용 토큰 발행 기능, 계약 자동화 프로그램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 블록체인 앱 구축, 데이터 관리 기능도 지원한다.
MS의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MS는 스티브 발머 전 CEO 시절 윈도 운영체제(OS)를 고집하다가 2010년대 들어서야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시작했다. 아마존이 2006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뒤늦게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이때의 아픈 경험 때문인지 MS는 경쟁사들보다 발 빠르게 블록체인 토큰의 표준을 정립하고, 각 분야에 필요한 토큰을 발행하는 인프라를 갖춘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타 기업의 토큰과도 상호 호환하도록 신경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늦기 전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인터넷 기업의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속속 등장하는 애저 기반 블록체인 서비스들MS의 BaaS 전략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흐름과 관련이 있다. 기업 내부, 그리고 기업 간 협업에서 디지털 소통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종이 서류 작업이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시대, MS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여러 주체가 사용할 수 있는 온라인 장부와 이 장부에 활용하는 각종 업무 도구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MS가 2019년 선보인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들의 면면부터 살펴보자. 2019년 5월 MS는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을 공개했다. 애저 클라우드에서 기업이 타 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관리하는 서비스다. 각자 룰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고 운영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을 구현해주겠다는 설명이다.
MS의 블록체인 플랫폼은 크게 3가지 단계로 컨소시엄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애저 기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파트너사들에 권한을 설정하는 것이 1단계다. 이후 스마트 컨트랙트로 협업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과정이 2단계. 업무 프로세스를 합의했으니 파트너사 중 한 곳에서 원칙이나 업무 내역을 임의로 수정하지 못하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형성된다. 3번째 단계에서는 이전에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을 토대로 멤버들은 앱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 즉, 여러 기업이 대면하거나 종이 서류로 매번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도 협업할 수 있는 판이 생긴 것이다. 펙 존슨 MS 사업개발 부사장은 BaaS 플랫폼을 출시한 이유로 “디지털 트랜드포메이션이 개별 조직을 넘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플랫폼 공개 후 MS는 기업이 쓸 만한 블록체인 관련 기능을 붙이기 시작했다. 12월 애저 블록체인 토큰 플랫폼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을 활용하려 할 때 지금까지는 각기 다른 블록체인에 맞춰 매번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개발하는 번거로움이 컸다. MS는 토큰 표준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쉽게 토큰을 만들고 관리하는 환경을 제공해 불편을 해소했다. MS가 따르는 표준 토큰 양식은 이더리움 기업연합(EEA)의 토큰분류구상(TTI, Token Taxonomy Initiative)을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4월부터 블록체인 토큰의 만국 공통어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구축해온 기준이다. 먼저 프레임워크를 구축한 후, 토큰을 활용하려는 비즈니스에 제시하면 토큰이 더 널리 쓰일 수 있을 테고, 그렇다면 BaaS 고객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2월 MS는 ‘블록체인 데이터 매니저’라는 기능도 선공개했다. 애저 기반 블록체인 내 데이터를 외부 데이터 저장소(DB)에 연동해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서비스다. 이와 관련해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인공지능 ‘블랙박스’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이 기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를 입력해 결괏값을 얻는데, 어떻게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 중간 과정을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의료 행위와 같이 의사결정 기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는 업무에 머신러닝을 도입하기가 어렵다. MS가 지원하는 데이터 통합 관리 기능은 머신러닝을 위해 넣은 데이터의 출처, 알고리즘에서 거친 데이터 변화 등을 외부에도 기록해 투명성을 높여줄 전망이다. MS가 블록체인을 단지 암호화폐가 아니라 기업의 일하는 방식, 신기술 등의 새로운 변화와 맞물리는 톱니바퀴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