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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경계심 높은 기업이 격변기에 살아남아

조지 S. 데이(George S. Day) | 297호 (2020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쟁 환경에서 경계심이 높은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과 같은 단계에 따라 감지 능력을 키우고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의 위협과 기회를 간파해야 한다.

1단계. 주변 환경을 폭넓게 관측하고 안전지대 밖의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2단계. 가이드 질문을 던져 위협이나 기회가 떠오를 만한 영역에 직원들의 관심을 집중시켜야 한다.
3단계. 미약한 신호가 있을 경우 적극적인 표적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4단계. 신호를 증폭시켜 더욱 명료하게 만들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0년 겨울 호에 실린 ‘How Vigilant Companies Gain an Edge in Turbulent Times’를 번역한 것입니다.

경쟁 환경에서 위협과 기회를 늦게 감지하면 처참할 정도로 큰 대가가 따를 수 있다. 한때 전자제품 애호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선두주자였던 라디오섹(RadioShack)만 봐도 그렇다. 4000개 매장을 거느렸던 미국의 이 소매 체인은 1990년대에 휴대폰 유통에 뛰어든 뒤 격동하는 전자상거래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고, 새로운 세대의 전자제품 제조사 및 부품업체들과 연결될 방법도 찾지 못했다.1 이후 발판을 다시 다지려는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결국 라디오섹은 2015년 파산한 뒤 영영 재기하지 못했다.

기업이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경쟁사보다 먼저 기류의 변화를 간파해야 한다. 필자들은 지난 10년간 118개 기업을 연구하면서 경계심이 높은(vigilant) 기업을 가르는 차이는 그들이 활용하는 툴이나 방법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디를 보고, 어떻게 탐색할지 정하는 그들의 체계적인 접근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기업들은 보통 4가지 기본 단계를 밟는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주변 환경을 전략적으로 파악하고, 안전지대 너머를 훑어보면서 관련 신호가 어디서 오는지 확인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가이드 질문을 던져 조직의 부족한 관심을 향후 위협이나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영역으로 돌린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포착한 신호가 미약한 경우, 그 의미와 출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해당 신호에 대한 표적 분석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안개가 걷혔을 때 단호한 결단을 내릴 수 있게 가장 흥미를 끄는 신호를 추적하면서, 이를 더 증폭시키고 명료하게 만든다.

조직이 이 과정을 따른다고 해도 중요한 신호들이 있을 때마다 매번 식별할 수는 없다. 이따금 미약하고 모호한 신호도 있고, 아예 신호를 놓쳐버릴 때도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들은 10여 개 기업과 협력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호 감지 활동에 적극적인 조직들이 발생 가능한 일에 더 잘 대비하고,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기업들은 조직 안팎에서 일어나는 희미한 움직임들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위협이나 기회가 나타날 때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DBR mini box 연구 내용

● 필자들은 자신들의 새 책인 『See Sooner, Act Faster(더 빨리 확인하고, 더 빨리 대응하라)』를 집필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 일환으로 경계심이 높은 기업들과 변화에 취약한 기업들을 비교하는 탐색적 사례 연구를 했다. 이를 위해 여러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은 물론 이미 공개된 여러 정보원을 활용했다.

●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적 프로세스와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수행되는 조직의 감지 활동에 대한 여러 가설을 수립했다.

● 필자들은 그들이 발전시킨 개념적 방법론을 검증하기 위해 118개 글로벌 기업의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더 빨리 확인하고,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했다.

1단계
얼마나 폭넓게 관측할 것인지 범위 정하기

대부분의 기업 관리자는 주위를 관측할 때 자신의 안전지대 안의 익숙한 장소와 정보원으로 범위를 제한한다. 이렇게만 접근해도 업계의 불확실한 소문부터 매출 자료, 기술 트렌드 보고서, 무역협회 경고에 이르는 풍부한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면 상황을 통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는 환상일 뿐이다. 혁신적인 변화와 관련된 미약한 신호들은 대개 관리자 눈 밖의, 시야에서 벗어난 곳에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IBM이 PC 시장의 부흥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도 이런 상황이었다. 최근에는 GE, 필립스, 실베니아(Sylvania) 등 조명 업체들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들은 LED 기술이 가져올 영향을 너무 늦게 봤고, 결국 최근 낮은 마진을 이유로 오랫동안 몸담았던 조명 사업에서 철수했다.2 리더들이 더 광범위한 영역을 관측했다면 이런 운명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변화를 일찍 감지하는 효과적인 전략은 기업 안팎의 다양한 독립적인 사고자로 구성된 팀을 만드는 것이다. 필자들이 만난 한 임원의 표현을 빌리면 이런 사고자들은 ‘조직의 편집증을 자극하며’ 잠자고 있던 사람들의 직감, 걱정, 의심, 직관 등을 일깨울 수 있다. 그러면 조직의 리더들은 지금은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몇 년 뒤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이슈들에 주목할 수 있다. 이런 팀을 3년에서 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운영하면 리더들은 경쟁사보다 훨씬 더 앞을 내다보게 될 것이다. 이는 특히 경쟁 선상에 아직 새로운 기회가 거의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효과적이다.

가령, 글로벌 초콜릿 제과 산업을 살펴보자. 지금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시장이지만 수면 아래를 보면 여러 이슈가 많다. 특히 제조사들의 아동 노동 착취,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카카오 산지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례로, 초콜릿 바를 만들 때 사용되는 헤이즐넛은 터키산이 많은데 최근 터키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내부 동요도 있고, 무엇보다 시리아와 이라크의 인접국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리더십 팀은 흐릿하게 보이는 문제들을 부각해서 대혼란이 발생하기에 앞서 잠재적 위협을 알려줄 수 있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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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문제는 제품 유형이나 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더라면 조직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힘, 그리고 수면 밑의 기류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영역(사회경제적 문제, 정치 세력, 고객 및 채널의 변화, 경쟁사나 보완재 공급사의 움직임, 새로운 기술, 매체와 인플루언서의 태도 등)’별 팀을 정해서 미약한 신호까지 감지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기업 입장에서 지엽적으로 보이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리더들은 외부를 관찰하는 것은 물론, 조직 내부의 리스크도 계속해서 살펴야 한다. 잘못 설정된 판매 목표, 위태로운 관계 등을 경계하면서 작은 문제가 대형 위기로 번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웰스파고, 폴크스바겐, 보잉은 직무 유기이든, 의도적 회피이든 곪아 있는 조직 내부의 문제를 간과하면 외부의 맹점을 못 보는 것만큼이나 큰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을 뼈아픈 경험을 통해 배웠다.

오늘날처럼 끊임없이 정보가 생성되고, 선택적으로 신호가 증폭돼 보여주는 양극화된 매체 환경에서는 조직이 적절히 흡수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양의 신호가 밀려들 수 있다. 리더가 관측 범위를 전략적으로 정하는 이유도 조직의 관심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돌림으로써 직급 불문하고 전 직원들이 적절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2단계
가이드 질문으로 관심 집중시키기

여러 떠오르는 이슈 중 어떤 것에 관심을 두는 게 유리한지, 왜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리더들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기업이 현재 가진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고 이 집단적 미지의 영역을 표시하고, 조직이 이 새로운 이슈들에 민감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회사의 개발팀에 미래를 예측할 때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인지를 생각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지금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일지라도 무엇이 나중에 진실이 ‘될 수 있을지’를 자문해 보도록 유도했다.3 이런 식으로 고민하면 관리자들이 더 넓고 깊게 주위를 살필 수 있다. 본 연구 결과 질문거리를 정리할 때에는 과거에서 배울 것, 지금 따져볼 것, 미래에서 예측할 것, 이 세 가지 범주로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과거에서 배울 것. 과거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직의 지속적 맹점과 시스템상의 약점을 식별하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 예컨대, 필자들이 협력했던 한 의료진단장비 회사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놓쳐 버린 기회와 위협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과거 이 회사의 CEO는 관리자들의 시야가 지나치게 편협하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관리자들이 기술 트렌드는 잘 발견했지만 소비자 심리와 인접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가 초래할 수 있는 위협을 너무 더디게 감지했다. 예컨대, 고급 애플리케이션에만 너무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일회용 내시경 제품의 가능성은 간과했다. 하지만 과거에 히트 친 제품과 놓친 제품의 패턴을 확인하면서 그들은 정기적으로 폭넓은 관측 활동을 하게 됐다. 그리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비전통적 경쟁자가 부상하고 있는지, 그들이 현재 어떤 파괴적 기술을 간과하고 있는지 자문했다. 관리자들은 새로운 기술도 살펴보면서 유통업체와 최종 소비자들의 의견, 경쟁 업체들에 돌아갈 이익 수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과거를 연구하면 같은 문제에 당면해봤던 다른 산업, 지역의 선례나 일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가령, 한 나노기술 회사는 초강성 섬유나 정밀유도 지능 향상 약품 등 응용 분야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어느 정도 일지를 예측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임원들은 일찍이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두고 벌어졌던 공중의 논란을 살펴보면 유용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GMO 논란의 경우 초창기 정체불명의 공기업들이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4 새로운 접근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의심 가득한 시선에 부딪쳤고, GMO의 혜택과 리스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5 이런 유사 사례를 조사하면서 리더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더 폭넓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초기 경고 신호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방법도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었다.6

과거의 성공 경험을 활용해 “계속해서 남들보다 일찍 변화를 포착하고, 한발 빨리 대응하는 기업은 어디인가?” “그들의 비결은 무엇일까?”를 질문함으로써 새로운 변화를 보고 들을 근거지를 다른 시장에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의 한 포장 기술 회사는 일본에 작은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몇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초기 혁신 활동을 주시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포장 형태나 재료의 경우 주요 혁신 사례들이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현지에 근거지를 마련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눈과 귀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점점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P&G의 경우 주요 시장에서 퇴직 임원들을 파트타임으로 계속 유지하고 소비재 시장에서 일어나는 주목할 만한 발전 사례들을 보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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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지 S. 데이(George S. Day)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제프리 보이시(Geoffrey T. Boisi) 후원을 받는 명예 교수이자 맥기술혁신센터(Mack Institute for Innovation Management)의 선임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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