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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바퀴의 혁명

김현진 | 298호 (2020년 6월 Issue 1)
148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디자인을 스케치했습니다. 지금 봐서는 장난감 같은 이 인류 최초의 자동차 아이디어에 후세들은 다양한 지혜를 보태며 바퀴의 혁명을 이끌어왔습니다. 그리고 헨리 포드가 1903년, 자동차 제조사 ‘포드’를 설립하면서 자동차의 대중화는 인류를 또 다른 단계로 도약하게 했습니다.

포드가 ‘자동차의 왕’이 되고도 1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자동차가 포함된 모빌리티 산업은 생명체의 종류가 폭증한 5억4000만 년 전 ‘캄브리아 대폭발기’에 비견될 정도로 급격한 혁명기를 겪으며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의 개념 역시 확대되는 산업 영역만큼이나 유기체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차량 공유, 승차 공유, 차량 호출, 자율주행차, 마이크로 모빌리티(공유 자전거, 전동킥보드), 플라잉카, 드론, 음식 배송 및 물류 등을 포함하는 거대한 개념으로 진화했습니다. 모빌리티 산업이 전통 자동차 제조기업뿐 아니라 IT 기반의 글로벌 혁신 기업들이 모두 뛰어든 인류 기술의 최대 각축장이 되면서 올 1월 열린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도 미래 모빌리티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특히 이때 발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콘셉트카, ‘비전 AVTR(Advanced Vehicle Transformation)’에는 이 제품의 모티브가 된 영화 ‘아바타’의 철학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율주행 전동 모빌리티인 이 콘셉트카는 생김새뿐 아니라 이동 수단과 인간과의 교감 측면에서 ‘아바타’의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물과 촉수를 연결해 교감을 시도하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센터 콘솔에 손을 얹으면 잠에서 깨어나 시스템을 활성화시키고, 호흡과 맥박수로 손의 주인을 인식한 뒤 개인화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20년 남짓, 자동차 관련 사업자들은 더 안전하고 빠르고 품질 좋은 차량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모빌리티 산업에는 기술 그 자체는 물론이고 자동차와 인간의 ‘정서적 유대감’을 확대하는 데 그 목적과 기능이 집중될 듯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발달로 주행의 주도권이 운전자에서 자동차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면 운전이라는 행위를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은 이렇게 오롯이 갖게 된 시간과 공간을 특별한 경험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19년 도쿄 모터쇼를 통해 LQ 콘셉트카를 공개한 도요타는 유이(Yui)라는 자사 AI 시스템이 탑승자의 감정과 의식에 기반해 개인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탑승자는 유이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청사진 속에서 착착 진행되던 ‘이동의 미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이동의 제약을 겪으면서 일부 모빌리티 사업이 궤도를 수정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언택트 트렌드’로 인해 차량 공유 사업은 큰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반면 이 전대미문의 사태가 기회가 된 영역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 개인형 전기차 등 미래 차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중국과 미국에선 코로나19로 폐쇄된 지역에 생필품과 의약품을 공급하는 데 자율주행차가 이미 투입돼 활약하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혁신의 흐름은 이미 성장 엔진을 탑재해 가열 차게 구동되기 시작했으므로 ‘어쩌다’가 아니라 ‘어차피’에 가까운 당위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즉 인류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속에 당장은 어려움을 겪는 사업도 있겠지만 인류의 이동은 어떤 형태로든 진보를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모빌리티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혁신을 향한 도전을 지속할 기업가라면 ‘선배 혁신가’ 헨리 포드의 경영 원칙 4가지를 곱씹어볼 만합니다. 첫째,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미래에 대한 공포를 갖지 말 것. 둘째, 경쟁을 추구하지 말고 남과 협업할 것. 셋째,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윤 추구보다 중시할 것. 넷째, 생산의 본질은 값싸게 사들여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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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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